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울산, 경주, 창원, 김해 등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택배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이 되는 것은 크게 '7시간 공짜 노동'과 '물량 빼돌리기'다. 이 두 가지 사안을 두고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떤 쟁점이 있는지, 이들이 각각 어떤 주장을 하는지 미디어SR이 들어봤다. 

지난 10일 열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CJ대한통운의 노조 죽이기 실태 폭로 및 규탄 기자회견'. 제공: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노조, "택배 분류 작업은 공짜 노동" VS CJ대한통운 "작업비 수수료에 포함돼"

택배기사의 하루는 집배장에서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서 물품을 싣고 온 트럭이 집배장에 모이면, 택배기사는 자신에게 할당된 물품을 빼 자신의 트럭에 싣는다. 이를 물품 분류 작업이라고 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물품을 분류하는 데 약 하루 4~7시간이 걸린다.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하면 보통 오후에 물품 분류 작업이 끝난다. 그때서야 소비자의 집에 방문하는 배송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노조는 이 물품 분류 작업을 '공짜 노동'이라고 주장한다. 배송과 관련 없는 일을, 택배 기사가 대가를 받지 못한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집배장으로 출근하면 물품이 모아져 있어 별도로 분류 작업을 할 필요 없이 바로 싣고 배송하면 된다. 물건을 싣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정도로 짧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은 매일 4~7시간에 달하는 분류 작업을 해야 하기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과 각 위탁대리점에 '7시간 공짜 노동 분류 작업 개선'과 '성실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물품 분류 작업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받는 배달 수수료에 물품 분류 작업에 대한 대가가 이미 포함돼 있다. CJ대한통운 홍보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런 구조는 모든 택배사가 동일하다. 이미 대법원과 광주 지방법원에서 노조가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걸었는데 결국 노조가 패소했다. 물품 분류는 택배 배송의 일부인데 노조가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CJ대한통운, "택배 물량 줄이면 과로 해결" VS 노조, "물량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물품 분류 작업이 문제가 되는 또다른 이유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집배장에서 4~7시간씩 물품을 기다리다 보면 택배기사의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이 훌쩍 넘게 된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가 물품 배송량을 줄이면 기다리는 시간도 줄고,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택배기사 본인이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배송량을 늘리면 되고, 돈을 적게 받는 대신 일찍 퇴근하고 싶으면 배송량을 줄이면 된다는 것. 택배기사는 근로시간이 아닌 배송 1건당 일정 수수료를 수입으로 얻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CJ대한통운 홍보실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원래 물량이 많은 편이긴 하다. 하루 평균 300~400개를 배송하는데, 그만큼 타 택배사보다 월 100~200만 원을 더 가져간다. 택배 기사들도 좋아한다. 수익이 많이 나오니까. 만약 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고 싶다면 본인이 물품량을 줄여 물품 분류 시간도 적게 하면 되는 것이다. 자기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배송량을 줄인다고 해서 분류 작업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전국에서 물건을 실은 트럭이 집배장으로 모인다. 여기서 내 물품을 찾아 오늘치 물품이 다 모이면 배송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트럭이 정해진 시간마다 한꺼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온다. 또, 트럭 각각에 물품이 흩어져 있어, 내 물품이 다 올 때까지 집배장에서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 차가 언제 오느냐에 따라 그날 배송 시작 시간이 달라진다. 기사가 배송량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물품 분류 작업을 택배기사에게 맡기는 것은, 물품 분류 작업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는 CJ가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CJ와 협력하는 대리점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다.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다. 근로시간으로 임금을 산정하는 게 아니라, 배송 건당으로 돈을 받는다. 김 국장은 이런 점을 이용해 근로시간에 따라 돈을 줄 필요가 없는 택배기사를 분류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별 두 개가 찍혀 있는 운송장. 제공: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노조, "물품 빼돌리기" VS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배송 거부한 것"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조합원들의 택배 물량을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CJ대한통운이 조합원들의 택배 운송장에 별 두 개 표시를 해, 본래 지역에 있던 조합원 택배기사가 아닌 직영기사나 비조합원 기사가 배송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배송량을 강제로 줄여 조합원들의 수입이 적어지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노조는 이를 '물품 빼돌리기', '노조 죽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물품 빼돌리기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CJ대한통운 홍보실 관계자는 "울산 등 일부 지역 택배 기사들이 배송거부를 했다. 그래도 배달은 해야 하니, 그들이 아닌 직영 기사들이 배송을 해야 했다. 별 두 개는 직영 기사들이 대신 배송해야 할 물품을 표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배송거부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배송 거부, 즉 파업했던 것은 지난 30일 하루였다. 30일 이후 노조는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조합원들의 물품을 다른 기사들이 배송하는, 이른바 물량 빼돌리기가 시작됐다. 김 국장은 "30일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파업을 선언한 적도 없다. 우리는 배송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물품 분류 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 그런데 CJ대한통운은 파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런 물량 빼돌리기가 택배 지연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김 국장은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이 배송하면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우리 조합원이 배송을 하려고 해도 물품이 다른 지역으로 가고 있다"며 " 조합원들이 배송할 의사가 있다고 하면 당연히 물품을 줘야 하는데, CJ대한통운은 직영기사를 동원해 다른 터미널에서 배송을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 CJ대한통운 갈등에 소비자들 "화나지만 응원"

노조와 CJ대한통운의 갈등에 소비자들은 택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SNS에서는 CJ대한통운에서 택배를 시켰다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의량이 많아져 고객센터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게시글도 올라온다. 

반면, 불만만 가지지 말고 왜 택배 기사들이 왜 파업까지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비판글도 올라온다. 한 트위터리안은 "왜 파업한 사람들이 욕을 먹고 있지. 왜 파업했는지는 안 궁금하고 오로지 자기 택배 안 온다고 불평 불만들이시다. 말로는 택배 기사님들 고생한다면서"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에서 2주간 택배를 받지 못한 권도현(20) 씨는 미디어SR에 "2주 전 신발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이러다 여름이 다 갈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하지만, 불공정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해 기사님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들에 김 국장은 "조합원들도 정말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배송 물품이 언제 오냐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배송물품이 없어 매우 미안하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의 입장에서 많이 짜증날텐데,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 다들 미안해 하고 있다. 빨리 사태가 정상화돼서 배송을 정상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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