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 포스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교하다. 잘 짜여진 이야기의 틈새로 미스터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한 마디로, 재밌다. 영화 '사바하'가 오컬트를 접목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영화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린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된 키워드는 '믿음'이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물들의 중심 정서에는 믿음이 깔렸다. 그리고 그 맹목적인 믿음이 공포로 변주되는 순간을 장재현 감독은 정확하게 캐치했다. 무속신앙과 불교, 각종 오컬트적 요소가 버무려진 종교를 소재삼아 섬뜩한 분위기로 변주시켰다. 공포의 근원이 결국 순백의 믿음이라는 아이러니가 극의 색채를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영화 '사바하' 스틸컷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켜켜이 쌓여 올라간 서사는 더욱 빛을 발한다. 평범함이 비틀리는 순간 발생하는 근원 모를 찜찜함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자아내게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강렬한 서스펜스를 통해 주의를 환기하곤, 밀도있게 짜여진 미스터리로 그 관심을 붙들어 놓는다. 

이정재가 해석한 박목사는 신에게 순응하면서도 반항하는 위태로운 목사 캐릭터다. 관록 있는 연기로 다면적인 캐릭터를 소화한 이정재의 진가가 돋보인다. 박정민은 미스터리한 인물 나한 역을 맡아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펼쳤다. 신예 이재인 역시 제 몫을 다했다. 최근 천만배우 대열에 합류한 진선규는 해안스님 역을 맡아 극의 전개를 도우면서도 가벼운 웃음을 짓게 한다.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과정은 영화에 몰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로 작용한다. 각각의 사건들과 인물들이 정교한 퍼즐마냥 촘촘히 얽혀들어가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의 힘은 더욱 강조된다. 

영화 '사바하'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꾸준하게 긴장감을 이어가기 위한 카메라 앵글과 구도의 변화 및 음향효과의 적절한 활용에서는 텐션 유지를 위한 장재현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여러 가지의 메타포들은 직관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뻔한 전개를 거부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은 흥미로운 의외성을 준다.

시종일관 섬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숨 돌릴 틈은 마련해 몰입에 대한 피로도를 줄인 점도 돋보인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서사 플레이지만,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해 스릴감을 극대화했다. 

서사에 집중되다보니 캐릭터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거나 활용도 면에서 약간의 아쉬운 부분이 발생하기도 한다. 후반부에선 개연성이 다소 부실해지는 면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충실히 쌓아올린 세 갈래의 스토리들이 얽혀져 약간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한다. '사바하' 측 역시 미디어SR에 "'사바하'는 서사의 힘이 강렬한 영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피를 토하며 쓰고 뼈를 깎으며 찍었다'는 장재현 감독의 말처럼, 서사로 완성된 '사바하'는 꽤 잘 만들어진 영화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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