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추문으로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 하차를 결정지은 배우 오달수(좌) / 사진=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스틸컷

하지도 않은 일로 혼이 나면 이 얼마나 억울한가. 하물며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잘못으로 인해 혼이 나게 된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는 연대의식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우와 가수, 개그맨 등 연예인이 사고를 칠 때마다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곤 한다. 설령 자신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동종업계에 있는 만큼 그 관련자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잘 알기에, 가십거리에 흥미를 가지면서도 관련된 이들에 대한 애처로움을 느낀다. 그게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역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신인배우 정유안이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고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출연예정작 하차 소식이 들려왔다.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10일 공식입장을 내며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의 출연 여부를 제작진과 협의 했고, 해당 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정유안 군의 드라마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제작진 역시 "정유안 측이 자진하차의 뜻을 전했다. 촬영 분이 거의 없어서 일정엔 차질이 없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라는 말은 사건사고를 낸 연예인의 소속사가 자주 활용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어폐가 있다.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하차한다는 순간, 아니, 사실은 그 이전부터 이미 작품에는 피해가 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부와 효도 사기 논란이 불거지며 법적분쟁에 휩싸인 배우 신동욱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출연 예정작인 tvN 드라마 '진심이 닿다'에서 하차를 결정 지었고, 제작진은 후임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촬영분에 대한 편집 역시 수반된다.

출연 작품에서 자진 하차를 결정지은 배우 신동욱(좌), 정유안 / 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미투(Me too) 운동으로 과거의 불미스러운 행각이 알려진 배우 오달수 역시 주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사전제작을 끝마친 그의 출연작 '신과 함께: 인과 연'의 제작진은 오달수의 분량을 모두 덜어내고 새로운 후임 배우를 물색해 재촬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오달수가 등장한 세트의 재건축 등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성추행을 자진 고백한 최일화 역시 해당 영화에서 통편집됨에 따라 제작진은 그를 대체할 새 배우를 찾는 것에 고심했다.

배우는 혼자 일을 하는 직업이 아니다. 개인이 움직일 때부터 헤어, 메이크업 담당과 의상 담당 직원이 모든 일정에 따라붙는다. 여기에 배우를 매니지먼트하는 소속사가 더해지고, 작품에 들어갈 경우 촬영 스태프와 그 작품이 편성된 방송사 혹은 영화의 배급사까지 배우의 책임영역이 확장된다. 

드라마 제작진으로 일하는 A씨는 미디어SR에 "연예인이 물의를 빚어 하차하게 되면 촬영 일정부터 변경되는 부분이 수도 없이 많이 생긴다. 후임배우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캐릭터에 이미지가 부합하는지부터 스케줄 체크, 출연료 산정 등 따져야 할 변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매니지먼트사의 홍보 일을 맡고 있는 B씨는 "배우가 안 좋은 일에 휘말리거나 구설에 오르면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는 것부터가 큰 부담"이라고 조심스럽게 소회를 전했다. 외주 홍보사에서 일하고 있는 C씨 역시 "작품 시작 전부터 작품의 홍보 콘셉트를 다 짜놓은 상황에서 출연배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작품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배우 하나의 잘잘못에 영향을 받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배우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그 고통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인이 그렇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만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절실하다. 수많은 사람에게 멍에를 지게 하는 개인의 일탈이라면, 이를 지양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자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다. 자신의 행동에는 수많은 이들의 '밥줄'이 걸려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고자 자진 하차를 결정하기 보다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