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프랜차이즈로 확대될까?

가맹점주협의회 이동재 회장(외)과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미스터피자 김홍연 대표. 사진. 서울시

미스터피자 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한다. 가맹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9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이하 미가협)와 본사는 서울시 갈등 중재 속에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상생합의에는 가맹점주들이 그동안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했던 필수구입 품목 중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내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본사식자재 매출의 약 30%(연간 120억원)에 해당되는 규모다.

미가협은 연내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자율구매품목으로 전환되는 25개 품목을 공동구매를 통해 매입원가를 절감하고 원·부자재 공급 구조도 투명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9일 상생협약식에 참석한 김흥연 미스터피자 대표이사는 “이번 상생협약 합의 과정을 통해 가맹본부와 미가협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하나가 될 수 있었다”며 “미스터피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하고 가맹점의 성공을 위한 정책 시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재 미가협 회장은 “이번 상생합의는 가맹점주들의 경제적 공동체 구성을 위한 밑거름을 제공하고 거래관계의 투명성을 담보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구매협동조합을 활용하여 공동구매 외 단체보험, 방역서비스 등 가맹점주의 권익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동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대외환경 악화로 본사와 점주 간 상생협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체결한 상생협약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집단분쟁조정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1월 1일부터 이관되는 가맹․대리점 분야 분쟁조정 업무에 만전을 기해 불공정거래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협의의 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미스터피자의 본사인 MP그룹의 정우현 회장은 지난 해 7월 친인척 운영업체를 중간 과정에 끼어넣어 가맹점에 비싼 치즈를 강매한 혐의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가맹점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본사와 가맹점 사이 갈등 역시 커졌다. 결국 양측은 지난 해 8월 서울시에 중재를 요청했고, 공정경제과와 갈등조정담당관의 협업을 통해 중재절차가 개시됐다. 총 27차례의 공식회의 등의 중재 절차를 통해 이번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미국에서 역시 본사와 가맹점주들 사이 비슷한 진통을 겪은 사례가 있다. 본사가 필수구입물품을 통해 유통마진을 수취한 관행으로 가맹점주들이 집단소송을 진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버거킹과 피자헛 등 일부 가맹본부가 유통마진 수취 관행에서 벗어나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급받는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구매협동조합 설립은 국내에서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이 또 다른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정책국장은 10일 미디어SR에 "가맹점과 본사 사이 다양한 형태로 온갖 불공정이 생기는데, 주로 물류공급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부당하고 과도한 마진 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 수익이 물류 유통 수익이 아닌 가맹점 수익과 연동되는 로열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첫 발을 뗐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 정책국장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한 최저임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급능력이다. 지급능력이 있어야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동물류를 통해 양질의 수익배분 구조를 가지게 된다면 점주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급능력 역시 늘어나 최저임금의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의 사례가 잘 자리가 잡힐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구매협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전문 컨설팅 과 ERP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한다.

한편 이외에도 미스터피자 본사는 가맹점주와 상생을 위해 소유한 자사주 210만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재단법인의 원할한 운영을 위해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복지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상생복지재단을 중심으로 가맹점주 자녀 장학금 지원 등 가맹점주 복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매출이 저조한 가맹점을 대상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고, 우선적으로 점포환경 개선 사업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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