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심층 조사 중

여자가 결혼하면 남자 쪽 식구에 대한 호칭은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이다. 마치 조선시대 노비가 양반 주인을 부르던 호칭 같아 굴욕적이다. 며느리를 노비로 보는 하대의 개념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아 그렇다. 그런데 아내 쪽 호칭은 어떤가. 아내의 언니를 부를 때는 처형,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 아내의 남자형제는 처남이다. 시댁에는 '님'을 꼬박 붙이는데, 존칭이 없는 호칭이다.

사진. 픽사베이

지난 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국민신문고에 게재된 한 민원이다. 이 민원을 쓴 이는 "시댁과 처가에 대한 남녀 호칭 불평등은 잘못된 것이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국립국어원 국민신문고에는 시댁과 처가의 호칭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해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0~69세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배우자의 집안 및 동생 등에 대한 호칭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배우자의 동생을 부르는 호칭에서 남녀간의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 항목에서 전체 응답자 중 65.8%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의 동생에 대한 호칭을 대체할 만한 것으로는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서술형 항목에는 '이름을 부른다'가 33.8%로 가장 많았다.

배우자의 집안에 대한 호칭, 즉 시댁과 처가에 대해서도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과 관련 이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 항목에서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59.8%,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0.2%로 드러났다. 이 설문조사에서 유의미한 또 다른 결과치는 시가 구성원에 대한 존댓말 관행 개선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고, 처가 구성원에 대한 반말 관행 개선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비율보다 더 높았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은 "상대적으로 시가 구성원에 대해서보다는 처가 구성원에 대한 상대 높임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개선 요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립국어원은 시대에 부합하는 호칭 재정비를 위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보다 적절한 호칭어의 새로운 정책은 2019년도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박미영 연구사는 10일 미디어SR에 "표준언어예절이 지난 2011년도에 나왔다. 보통 국민언어실태를 5년에 한 번 조사하는데 그보다 긴 7년이 흘렀다. 보완을 해야한다는 민원도 있었고, 또 지난 해 사회적 소통 언어 실태 조사 결과, 차별적 호칭어 및 지칭어나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호칭어, 부르고 싶어도 없는 호칭어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외에도 가족 구성원의 형태도 달라지고 결혼한 부부가 과거에는 시댁에 더 밀접했다면 이제는 비단 그렇지 않은 것 등 여러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여성들이 지금의 호칭어나 지칭어가 맞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그렇지만 인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바꿔서는 안되니 올해는 어휘전문가, 언어예절 전문가들을 통해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1년도 표준언어예절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또 삭제해야할 부분 등을 재정비해 더 적절한 연구 결과를 내년도에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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