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하균, 기다리는 남자
[인터뷰] 신하균, 기다리는 남자
  •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05.0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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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하균 / 사진=NEW
배우 신하균 / 사진=NEW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몸을 쓰지 않고 오로지 얼굴 근육과 목소리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완전히 표현해낸다. ‘하균신’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신하균의 걸출한 연기력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늘 좋은 작품을 기다리며 연기에 매진하고 있는 신하균. 지체장애인을 연기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신하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장애인을 전면에 다루는 영화지만 기존의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과는 결이 달랐어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느낀 특별한 점이 있었을까요.
신하균:
두 장애인이 나오는 것도 다른 영화와는 달랐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영화예요. 동정심 같은 감정을 강요하는 장면이 나오지도 않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 나오지도 않았어요. 현실적이어서 좋았죠. 비장애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화여서 정말 좋았어요. 담백하고 정직하게 감정에만 충실히,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하면서 제가 맡은 인물에 대한 도전의식도 생겼어요.

Q. 이번 영화는, 전작 ‘극한직업’의 코믹한 무드를 완전히 지운 도전이었어요.
신하균:
저는, 작품 이야기 안에 저를 맞추는 편이에요. 이야기 안에서 제가 할 몫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죠. 인물이 너무 도드라져 보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야기 안에서 제가 할 부분은 이런 거고, 캐릭터 성격은 이렇고 어떻게 살아왔다는 걸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할 게 뭔지 찾아서 접근할 수 있게 되고, 그 인물에 맞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전 작품 때문에 이번 역할에 영향을 받거나 하는 건 없어요. 항상 새롭게 0에서부터 시작하죠.

Q. 실화를 바탕으로 재창조된 영화예요. 이야기만 봤을 땐 바탕을 두는 실화가 있는 게 든든할지라도,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법한데.
신하균:
저희의 목표는 분명했어요. 우리는 우리 안의 인물들을 새롭게 만들자는 것이었죠. 관계와 에피소드는 실화에서 가져왔지만, 그와는 별개로 우리 영화와 맞는 지점을 찾아서 또 다른 세하를 만들고자 했어요. 공통적으로 나눈 이야기는,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뭔가를 다르게 접근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똑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세하로서 화도 내고 남들과 똑같이 욕망하며, 바라는 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배우 신하균 / 사진=NEW
배우 신하균 / 사진=NEW

Q. 극 중 세하가 장애를 콤플렉스로 생각 않고 도구로서 활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신하균: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는 안타깝고 안쓰러운 감정이 많이 느껴졌어요.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친구가 삶을 다 포기할 때 동구를 만나 삶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 동생에 대한 애정이 생겨 살아가는 모습이 슬프더라고요. 이런 정서를 표현하는 걸 고민하면서도 캐릭터적으로는 거침 없고 까칠한 면도 보여줘야 했어요. 나름의 유쾌함과 유머를 함께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Q. 몸을 전혀 사용할 수 없던 만큼 연기에 있어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신하균:
오히려 외적인 건 적응이 되면 하게 돼요. 그런데 감정의 톤을 잡는 것과 이를 표현하는 건 모든 영화에서 힘들어요. 영화에 맞는 톤과 전체적 감정선을 잡아나가는 것들은 항상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죠. 일단 대본에 충실하려 하고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나눠요. 특히 감독님이 객관적으로 봐주시는 부분에 많이 의지했어요.

Q. 작품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는 말을 여러 번 했어요. 과거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청각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죠. 이런 작품들을 거치면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신하균:
우리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하와 동구는 ‘특별한 형제’지만 우리 영화는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특별하게 바라봐서 장애인 분들이 힘들 수도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찾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우리 영화도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우리는 내버려 두면 잘살 수 있어요”라는 대사도 나오고요. 영화를 통해, 그런 인식들이 바뀌었어요.

배우 신하균 / 사진=NEW
배우 신하균 / 사진=NEW

Q. 육상효 감독이 신하균과의 작업에서 매 장면마다 몇 가지의 감정 톤을 제시한 걸 고르는 게 재밌었다는 말을 했어요.
신하균:
볼륨을 올리고 내리듯 하는 세밀한 톤 조정 디렉션들이 있었어요. 어떤 연기를 보여달라는 말씀보다는 감정의 세기, 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죠. 여러 감정을 찍어두면 편집 과정에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니까 여러 가지를 해봤어요. 단면적으로는 괜찮은 감정일지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땐 튈 수도 있으니 더욱 신경을 썼죠.

