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전국 사립 유치원 감사 결과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교육부에서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15일 미디어SR에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빠르면 10월 중 종합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지난 2014년부터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일부 유치원을 선별해 실시한 결과다. 따라서 모든 유치원에 대한 전수 결과는 아니다. 그렇지만 전국 유치원의 감사 적발 내용 및 실명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만큼 이를 알 방도가 없었던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 표현에 따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공개된 유치원의 비리에는 고의성이 없는 단순 착오나 실수 역시 포함돼 있으나 일부 유치원에서는 연수비 명목으로 원장의 아들 대학교 입학금을 지급한다(경기 환희유치원/약5500만원)거나 원장 개인 소유의 차량할부금 및 보험료, 자동차세를 납부하는(경기 환희유치원/약3500만원)등 고의성이 짙은 비리 행위들도 포함돼 있다.

사진. 픽사베이

특히 국가에서 지원금 명목으로 매년 2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치원에서는 교육청 등의 감사에 반발해왔다는 점에 학부모들의 분노가 거세다.

이와 관련,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15일 "교육은 명백하게 공공의 영역인데 지금까지 일부 유치원에서는 교육장사를 하면서 비지니스를 한 것이고 이마저도 상도의에 어긋나게 해왔다고 보여진다. 유치원 윤영비가 따로 있는 것인데, 이를 본인들의 생활비로 사용하고 해외여행, 백 구입 등 사적인 이유로 사용해왔다. 또 급여 명목으로 원장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적지 않은 금액을 챙겼다. 이외에도 친인척들이 유치원과 관련된 업체들을 차려 시중보다 비싼 금액으로 유치원에 납품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아 왔다"고 전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해 2월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대형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감사 결과에 반발한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 사태 이후 전국 교육청 등을 상대로 비리 사립 유치원의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장하나 활동가는 "전국 140여개가 되는 교육지원청 중 30개가 공개를 했고 나머지 110여개가 비공개했다. 비공개 사유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련된 법률 9조1항에서 제시한 비공개 대상 정보를 들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공개의 근거를 알 수가 있다. 해석하기 나름인데 교육지원청에서는 이를 사유로 들어 비공개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법, 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과연 사립유치원의 운영비를 사유화 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장하나 활동가는 "교육당국이 감사의 의지가 없다고 본다. 또 감사에 적발됐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당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니 부모들이 몰랐기에 문제 기관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을 너무 감싸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이 국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시도교육청 별로 (사립유치원) 감사를 하는데 기준과 실시기간이 다 다르다. 정기감사 자체가 없다. 전체 4000개 유치원을 감사했다면 훨씬 많은 유치원들의 회계부정, 운영의 문제점들이 드러났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지자체 별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감사 역할을 맡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1-2명이 해당 지자체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감당하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 예로 어느 지자체에서 3년 동안 94개 유치원을 감사했는데 경기도에만 1400개가 넘는 유치원이 있으니 이를 다 하려면 20년 걸린다고도 하더라. 이는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공정한 회계시스템의 도입이다. 지금까지 사립유치원은 자체적으로 민간 회계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거나 사실상 회계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현재 사립유치원에도 규정으로 명시한 회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현재 회계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 중이다 공정한 회계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국공립유치원처럼 에듀파인이라는 학교 회계시스템을 도입할지 아니면 유치원에 적합한 별도의 회계시스템을 갖출 것인지를 놓고 현재 논의 중인 단계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버젓이 위법활동을 해온 유치원들의 명단이 공개되었음에 불구하고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계속해서 이용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을 위한 대안 마련 역시 시급하다. 장하나 활동가는 "정부에서 비리 사실이 심각한 기관들 주변에 우선적으로 국공립 유치원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유도해야한다. 현재는 비리 사실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대안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부모들로부터 외면받게 하려면 대안을 정부에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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