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분배되지 못했다는 전제 하에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국정전략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핵심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제도,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맞았습니다. 30년 역사의 해, 7530원의 최저임금은 전년도 금액 대비 역대 최고 인상액을 기록했습니다. 또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매끄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미디어SR이 2018년의 최저임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최저임금 제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입장을 짚어보았습니다. 정부의 구호 속에서도 여전히 제도가 지켜지지 않는 시장의 사각지대를 전하고, 현장 속 딜레마들을 통해 제도와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제공: 픽사베이

# 서울시 강남구 유명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는 견습생 강(22) 씨. 바리스타전문자격증을 따고 지난 해 말 운이 좋게 구한 일자리다. 하는 일은 주문을 받고, 식자재를 정리하거나, 간단한 커피 로스팅, 뒷정리 등을 하는 노동이다. 사실상 일하는 시간은 많지 않고 전문 바리스타들의 라떼 아트 등의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바리스타가 꿈인 강 씨에게 이 일은 유명 바리스타들의 커피 제조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꿈같은 기회다. 강 씨가 받는 시급은 7,530원이다.

# 서울 용산구 유명 레스토랑 주방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학생 정(24) 씨. 유럽 등지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정 씨는 한국에 돌아와 깜짝 놀랐다. 견습생이 돈을 받고 일한다는 것은 해외에서는 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학시절 주방에서 견습 요리사로 일할 당시에는 특별히 정해진 월급이 없어 작게 주급을 받거나 숙소나 음식만 제공받는 경우가 다였다. 정 씨는 "교육에 대한 대가로 노동력을 지불한다"는 개념이 확실했다고 한다.

# 서울 모 여대 앞에 위치한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박(21) 씨. 일하면서 배울 견습생을 구한다는 모집공고에 지원해 일을 시작한지 5개월, 고민이 많다고 한다. 하루 8시간 근무, 점심시간도 잘 지키고 초과근무도 없지만, 대학가 앞이어서 손님이 끊이지 않다 보니 시술을 지켜보거나, 조언을 들을 새 없이 약품을 옮기고, 통을 비우고, 쓰레기를 정리하느라 하루가 다 간다는 것이다. 최저시급은 받고 있는 견습생 박 씨. 그런데 정작 견습은 하지 않는 듯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견습생 신분이라는 점, 받는 돈의 가치보다는 배움의 가치를 노동의 대가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고용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견습생이나 인턴을 뽑기엔 부담이 크다. 당장 투입 가능한 노동력이 필요한 마음에서다.

현장에서 일을 배워보고 싶은 젊은이들은 많고, 돈을 주고 뽑으려 하는 고용주들은 적다 보니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가르치지는 않고 보수도 지급하지 않는 ‘열정페이’가 성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에 보이는 것처럼 노동의 형태는 다양하고, 지불 가치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그런데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려 하면 고용 감축, 혹은 열정페이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에 해외는 다양한 방법으로 임금의 적용 방식을 정하고 있다.

영국은 오래 전부터 나이, 숙련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시급을 지급하는 차등화된 국가최저임금제도(National Minimum Wage)를 시행해오고 있다. 2017년 기준 교육이 필요한 숙련근로의 경우 3.5파운드(약 5000원)로 가장 적은 금액을 받는다. 가르침 또한 노동의 대가에 포함하겠다는 의미다.

비숙련 근로의 경우 만 18세 미만은 4.05파운드(약 원), 18-20세 5.60(파운드(약 원), 21-24세 7.05파운드(약 원), 25세 이상은 7.50파운드(약 1만1500원)의 최저 시급을 적용 받는다. 이렇게 연령과 근로기간에 따라 에 따라 차등을 둠으로써 견습생 고용률을 늘릴 수 있었고, 대학 졸업 후 취업률도 높일 수 있었다. 프랑스도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했다.

산업별로 차등화하는 나라들도 많다. 일본의 경우 4개 권역으로 구분된 지역별 최저임금을 토대로 노사의 요청에 따라 업종 최저임금을 차등화한다. 캐나다도 건물 관리인, 경비원, 어업·농업 근로자 등은 노사의 계약관계에 따라 임금을 정한다.

한편, 이러한 최저임금 차등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한다는 비판도 할 수 있겠다. 업종별·지역별 임금 차등이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벌릴 수도 있고, 또 다른 ‘열정페이’와 같은 사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정부의 미세조정이 필요할 때다. 우리는 1986년 12월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4조)’고 규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산업별 차등 적용을 한 건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뿐이었다. 정부의 미세조정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는 것은 물론, 청년들의 현장 실습도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①] 최저임금, 왜 필요할까요?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②]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연착륙 하려면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③]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한 '아르바이트' 현장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④] 다양한 노동 형태와 가치.. 정부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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