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 사진=SBS

'지역경제 심폐소생 프로젝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홈페이지 메인에서부터 걸어놓고 있는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다. 기획의도는 이보다 더 명확하고 또 공익적인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죽어가는 거리 살리기에 도전한다', '백대표의 치명적인 독설을 극복하고 장사 필살기와 궁극의 레시피를 전수 받아 절대 망하지 않는 거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드라마틱한 감동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방송행태는 원래의 기획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죽어가는 음식특화 거리를 살린다는 골조는 그대로 가져가되, '문제아'의 갱생에 치우쳐 공익성에 근간을 둔 프로그램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 홍탁집은 방영 내내 시청자들에 지대한 원성을 사면서도 '골목식당'의 화제성을 끌어올려준 1등 공신이다.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화제성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편이 방송되는 11월부터 12월까지 '골목식당'은 6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거머쥐었다. 시청률 또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 활약에 힘입어 백종원의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을 바라는 여론까지 조성됐을 정도다.

이런 상승세는 비단 홍탁집의 덕만은 아니다. 원테이블집, 장어구이집 등 꾸준한 문제아들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매 회마다 불편함을 표하면서도 문제아들의 변화를 바라며 '골목식당'을 꾸준히 시청했다.

하지만 매 편 등장하는 문제아의 수위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2일자 방송에서는 새로운 문제아인 '피자집'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기본적인 접객태도가 안 되어있는 것은 물론 장사 3개월 차에도 국수조차 못 삶는, 그야말로 기본도 되지 않은 출연자의 등장이 여론의 공분을 산 것이다. 고객의 질문에도 뻔뻔하게 대꾸하는 피자집 주인의 행동은 곧바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매회 점층적으로 가해지는 자극적인 전개에 시청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몇몇 시청자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외받은 골목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프로그램인데 갈수록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다", "고마운 것도 모르는 사람을 갱생시켜줄 필요가 있나 싶다. 절박함과 성의도 없는, 식당도 재미삼아 하는 것 같은 사람에게 굳이 솔루션을 해줄 필요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며 불편함을 표했다.

자신을 요식업 종사자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미디어SR에 "애초에 프로그램 의도가 '죽은 상권 살리기'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니지 않나. 점점 아무런 준비도, 기초지식도 없는 사람을 솔루션해주고 홍보하는 것은 프로그램 최초의 의도와 엇나가는 거 같다. 유익한 프로그램이 변질되는 게 아쉽고 또 불쾌하다"며 '골목식당'의 방향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시청자들의 원성이 몰리는 지금이야말로 '골목식당'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 문제아의 갱생은 드라마틱한 그림으로 그려질 수는 있지만 정작 솔루션이 필요한 성실한 가게 주인들에게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주게 된다. 방송 특성상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간에 일단 전파를 타게 되면 그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절실하게 기회가 필요한 사람이 기회를 얻지 못하는 꼴이다.

혹자는 기회도 곧 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운'이라면, 노력하는 사람에게 따르는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 이미 궤도에 오른 '골목식당'인 만큼 재미와 화제성, 감동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진정성에 집중할 때 재미와 감동 그리고 화제성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은 거리 심폐소생 프로젝트'. 시청자들이 애정 어린 쓴 소리를 내뱉고 있는 바로 지금, 제작진은 다시 한 번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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