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여의도 본사. 구혜정 기자.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KB국민은행 노조는 27일 오전 조합원 대상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내년 1월 파업에 돌입한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95% 이상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2차례 교섭과 2차례 조정회의 끝에 돌파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단협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 노사는 임금인상, 성과급,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등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성과급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2조 7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에 노조 측은 300%대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요구는 수용할 수 없으며 이익 배분제도를 자기자본이익률(ROE) 연동 등 방식으로 개선해야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측 주장은 ROE 10%를 넘겨야 이익 배분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 지난 10년간 국민은행은 10%를 달성한 적이 없다. 사실상 이익 배분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은행 관계자는 "ROE 10%를 못 박아 둔 협상이 아니다. 연동방식으로 이익 배분제도를 개선하자는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밖에도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도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1년 연장 조건이 부점장과 팀원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데 기준을 부점장 기준으로 맞추면 1년에서 11개월가량 앞당겨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현재 임금피크제 들어가는 대상은 과거 유예한 부분으로 팀장과 팀원 급의 임금피크제 돌입 시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론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으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직장인데 성과급을 두고 고객의 불편을 볼모로 잡은 파업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미디어SR에 "성과급 요구로 파업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소비자를 볼모로 노조 이익을 취하기 위한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돈 때문에 파업을 한다는 것은 사측의 여론몰이며 고용안정을 위한 파업이라는 입장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올해 전국 은행을 다니며 성과급을 약속 한 바 있고 고용안정을 위해 임단협에서 합의한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연장, 중식 시간 보장 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조 측 파업은 큰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예대마진 장사로 지난해 이어 올해도 3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시름이 깊은 시민들이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 입장을 얼마나 이해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