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않던 방송가 노동환경, 지속적 문제제기가 변화 물꼬 텄다
꿈쩍않던 방송가 노동환경, 지속적 문제제기가 변화 물꼬 텄다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9.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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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결국 바뀔 것 같지 않았던 방송가 노동환경을 바꾸는 물꼬를 텄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7월부터 방송업종이 특례업종에서 폐지가 되면서 법적으로 주68시간 근무를 지켜야 했지만, 사실상 7월에는 지상파를 포함한 전 방송사의 준비가 미비한 상태였다. 여전히 방송가에서는 밤샘 노동이 일상적이었으며 방송국은 이에 따른 개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지상파들은 언론노조와의 산별협약이 9월로 예정됐다며 그때까지 대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케이블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은 드러나는 대책 마련이 사실상 전무했다.

그러나 언론노조와 지상파가 지난 3일 산별협약을 맺은 것에 이어 7일에는 케이블 채널 CJ E&M과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1일 최대 근무시간을 14시간(휴식시간 2시간 제외)으로 제한하며, 1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준수한다는 내용과 이를 위해 B팀 시스템을 적극 운영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불가피하게 1일 14시간 이상 촬영할 경우 다음 촬영시간을 조정하여 충분한 휴식을 보장한다는 조항과 촬영스케줄과 휴식 일정이 포함된 ‘프로덕션 노트’를 작성해 필요할 경우 외부에 공개한다는 조항 역시 포함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상파와 언론노조 사이 산별협약에도 포함되지 않은 스태프와의 개별 계약을 약속한 점이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이른바 ‘턴키 계약’를 없애고, 개별 계약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 가이드라인에 담긴 것이다.

이와 관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의 탁종열 소장은 11일 미디어SR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변화다"라며 "턴키 계약은 예컨대, 제작사가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조명 감독과 일당 250만원으로 계약을 하면, 조명감독이 자신의 아래에 있는 스태프에게 그 일당은 배분하는 식이다. 이런 계약형태는 사용자를 특정하기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서도 사용자가 방송사인지, 제작사인지, 아니면 조명감독인지가 모호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스태프의 노동계약 형태가 불리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기에 스태프 입장에서는 상당히 열악한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계약 구조의 변화에 CJ E&M 측이 나서 개선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빛센터는 "이를 통해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를 기대해본다"는 입장도 전했다. 한빛센터는 앞서 tvN에서 방영 중인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 드라마 '아는 와이프' 스태프로 부터 근로시간 준수를 어겼다는 제보를 받고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측과 드라마제작환경 개선과 스태프 인권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한편 이외에도 스태프들의 장시간 근로환경을 당연시 여겼던 드라마 현장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은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일일 15시간 촬영과 숙박 적절한 휴식 제공 등을 지켜온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현장에서 대본 탈고 지연 등의 이유로 주당 노동시간이 초과되자 담당 프로듀서가 전체 스태프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 이를 사과하고 개선의 의지를 약속하는 일도 있었다.

해당 문자에서 담당 프로듀서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7월과 8월에는 주당 촬영시간 68시간을 대부분 맞춰왔지만, 9월 들어 대본 탈고가 지연되고 극 내용상 쌍둥이 촬영씬 증가로 인한 크로마 촬영 및 분당 등으로 인한 시간 증가, 주요배우들의 스케줄로 인한 A팀과 B팀의 촬영분량 분배의 어려움 등의 사유로 주 촬영 시간이 84시간30분이 돼버렸다. 이유 여하를 마론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종방까지는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동료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변화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미루는 현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JTBC의 경우에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촬영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었다는 스태프의 제보가 나오고 있지만, 방송사 측은 제작사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탁 소장은 "원칙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지만, 구체적인 개선책은 받지 못해 12일부터 JTBC 앞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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