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추혜선 정의당 의원 홈페이지

노동계 사각지대인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조건 개선 협상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이 시작된 7월에도 여전히 먹구름이다.

지난 4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가 출범했다. 노동계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프리랜서 방송 스태프들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노조가 출범을 알리며 요구한 것은 1) 노동시간 단축 2) 정당한 임금과 초과 노동수당 지급 3) 점심시간과 휴게시간 보장 및 안정적인 식사 제공 4) 8시간의 수면권 보장 5) 야간촬영 종료 시 교통비 및 숙박비 지급 6) 불공정한 도급 계약 관항 타파 및 노동인권 존중 7) 근로시간과 임금이 명기된 근로계약서 작성 8) 차별 금지와 인권 존중 의 총 8가지 항목이다.

현재 노조 측은 본격적으로 노조원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 중이다. 기본적으로 주6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강요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희망연대노조의 이만재 조직국장은 9일 미디어SR에 "7월 1일 이후의 방송 제작 현장에서 68시간 근무시간은 안 지켜지고 있는 곳이 더 많다. 68시간 근무시간을 지키겠다고 하는 방송사에서도 자의적으로 근무시간을 해석해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기준과 다른 경우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 조직국장은 "혹은 하루의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촬영 일수를 줄여 일당으로 받는 스태프들의 임금을 줄이는 경우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사안에 따라 다른 위반 사례들을 취합해서 공론화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방송 스태프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자기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가운데, 방송국의 사정은 그리 좋지 만은 않다.

특례업종 폐지 발표 이후, 수개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업계는 시행 7월1일자까지 제대로 된 대책을 준비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스태프의 처우 개선은 커녕, 정규직 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마련도 미흡한 상황이다. MBC 노동조합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측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노조와 합의된 건이 전혀 없다"라고 전했다. 앞서 MBC 노조 측은 "7월 1일부터 MBC는 위법상태로 돌입한다. 지난 4월부터 노동시간 단축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으나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야 노사협의회가 열렸고 결국 노사의 서면합의 없이 7월1일을 맞게 됐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 SBS, EBS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자사 정규직의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방송국은 비정규직 스태프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뒷전이다. 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경우 계약의 당사자가 방송국이 아닌 외주제작사이다. 따라서 그 계약 조건에 대해 방송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스태프들은 "방송국이 외주제작사를 통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나 개인도급 형태의 고용을 한 배경은 비용절감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선택한 고용제도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한다.

다만, 지상파 방송국들은 언론노조와 오는 9월 방송의 날 전후로 산별협약을 맺겠다는 의지는 보이고 있다. 언론노조의 최정기 정책국장은 "7월 1일자로 68시간 대책과 관련해 노사합의를 완료하고 시행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다들 개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라서 혼선은 있더라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은 제보센터를 통해 들어온 신고는 없다"라고 전했다. 최 국장은 "그래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68시간부터 제대로 지켜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특히 보도국의 경우에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 인식의 개선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역시 비정규직 스태프들이다. 언론노조 측은 "비정규직 스태프들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문제제기와 논란이 있어왔기에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방송사들도 이견은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기에 중장기적인 개선 대책에 대해 논의 중이다. 드라마의 경우, 사전제작을 늘리거나 팀을 복수로 구성해서 운영하거나 하는 식의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드라마를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개선 대책들도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결국 법 시행의 데드라인을 넘긴 방송국이 9월에 얼마나 적극적인 체질 개선의 노력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방송 스태프들은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란 어렵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이들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렵지만 천천히 바꿔나가면 언젠가는 체감하는 변화도 생길 것이라 본다. 또 방송계 노동인권을 지켜보는 사회적 여론에 방송국도 무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장기적인 전망은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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