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상륙한 넷플릭스는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었다. 기존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 플랫폼들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탓도 있었고, 넷플릭스에 볼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조금씩 천천히 한국형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넓히고, 이미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의 입소문을 통해 상륙 2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국내 지상파들은 작년부터 역차별을 주장하며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있는데, 일견 설득력을 지니는 대목이 있더라도 애국심 호소가 결코 먹히지 않는 넷플릭스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이를 능가하는 기술력과 서비스, 콘텐츠 없이 국내 OTT 업체들이 상승곡선을 따라 달리는 넷플릭스를 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 시점, 왜 넷플릭스가 사용자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짚어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편집자주]

넷플릭스의 첫 화면. 사진. 구혜정 기자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해 차별화된 기술로 소비자 영상 이용 패턴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영상을 제작, 분류해 공급하는 전 세계 1위 OTT(Over the Top, 웹 기반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다. 2018년 3분기 기준 사용자 1억 37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정 시간대에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사용하면서도 영상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점유율 확보는 영상 분석, 알고리즘 및 디지털 스트리밍 혁신으로 이룰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기술 전문 회사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비즈니스 성패를 가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영상 추천, `철저히 시청 취향으로만`

넷플릭스는 1억 3700만 가입자의 시청 습관을 방대하게 수집한다. 영화 및 TV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장면과 싫어하는 장면, 개별 에피소드 시청 패턴을 개별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을 추천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 개인 정보가 아닌 영상 사용 패턴에 맞는 취향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역, 나이, 인구통계학적 정보가 아닌 순수 콘텐츠 시청 취향을 바탕으로 회원들을 그룹으로 묶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알고리즘에 따라 한국의 20대 청년과 브라질 50대 중년이 같은 취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해당 방식으로 수 천개의 취향 군을 생성해 이용자를 분류하고 있다. 취향에 따라 섬세한 콘텐츠 추천을 위해서다. 심지어 콘텐츠의 얼굴에 해당하는 포스터(영상 커버)도 회원 취향에 맞춰 노출된다. 하나의 대표 타이틀 이미지를 사용하는 일반적 관례와 달리 넷플릭스는 하나의 영상을 회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자 취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세계로 진출하다

넷플릭스는 아마존 웹서비스의 대표 고객이다. 2008년 자체 데이터센터 DB 유실로 DVD 배송 지연 사고를 겪고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기기로 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2016년 모든 인프라를 아마존으로 옮겼다.

클라우드 서버 이전 이후 수천 개의 가상 서버를 통해 페타바이트급 용량을 손쉽게 증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AWS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유연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는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인프라와 캐시 서버를 진출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망 중립성을 기반으로 ISP 사업자와의 협력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어 진출국 정책에 따라서 충돌을 빚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ISP 사업자와 상호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무정산 전략을 기본으로 취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망 사용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시에 고객이 넷플릭스 서비스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협력 ISP 사업자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공개하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끊기면 안 된다. `무중단 송출`

단순히 클라우드 서버로 옮긴 것만으로는 광대한 영상 트래픽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넷플릭스는 특정 시간 일시적 트래픽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어댑티브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트래픽이 몰리더라도 영상 송출이 끊기지 않도록 영상 해상도와 비트레이트(BPS)를 조정하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몰리더라도 일시적으로 화질이 저하될 뿐 끊기지는 않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기술은 회원이 어디서나 최적의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사용자 기기와 통신 환경에 맞춰 화질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는 영상 분류별 최적화 기술도 도입했다. 애니메이션, 로맨틱 코미디, 액션 등 장르에 따라 데이터량과 전송 속도를 구분하고 있다. 최적의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대비 같은 데이터 용량 기준 4배 긴 시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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