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제품은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들 전자기기를 만드는 재료들이 도덕적으로 의심스런 과정을 거쳐 조달된다면 어떻게 봐야할까.

HP는 지난주 ‘분쟁에서 자유로운 공급사슬’(A conflict-free supply chain)을 선언했다. CFS(Conflict-Free Smelter 분쟁에서 자유로운 제련소) 인증을 얻은 제련소나 정제소에서만 재료를 공급받겠다는 것. IT산업에서 최초이자 무척이나 의미있는 사건이다. HP가 스스로 공급사슬 제련소 리스트를 공개했는데. 이는 독자적으로 제련소 인증과정을 거치겠다는 의미도 갖는다.

HP가 인증대상으로 지목한 ‘분쟁에서 자유로운’ 제련소는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광물(Conflict Minerals)을 사용하지않는다는 뜻을 지닌다. 분쟁광물은 탄탈룸, 주석, 텅스텐, 금 등 3TG(tantalum, tin, tungsten and gold)를 지칭한다. 분쟁지역은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동부지역과 인접국가들 수단, 아룬디. 잠비아, 탄자니아 등. 이들국가에서는 특정 세력이 광물의 유통경로를 장악한 뒤, 세력유지를 위해 광물을 거래하며 얻은 수익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민간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광물을 채굴한다. 분쟁광물의 채굴이 갈등유발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더구나 이 세력은 극심한 성차별과 성별에 근거한 폭력, 살인 등 반인륜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0년 12월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분쟁 및 고위험 지역에서 광물자원의 책임있는 공급사슬 형성을 위한 상세주의(Due Diligence) 지침’을 채택했다. 기업들이 인권을 존중하고, 기업활동으로 인한 충돌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

이같은 흐름을 이어 2012년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워회(SEC)는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광물을 원석으로 해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해당 광물의 생산과 공급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분쟁광물 규제는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기업관련 규제의 최근 흐름을 잘 반영하고있다. 분쟁광물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정보공개 의무를 법제화함으로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용을 억제하는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보다 진전된 흐름이다.

분쟁광물은 TV나 휴대전화, 미사일, 항공기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인텔, 필립스, 샌디스크, 애플, MS 등 세계적 기업들이 대부분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분쟁광물을 제품공정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업체들은 라오스 중국 등 분쟁지역 외의 국가에서 이들 광물을 주로 수입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HP로선 CFS 프로그램을 수립한 여러 국제기구들과 협업도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4년 HP·IBM 등 전자기업들이 구성한 전자산업시민연대(Electronics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 EICC)가 있다. HP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의 조사나 언론의 심층보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HP가 공급사슬의 투명성을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은 분명하다. HP의 공급사슬담당 수석수사장인 토니 프로펫(Tony Prophet)은 “다른 복잡한 도전만큼이나 어려운 이 이슈에 뛰어들었고, 눈에 띌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CFS는 HP가 추진하는 공급사슬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다. 지난 2월엔 중국내 공장에서 학생과 저연령층 노동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08년 HP는 업계최초로 1차 공급업체 리스트를 공개하기도했다. 오늘날 HP는 전세계 45개국에서 1만여개 공급사슬과 관계를 맺고 있다.

CSR 전문매체인 Triple Pundit의 칼럼니스트 Melanie Colburn의 아래 글을 기초로 작성했습니다.
http://www.triplepundit.com/2013/04/hps-conflict-free-supply-chain-initiative-industry-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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