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사진. KT

국회의원들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KT 전·현직 임직원 4명에 대해 경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일명 '상품권 깡'(상품권을 구매한 후 이를 되팔아 일정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 하는 방식)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4,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KT 관계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구현모 현 사장과 맹수호 전 사장도 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KT의 CR부문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 등을 구입한 후 업자에게 바로 현금화(깡)하는 수법으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1억5000여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KT 입장에서 공식적인 예산 편성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후원금은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후원되었으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는 사장을 포함한 고위 임원 등 총 27명이 동원됐다. 이렇게 동원된 임직원들의 인적사항 역시 국회의원 보좌진에 전달돼 KT의 자금임을 확실히 인지하게 만들었다. 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19대 46명(1억6900만원)과 20대 66명(2억7290만원)이다. 중복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99명이다.

19대와 20대 국회의원에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 규모. 사진. 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 관계자는 18일 미디어SR에 "여야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고 당별로 고르다"라며 "개별 적으로 전해진 규모는 몇백에서 천만원이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들 중 일부 의원실에서는 단체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처럼 국회에 불법 정치후원을 하게 된 동기는 지난 2014년~2015년 합산규제법 저지와 2015년~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관련된 은행법 개정 등에 대해 KT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개정 등 현안 업무에 대한 국회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외에도 후원금을 제외한 7억여원은 경조사비나 접대비로 사용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경찰은 "해당 비용은 영수증 등 증빙·정산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회계 감사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 황 회장 측은 "국회에 대한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이 내용은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다. CR부문의 일탈행위로 판단한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한 임원은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회장까지 보고가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KT 측 법인자금을 후원회 계좌로 입금받은 국회의원실 관계자 등을 일부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또 일부 의원실에서 정치우원금을 지역구 내 시설 및 단체에 기부하도록 요구한 건 및 지인 등을 KT에 취업할 수 있도록 요구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