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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버지 서성환 선대 회장이 1945년 광복 직후 설립한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 한때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 부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대기업과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건설, 증권, 패션과 같은 미와 무관한 자회사가 전혀 없다. 서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의 여정`인 셈이다. 처음부터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아모레퍼시픽도 1980년대 여타 대기업처럼 패션, 증권, 생명보험 심지어 저축은행까지 진출했었다. 

그러나 1986년 화장품 수입 전면 자유화로 아모레퍼시픽은 큰 타격을 받는다. 노조의 파업도 이어졌다. 외환위기도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당시 서 회장은 화장품에 모든 승부를 건다. 미와 건강과 관련 없는 모든 사업부를 정리한다. 알짜배기로 통하던 증권 사업도 접는다. 그리고 R&D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렇게 설화수가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브랜드 라네즈, 에뛰드하우스, 마몽드, 이니스프리가 완성된다.
 

서성환

故 서성환 회장. 서경배 회장의 부친이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1945년 만 20세의 나이로 강제 징병 돼 전쟁터로 끌려갔다가 같은 해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해 9월 5일 풀려난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 윤독정 씨가 동백기름을 짜서 내다 팔던 가내 수공업을 가업으로 이어받아 서울 남창동에 국내 최초로 회장품 제조회사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세운다. 메로디 크림, ABC 포마드, 오스카, 인삼크림 등을 출시해 아모레퍼시픽을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만든다.

서경배 회장은 누구보다 아버지의 칭찬에 목마르다. 이익 천억원을 돌파했을 때 서경배 사장의 보고를 받은 아버지의 `잘하는구먼. "한 마디 칭찬을 인생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꼽는다. 동시에 서 회장은 혼돈의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아버지를 누구보다 존경한다.

2015년 개관한 경기도 오산시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에는 서성환 선대회장이 걸어온 여정이 모두 담겨있다. 홈페이지에도 아버지의 가장 젊은 날의 사진을 게시해 추억하고 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말은 서 회장이 모든 사업을 접게 만든 계기가 된다. 오늘날의 서 회장을 있게 한 것이다.
 

서영배

서경배 회장의 친형이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일본 와세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태평양화학에 입사해 도쿄 및 뉴욕 지사를 거쳐 태평양종합산업의 회장을 지냈다. 건설과 금속 부문을 물려받았으나 형제의 운명은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시장 전면 개방과 외환위기 등으로 화장품을 제외한 사업부문을 정리하면서 갈린다.

당시 태평양그룹이 건설, 금융 전자 등 사업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매각하는 과정에서 서영배 회장의 입지가 심하게 줄어든다. 현재는 기업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서영배 회장은 종종 동생과 비교되곤 한다. 현재는 태평양개발 회장을 맡아 토목, 건축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서영배 회장은 故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장녀 방혜성 태평양학원 이사와 결혼했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가 아모레퍼시픽의 홍보성 기사를 비교적 많이 낸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 일부 시민단체에서 조선일보의 아모레퍼시픽 기사를 분석해 홍보성 기사가 많다며 "아무래도 사돈 관계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2000년 무렵 서 회장은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1993년 선양 현지법인에 진출한 법인 운영 경험과 3년에 걸친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토대로 2002년 홍콩에 라네즈 매장을 연다. 상하이에도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2002년을 기점으로 라네즈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어 2005년 마몽드, 2011년 설화수를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사상 최대의 실적과 함께 전성기를 맞는다. 

중국인의 아모레퍼시픽 사랑은 대단하다. 2014년 중국 한 언론사 설문에서 설화수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 조사에서도 선호하는 최고의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면세점에서 설화수를 쓸어 담는 중국인이 더는 낯설지 않다.

반면, 중국은 위기의 땅이기도 하다. 2016년 한국 사드 배치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을 시행한다. 정치적 이슈에 유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이듬해 1월 영업이익이 10% 감소한다. 2분기 실적에도 타격을 받는다. 특히, 포트폴리오에서 화장품 매출 비중이 높아 LG생활건강보다 큰 타격 받는다. 아모레퍼시픽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위기의 땅이다.
 

신춘호

신춘호 농심 창립자 겸 회장. 신격호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공업 사장으로 있다 롯데공업을 분리해 농심을 설립했다. 서경배 회장은 미국 코넬대학 동문이기도 한 신춘호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와 1990년 결혼한다. 신 회장은 평소 같은 지역에 살면서 알고 지내던 서성환 회장의 아들인 서 회장이 딸 신윤경 씨와 결혼한 것을 두고 매우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에게 신춘호 회장은 장인이자 동시에 부친과 마찬가지로 한 분야에 집중해 성공을 이룬 경영인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실제 서 회장이 신 회장에게 보내는 찬사는 대단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하며 초대형 라면 조형물을 선사해 신 회장에게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서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신 회장에게 선물한 라면 조형물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사옥 마당에 설치됐다.

 

신사옥

서 회장은 설계 당시 부터 세상의 아름다움 담는 달항아리라는 철학을 세우고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에게 신사옥 디자인을 맡긴다. 2017년 완공됐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다. 고급 스러운 화장품 용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 신 회장의 신사옥 사랑은 대단하다. 신사옥 벽면에는 어떠한 포스터도 붙칠 수 없다는 것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전언. 

오래 전부터 연결성을 고려했다는 서 회장의 말처럼 용산과 연결성을 고려해 건물 외부와 내부의 공간은 자유롭게 접근 가능하다. 1층에서 3층까지 확 뚫혀있는 거대한 홀에는 노출 콘크리트의 벽면과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교차한다. 서 회장은 준공식에서 "새롭게 열리는 유라시아 시대의 시작점에서 그 길을 연결하는 꿈을 꾸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신사옥 `아모레퍼시픽 장원`은 유라시아 진출로 제 3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보인다.

송혜교

화장품의 전설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이자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이다. 이런 설화수는 지금껏 전속모델이 단 한번도 없었다. 브랜드를 고유 아이덴티티로 승부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서경배 회장은 20년 무모델 전통을 깨고 지난해 12월 송혜교를 설화수 모델로 채택했다. 중국의 금한령이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 회장과 송혜교는 지난 12월 한중경제 무역 파트너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여해 타징 행사에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더욱 굳건하기를 염원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 그들이 사는 세상 등 한류 배우로 인기를 끌어온 송혜교는 서경배 회장이 원칙을 깨고 함께하는 파트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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