Q. 과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하지 않는 정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다면.
신하균:
동구를 보내는 장면이었어요. 법정에서 나온 뒤 화장실에서 ‘신부님 이름이 뭐야’, ‘길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본 뒤 엄마에게 동구를 보내는 장면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었어요. 동구가 ‘같이 안 가’냐고 물을 때 ‘엄마랑 살고 싶다고 했으니까 가’라고 하는 대사를, 어떻게 전달해야 관객들이 더 가슴 시리게 볼지 고민됐죠. 최종 완성본에는 담담하게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말하는 장면으로 나왔는데 그것도 감독님과 함께 찾아간 감정이었어요. 거기서 울컥하는 톤이 나왔다면 우리 영화와 오히려 안 맞았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조절을 해나가는 과정들이 좋았어요. 캐릭터만 확실하다면 감정 톤은 여러 가지를 해본 뒤 맞는 걸 찾아나가서 연결시키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Q. 앞서 이 영화에 대해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어요.
신하균:
특정 인물을 빗대어 한 말은 아니고, 세하라는 인물로 촬영에 임하다 보니 동구와 애정이 생겼어요. 계속 붙어 나오다가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지고 애틋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다른 영화에서의 상대배우보다 더 큰 애정이 생겼어요. 그게 쭉 이어져서 사석에서도 친하게 지냈죠. 제가 생각했던 이광수라는 사람과 실제 이광수는 많이 달라서, 그거에 반했어요. 자연스럽게 애정이 쌓였던 것 같아요.

배우 신하균 / 사진=NEW
배우 신하균 / 사진=NEW

Q. 연기로 이미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하균신’이라는 수식어까지 있어요. 하지만 늘 그런 찬사에 민망해하는 것 같아요. 본인에 대해 평가가 너무 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신하균:
솔직한 제 마음일 뿐이에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항상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생각해요. 단점들이 눈에 띄니까 부끄럽고요.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울 수밖에 없죠.

Q.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은 편이고, 늘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를 맡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본인에게 쉽게 만족하진 않는다고 했죠. 연기를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가 궁금해요.
신하균:
연기가 제 생각한 대로만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안 돼요. 생각을 아무리 해도, 영화의 인물이 제가 글로 읽었을 때 느낀 감정대로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상대 배우와의 시너지,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감독님의 판단이 종합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이야기가 잘 흘러가고 작품도 잘 나오잖아요. 작품을 선택할 땐 이야기가 재밌고 새로워서 즐거움을 갖고 시작하는데 그 안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선 막연함을 자주 느껴요. 겁도 나고 긴장도 되죠. 늘 그래요. 아무리 오래 연기를 했어도 똑같은 역할을 한 적은 없으니까. 늘 막연하죠.

Q. 그렇게 치열하고도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배우의 길을 걷고 있어요. 막연하고 고민되는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의 재미를 얻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신하균:
관객 분들의 피드백이에요. 영화를 즐거워하고 자신이 꼽은 재밌는 영화 중에 제 영화가 껴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고.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고 재밌다, 감동 받았다는 평을 들으면 행복한 거고요(웃음). 촬영할 때 힘든 건 많아요. 제가 조절하는 만큼 감정이 다 표현되면 좋겠지만 그날의 분위기나 제 컨디션에 따라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속상하지만,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같이 도와가면서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그런 게 매력이에요.

Q. 이번 영화를 통해 가장 듣고 싶은 반응이 있다면.
신하균:
‘나의 특별한 형제’는 화려하거나 뜨거운 영화는 아니에요. 최근에 한 관객 분이 ‘기분 좋은 눈물을 흘렸다’고 써주신 평을 봤는데, 그런 게 좋더라고요.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다가와 따끔하게 혼내는 듯한 영화’라는 평도 인상적이었어요. 저희 영화는,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이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배우 신하균 / 사진=NEW
배우 신하균 / 사진=NEW

Q. 가볍지만 궁금했던 질문을 해볼게요. 신하균이라는 배우를 사로잡으려면, 어떤 시나리오를 건네야 할까요(웃음).
신하균:
재밌는 시나리오를 쓰시면 돼요(웃음). 재미란 다양한 거죠. 그냥 웃을 수 있는 재미도 재미지만 특정 시기에 듣고 싶은 이야기나 신선한 이야기도 재미가 될 수 있어요. 영화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시나리오면 형식이나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신선한 작품은 늘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도전을 이어가는 영역이라 생각해요. 뻔한 작품은 안 고른다는 느낌이 있죠.
신하균:
제가 봤을 때 신선함이 꼭 있어야 해요. 이야기의 신선함도 그렇고, ‘나의 특별한 형제’처럼 시각적인 신선함이나 주제적인 신선함이 있어야 하고요. 저는 그런 영화의 이야기에서 제가 해야 할 부분을 하는 거고요. 그러면서 제가 할 캐릭터에게 애정이 가면, 그 작품을 하게 되죠.

Q. 작품이 아닌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신하균:
캐릭터는 부수적인 문제예요.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 거니까 선택에 있어서는 두 번째 문제인 거죠. 하지만 소외된, 약하고 정이 가는 ‘평범한’ 인물에 끌리는 편이긴 해요. 안 해본 캐릭터면 훨씬 좋구요. 제가 바라보는 인물에 뭔가 다른 부분이 보인다면 그게 곧 신선한 거니까.

Q.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하고 있어요.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긴 시간 관객들에 사랑 받는 이유가 뭘까요.
신하균: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하하. 저는 작품을 할 때나 배우예요. 인터뷰 할 때나 사랑 받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 ‘그런가?’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잘 듣는 편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 자체가 참 쑥스럽네요.

Q. 영화에 신선한 내용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드라마에도 참신한 시도들이 많아요.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내용이나 관심 가는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신하균:
그런 건 딱히 없어요. 제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그냥, 저는 기다리고만 있어요. 그런 것에는 적응돼 있어요. 20년 동안 계속 기다리고 있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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