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 사랑하세요?”, “죽을만큼요!”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커플. 사진 김시아 기자

14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국내 성소수자의 최대 축제인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퀴어라운드(Queeround)’라는 슬로건 아래 올해 19번째로 열린 퀴어축제는 ‘퀴어는 어디에도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4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진 김시아 기자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부스행사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 13개국 대사관과 서울시내 각 대학교 성수수자 동아리, 기업, 시민단체 등 105개 단체가 참여했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축제에 이어 두 번째로 부스를 차렸고, 구글, 닷페이스, 러쉬코리아 등의 기업들도 부스에서 퀴어 관련 굿즈를 배포했다.

부스를 연 구글은 "'모두를 위한 구글'을 지향하고 있다"며 "많은 성소수자가 구글에서 일하고 있고, 구글은 성소수자가 일하고싶은 회사,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하며 퀴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구글은 퀴어에 대한 포용성과 다양성을 회사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제로 삼고 있다.

구글이 부스에서 배포하고 있는 카드. 사진 김시아 기자

오후 4시 30분 이뤄진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입구, 종각, 종로2가, 명동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복귀했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6만 명이 참여했다. 퍼레이드에는 퀴어와 이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앨라이(Ally.동맹)’이 함께 행진했다.

한편, 퍼레이드의 행진 경로 곳곳에 개신교계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성소수자전도연합은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는 서울시청 서편, 샬롬선교회는 환구단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는 후천적 성중독의 일종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라며 “동성애자들을 위한 인권운동은 이들이 동성애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반대집회 참가자들. 이들은 동성애를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진 김시아 기자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축제가 이뤄지는 동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축제 참가자들과 반대집회에 참여한 사람들간의 크고 작은 말다툼은 잦은 편이었다”며 "오히려 우려되었던바와 같이 노출 문제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개신교계 및 보수 성향 단체들이 퀴어 축제에 맞불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년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대구와 부산 등에서 열리는 퀴어 축제에서도 비슷하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0일 전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는 기독교 단체가 행진 자체를 막고 방해했었다. 서울 문화축제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있으면 경찰이 잘 처리를 했지만 대구의 경우 경찰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진 김시아 기자

이에 퀴어들의 ‘사랑할 권리를 달라’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태어나보니 ‘퀴어’였다”고 말한 중학생 소라 양(가명)는 “아직도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동성애에 반대한다, 옳지 않다, 아직 미디어에 보여지기는 이르다’라는 말씀을 하신다. 중학생인 나도 깨달은 옳고 그름을 어른들이 아직도 깨닫지 못한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에 참여한 대학생 수현(가명) 씨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 나라와 특정 집단이 찬성하고 반대할 권리는 없다. 오늘 행진을 하는데 상가에 앉아 계신 분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함께 내주시며 손을 흔들었다. 세상은 분명 바뀌고 있고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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