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까지 갈 길은 멀다

사진제공. 법무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청구한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지휘서에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지침을 내리는 일은 드문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관 조정합의안에 따르면, 이제 검찰은 경찰에 이런 지시를 내리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번 조정합의안에 핵심 내용이 경찰이 모든 사건의 1차적 수사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검찰로 송치 전에는 검찰의 사건 지휘가 불가능하다.

조정합의안의 핵심은 경찰이 1차 수사에 더 많은 자율권을 갖게 됐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이번 수사권 조정 개혁안의 취지가 검경의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의 관계가 되도록 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검경 양 기관의 관계는 기존의 수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됐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균형을 지키라는 것이 이번 조정 합의문의 원칙이다.

검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된 부분도 눈에 띈다. 다만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 금융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 등에 대해서는 검찰도 직접적 수사권을 가진다.

검찰은 이런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송치 후 수사권·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정당한 이유없는 보완수사요구 불응시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경찰의 수사권 남용시 시정조치 요구권·시정조치 불응시 송치 후 수사권·기소권 등을 갖는다. 즉, 경찰의 자율이 강화되는 동시에 검찰은 사법 통제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에 대한 조정은 개헌 이전에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 우려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자치경찰제 역시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주 외에 서울과 세종에서 내년부터 운영되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22일 미디어SR에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면 수사하는 도중에 검찰이 지휘를 하지 못하게 된다. KT 사건처럼 검찰이 간섭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라며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진정한 수사권 조정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법 개정까지의 길은 험난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사실 검경의 진정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는 경찰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해야 하는데 헌법 개정이 달려있는 문제라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검찰에서 사후 보완수사 요구권, 징계와 감찰요구권을 인정해주어 과연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의미가 있을지 우려된다는 내부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의 수사를 법령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입장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경찰의 영장신청에 대한 심사와 경찰의 수사권 남용시 사건 송치 요구 등을 통해 경찰 권력도 견제될 수 있다"라며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역시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라고 밝혔듯,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 개정 등 시행에 앞서 처리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활동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 개정이 논의된다는 점이 허들이다. 여야의원들로 구성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올 초 구성되었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의 이슈로 충돌이 심했다. 이런 마당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기한 연장 등 사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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