아모레퍼시픽, 화장품과 연관성 없는 논문 제출... 홈쇼핑사만 법정제재
아모레퍼시픽, 화장품과 연관성 없는 논문 제출... 홈쇼핑사만 법정제재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9.05.0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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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율 송담라인. 사진. 한율 홈페이지
한율 송담라인. 사진. 한율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기능성 화장품의 홈쇼핑 방송을 의뢰하면서 화장품 원재료와 상관없는 다른 재료를 연구한 논문을 제출했고, 이후 해당 논문이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한 근거로 방송에 활용된 점이 발각돼 홈쇼핑사들이 줄줄이 법정제재 처분을 맞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해 9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심의하면서 드러났다. 방심위는 "화장품 성분에 대한 연구논문은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 임에도, 잘못된 논문을 인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제출한 논문을 사용해 화장품을 홍보한 6개 홈쇼핑사는 지난 달 29일 모두 법정제재 처분을 맞게 됐다. CJ오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등 4개 상품판매 방송사에는 법정제재인 경고가 결정됐고, 출연자 발언 없이 자막만 방송한 홈앤쇼핑과 K쇼핑에는 이보다 낮은 주의가 각각 결정했다.

이들 6개 방송사는 아모레퍼시픽의 한율 송담 기초 제품을 판매하는 방송에서, 제품 원료인 송이버섯 추출물이 아닌 다른 종류의 원료, 송이버섯 균사체 추출물에 대한 연구논문에 근거해 SCI급 논문으로 확인된 효과라며 제품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번 심의의 시작은 NS홈쇼핑의 판매 방송에서 해당 제품에 소량 포함된 자연산 송이추출물 성분에 대해 함량을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고 쇼호스트가 "그득그득 좀 많이 담아드렸다"등의 언어적 표현으로만 불분명하게 표현한 점, 제품 제형에 관해서도 "자연산 송이의 힘"이라며 자연산 송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등, 근거가 불확실한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방심위는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5조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을 갖고 심의에 착수했다.

이후 방심위 측은 해당 방송에서 'SCI급 논문으로 확인된 송이의 놀라운 효과'라는 점이 강조된 것과 관련, "연구진 입장에서 볼 때 (SCI급) 논문 실험에 사용된 시료와 송이버섯 원물에 물, 알코올 등 용매를 첨가한 후 추출한 송이버섯 추출물은 다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화장품에 사용되는 송이버섯 추출물과 송이버섯 균사체 추출물은 다를 수 있다"라는 연구진의 답을 이끌어냈다. 이어 방심위는 화장품 전문가가 있는 광고특위의 자문을 한 차례 더 구했고, 전문가는 "논문 실험에 사용된 시료와 화장품에 사용된 추출물은 각각 다른 종 원료로 판단되며 두 원료의 성분이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면서 논문 속 원료와 화장품의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에 대해 NS홈쇼핑 측이 의견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에서 SCI논문에 나와있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방송사 측에 가져왔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NS 홈쇼핑 관계자는 "자료화면 자체를 협력사에서 가져온다. 협력사에서 주장할 경우 SCI논문을 제출 받는다"라며 "다만, 전문성 부족으로 자체 심의과정에서 놓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방심위의 한 위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등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제공한 논문이었기 때문에 홈쇼핑이 그냥 믿었을 수 있다"라고 말하자, NS홈쇼핑 측은 "솔직히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NS홈쇼핑은 "알고서 기만하려고 했던 의도는 없었다. 전문성 부족과 관행적으로 이런 것들이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게 하나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향후 자체 심의 시스템을 재정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방심위 위원들은 아모레퍼시픽이 해당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속인 것 아니냐는 대목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이어갔다. 이에 NS홈쇼핑 관계자는 "그쪽 연구원도 두 가지 성분이 비슷하다고 판단해서 진행한 부분이 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측은 7일 미디어SR에 "SCI급 논문은 송이버섯 균사체에 관한 논문인데 마치 전체 추출물을 설명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방송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에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충분히 자료를 준비해 방송에 임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아모레퍼시픽 측은 "(화장품에 사용한) 추출물에 균사체가 포함된 것은 맞아서 안티에이징 효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효능 자체는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홈쇼핑 전용 상품이다.

그러나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과의 연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논문을 방송 광고의 근거로 제출한 것과 관련, 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한 위원은 "논문을 허위로 인용했을 경우 상당히 심각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 (방심위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회사를 징계할 수 있다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다뤘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위원 역시 "만약에 아모레퍼시픽을 징계해야 된다면 과징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징계를 내리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방심위 측은 이번 사례가 그동안 홈쇼핑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SCI급 논문 인용이 각성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방심위 측은 3일 미디어SR에 "그동안 SCI급 논문이 방송에 인용이 많이 됐었는데, 이번 사례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협력사에서 가져온 논문을 그대로 사용해오던 관행에 경각심을 주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자체 검증을 강화해 달라는 취지였고, 방송사들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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