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6일 저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모여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경영진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권민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기내식 대란'의 정상화와 경영진 교체를 촉구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오늘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의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으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예견된 참사인데 경영진만 몰랐더냐”라는 구호를 외치며 문화제를 이어갔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기내식 대란과 경영진의 갑질 관련 제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권력에 대한 저항과 항의를 의미하는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했다. 또한 기내식 대란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살했다고 추정되는 협력업체 사장을 추모하기 위해 어두운 계열 색상의 옷을 입었다. 문화제에서는 그를 위해 약 3분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협력업체 대표가 세상을 떴다. 그를 묵념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윤성민 학생기자

이날 객실 승무원, 정비, 지상여객서비스, 일반직 등 아시아나항공의 다양한 직종에서 직원들이 모여 경영진을 규탄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도 이날 문화제에 참여했다. 권 시의원은 현직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다. 권 시의원은 “나도 현재 24년차 아시아나 승무원이다. 2011년부더 2013년까지 노조위원장을 할 때, 본사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과 함꼐 뜨거운 햇빛 앞에서 피켓을 들었고, 살이 에이는 추위에도 박삼구 회장을 향해 피켓을 들었다”며 울먹였다.

권 시의원은 “경영진이 잘못한 것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 국민들 앞에 처참하게 기내식 사태로 나타났다. 금호그룹은 아직도 빚을 갚고 있고, 그 최전방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경영진이 잘못한 것을 왜 우리가 최전방에서 총알받이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며 소리쳤다.

이기준 객실승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자유발언을 통해 “어느 한 사람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그리고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판단 미스로 기내식 사태의 대란을 맞이하게 됐다. 승무원들은, 손님들의 욕설 등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뒤돌아서 울었다. 이 자리는 그런 목소리들을 하나씩 모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모아 만든 것이다. 책임자가 물러나겠다고 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 소리 높여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지상항공여객서비스연대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핫밀(Hot meal) 드실 때 승객은 노밀이었다. (우리들은) 굶어가며 일했습니다. 오히려 승객들이 묻는다. 식사를 하면서 하냐고. 박삼구 회장은 뉘우치지 않는 것 같다. 박삼구 회장은 사과하고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켓을 나눠주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권민수 기자

기내식 대란으로 승객들은 불편을 겪고, 승무원들은 배를 곯아가며 비행해야 했다. 문화제 참여자들은 기내식 대란은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실패로 발생했으나 막상 현장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은 승무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여한 승무원 A씨는 “승무원들이 굶어가며 일했던 날도 있었다. 우리보다 승객이, 어린아이가, 노인의 식사가 더 중요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기내식 대란이 일어나도 어떠한 지침이나 시스템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승무원들이 모두 소통하며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승무원 B씨는 “기내식 대란은 공장에 불이 나 기내식이 끊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공정하지 않은 계약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다. 심지어 협력업체의 대표마저 돌아가셨다. 법으로 공명정대하게 잘잘못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화제에서 아시아나 직원들은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가면과 피켓을 나눠주고, 촛불을 나눠줬다. 한 참가자가 아시아나 승무원을 상징하는 스카프를 혼자 손목에 매지 못하자, 일면식도 없던, 또다른 승무원이 직접 두 손으로 스카프를 매주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한 승무원이 아시아나 스카프를 손목에 매지 못하자, 옆에 있던 직원이 도와주는 모습. 권민수 기자

대한항공에서도 지원을 나왔다. 이날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아시아나항공 문화제 옆에서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문화제에 참여한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본인의 욕심만 추구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회장의 행태가 비슷해 퇴진을 요구하고자 함꼐 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촛불 문화제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에서 시작됐다. 지난 1일 아시아나의 비행기에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않으면서 수십 편의 비행기가 지연됐다. 아예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채로 출발한 항공편도 있었다. 아직까지 사태는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LSG 스카이셰프와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5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왔다. 올해 2018년 계약이 만료될 시기, 아시아나항공은 LSG에 계약을 연장하려면 1,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라고 요구했다. LSG가 이를 거부하자,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사 게이트고메스위스와 아시아나항공의 합작사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는 이달부터 신규 기내식 공급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고자 했다. 그러나 GGK의 공장에서 불이 나, 임시로 샤프도앤코코리아와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샤프도앤코코리아의 기내식 생산량은 아시아나항공이 필요로 하는 양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이에 현재와 같은 '기내식 대란'이 일어나게 됐다.

촛불 문화제는 8일 오후 6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한 번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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