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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러 회사다니는 거 보기 안좋다. 윗분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방송작가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윗사람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급기야 면접시 불임이라고 하면 합격이 된다거나, 둘째라도 가지게 되면 "임신은 잘 되네"라며 마치 동물이라도 본 것 마냥 빈정거리는 제작부장도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1월20일부터 26일까지 방송작가 모성보호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방송작가 직종은 임신 결정에 있어 스스로의 선택권을 침해 당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는 조합원 및 비조합원을 포함, 총 222명의 여성 응답자가 설문에 응했고 기혼은 105명, 미혼은 117명이었다.

본인이 원할 때 자유롭게 임신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비율은 70.8%였다.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1)임신과 일을 병행하기 힘든 높은 노동강도가 66.1%로 가장 높았고, 휴가 및 휴직 혜택 전무(25.3%), 임신 이후 해고 및 불이익 예상(7%),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1.6%)이 뒤를 이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방송작가들의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부당한 언사와 행위들도 지속되어 왔다.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 면접시 부장이 노래방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편 있는 작가는 부담스러워서 미혼을 선호한다는 말을 들은 작가도 있었고, 임신 초기 지방 촬영 동행 및 대본작업으로 밤샘을 하다 유산이 되니 제작사 팀장으로부터 "며칠 쉬더니 얼굴 좋아보인다. 애는 또 금방 들어선다"라며 악담을 들은 경험도 있었다.

방송작가 유니온은 "방송작가들에게 '임신, 출산, 육아'의 모성권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구조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며 "방송작가 대다수가 여성임에도 프리랜서라는 허울 속에 여성노동자로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배제되어 왔다. 임산부를 배려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은 방송작가들의 현장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실제 10년차 방송작가 A씨는 30일 미디어SR에 "선배 입장에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인 작가들을 채용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된다.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한, 여전히 현장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고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용 담당자나 조직 차원에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제적인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실제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에 속하는 방송작가들에게 출산휴가는 언감생심이었다. 임신출산을 경험한 115명의 응답자 중 71.3%가 임신출산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휴가를 썼다고 응답한 28.7% 역시 출산을 위해 일을 아예 그만두었다거나, 다른 작가에게 잠시 일을 넘겨주는 방법으로 무급 출산휴가를 낸다는 식으로, 제대로 된 출산휴가를 내지는 못했다. 응답자 중 유급으로 공식휴가를 받았다는 이는 11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작가들에게는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 출산 휴가는 전무했다. 이들의 인권제고를 위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방송작가들의 모성관 찾기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외쳤다.

방송작가유니온은 가장 시급히 도입해야 할 제도에 대해 유급(출산) 휴가와 해고되지 않을 조항, 재택근무의 공식 인정, 연차경력단절시기에 대한 보상, 워킹맘인증을 위한 재직증명서 등 발급이 차례로 꼽혔다. 근무시간 조절과 실업급여, 경력단절 작가에 대한 인식개선도 기타 의견으로 제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이미지 지부장은 "정부가 아이 낳기,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며 매년 저출산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권에는 소홀해왔다는 사실이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방송작가의 94.6%가 여성이지만 여성을 위한 모성보호제도는 전무하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방송사들은 이제라도 방송작가들의 모성보호권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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