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분배되지 못했다는 전제 하에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국정전략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핵심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제도,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맞았습니다. 30년 역사의 해, 7530원의 최저임금은 전년도 금액 대비 역대 최고 인상액을 기록했습니다. 또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매끄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미디어SR이 2018년의 최저임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최저임금 제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입장을 짚어보았습니다. 정부의 구호 속에서도 여전히 제도가 지켜지지 않는 시장의 사각지대를 전하고, 현장 속 딜레마들을 통해 제도와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도 전합니다. [편집자 주]

편집: 권민수 기자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지 약 반 년이 지났다. 2017년 6,470원에서 16.4% 오른 값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8% 상승률을 보인 것에 비해 급격한 상승이었다. 

매일 같이 최저임금이 올라 고용이 줄어들고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등의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숨통이 트인다"고 말한다.

최저임금을 받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저임금은 하나의 '생명줄'이다. 최저임금이 없었다면 살기 더 팍팍해졌을 것이라 말하는 근로자들.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미디어SR이 알아봤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 삶을 위한 것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식비, 주거비, 교통비, 보건비, 세금, 양육비 등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존재한다. 이런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법적으로 정해둠으로써 근로자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수준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룰 세터(Rule Setter)로서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의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용우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원래 최저임금제도는 민법의 논리에는 전혀 맞지 않다. 원래 임금이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롭게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양 당사자에게 맡겨두기엔 우려되는 것이 많다. 이에 최소한의 임금을 국가가 보장할 수 있도록 헌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 최저임금을 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만약 사용자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 근로자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사용자가 근로감독을 받게 하거나 형사 처벌을 받는 등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근로자의 '무기'가 되는 셈이다. 

이런 최저임금제가 없으면 어떨까? 과거를 되짚어보자. 최저임금 제도가 없었던 1970년대 중반, 지나친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행정지도를 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1980년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만들었다. 

최저임금이 보장되자 저임금 근로자의 삶은 조금 더 나아졌다.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비교적 줄어들고, 근로자의 일정 수준의 생계가 보장돼 이전보다 근로자의 삶이 안정됐다. 

최저임금제가 없었다면 근로자의 생활 수준은 더 나빴을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중상위 계층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변호사는 "최저임금을 토대로 임금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상위 계층에도 영향을 주는 게 분명히 있다. 최저임금제가 없어 더 싼 임금을 주고 근로자를 데려올 수 있으면 전체적인 노동 시장이 하향 평준화 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제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낮은 임금 수준이 됐을 것은 뻔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일하는 대학생 권혜진 (가명, 20) 씨는 "만약 최저임금제가 없었다면 지금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도 최저시급만 고수할 정도로 노동비 절감에 힘쓰는데. 법적인 보호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삶의 질이 더더욱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도 쪼달리는데.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오르니 살만하다"

대학생 권혜진(가명, 20)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나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고 말한다. 권 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일주일에 세 번, 5시간씩 한 달에 약 60시간을 일한다. 지난 2016년 권 씨의 한 달 월급은 세후 약 45만 원(주휴수당 포함)이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권 씨의 월급은 55만 원~60만 원으로 올랐다. 

권 씨는 용돈 없이 아르바이트 월급으로만 대학 생활비를 충당했다. 45만 원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풍족하게 누릴 만한 액수는 아니었다. 아르바이트에 쓰는 시간만큼 대우를 받는 것 같지도 않았다. 대학 생활과 병행하느라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릴 수도 없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권 씨는 '숨통이 트일' 정도가 됐다. 권 씨는 "마음이 더 풍족해지고,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올라갔다. 소비도 예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자존감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권 씨는 "월급이 올라가니 내 가치가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 것이 무척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외쳐온 "최저임금 1만 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는 말을 최저임금 근로자가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아르바이트생 2044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 후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은 전체의 55.0%(복수응답)이었다. 긍정적인 변화로 '시급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라는 응답이 82.6%(복수응답)로 '적은 시간을 일하고도 이전 수준의 수입이 가능하다'(51.0%), '근무 집중력 등 자세 변화'(19.9%), '시간외근무 압박 감소'(14.1%) 등이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부담의 증가와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반면 부정적인 변화로는 '일자리 감소에 따른 구직난'이 69.6%였다. 이어 '오래 일할 아르바이트 자리 감소'(44.8%), '급여를 덜 주기 위한 꼼수'(37.5%) 등이 있었다. 앞으로 정부와 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었다.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①] 최저임금, 왜 필요할까요?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②]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연착륙 하려면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③]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한 '아르바이트' 현장
[최저임금 7530원 시대④] 다양한 노동 형태와 가치.. 정부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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