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회혁신 사례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빌바오는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및 도시 재생을 통한 친환경 문화도시로 재창조됐다. 제공 : 픽사베이

요즘 공공기관의 가장 예민한 관심용어는 단연 사회가치구현입니다. 각종 설명회도 참가하고 관련 책자들도 세밀하게 봅니다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소한 말들만 나오고, 기존에 알던 용어들도 지금은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임팩트(impact)와 거버넌스(governance)가 대표적입니다.

# 거버넌스와 임팩트

통치, 관리, 통치방식. 거버넌스에 대한 사전적 설명입니다. 하지만 학술전문 용어사전이나 관련 전문서적에서는 상당히 다르게 진전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10년사이 등장한 핵심적인 정치학 키워드. 정부와 구분되는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행위자 사이 네트워크 방식의 수평적인 협력 구조.’

학술용어답게 바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국가경영 공공경영이라고 번역되며, 최근에는 행정을 '거버넌스'의 개념으로 보는 견해도 확산. 국가와 정부의 통치기구 등 조직체를 가리키는 ‘government'와는 전혀 다른 개념. 거버넌스는 크고 작은 지역사회에서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조직에 의한 행정서비스. 정치 행정적 측면 보다는 경영적 측면에 비중을 둔 뉘앙스. (이해하기 쉽게 쓴 행정학용어사전, 새정보미디어)’

사회가치 구현을 고민하다가 왜 거버넌스를 만나게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협치(協治), 망치(網治), 공치(共治)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거버넌스라는 용어로 통일. 정부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유일한 존재가 아니며, 정부의 강제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함. 즉, 민간부문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다양한 수준의 정부조직간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거버넌스 이론의 핵심. (거버넌스 신드롬. 이명석. 성균관대출판부)’

‘거버넌스 신드롬’에서는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에서 탈피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최종 결정권자가 없는 집합적 행동, 국가를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정책입안, 공공과 민간 행위자 간 협력 및 자기조절 등의 특성을 갖습니다.

’영향, 충격‘이란 사전적 의미의 임팩트도 보지요.

’감정이입‘을 뜻하는 ’Empathy‘와 사회적 연대라는‘Pact’가 결합된 용어인데 사회적 연대 경영이란 말로 통칭. 임팩트경영은 동반자 관계 설정,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과 함께 공존하는 경영을 추구.(한경 경제용어사전)

사회적 가치추구로의 임팩트는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선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는 재무 수익과 함께 예측 가능한 사회 또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목적의 기업과 단체, 그리고 펀드들에 대한 투자입니다. 임팩트 투자자는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하는 기업과 비영리 단체 및 펀드를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 노력합니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간접적이고 중장기적인 사회가치 구현방식으로 충분한 고려대상입니다.

임팩트금융은 '임팩트 투자'와 '마이크로파이낸스'를 결합한 말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소액대출, 즉 마이크로파이낸스를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임팩트 금융이란 말은 구미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용어이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한국임팩트금융의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혁신과 공유가치

사회혁신이나 공유가치 역시 사회가치 구현 계획서 작성과정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용어들입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이해할 수도 있으나 한꺼풀 들여다 보면 사실 사회가치 구현의 핵심용어입니다.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적 조직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확산시키려는 혁신적인 행동과 서비스(한국행정연구원 이슈페이퍼 통권 61).‘ 사회혁신에 대한 학계의 정의입니다. ’사회적인 목표를 이루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고 각기 다른 참여자들이 이를 이루기 위해 협력한다’고 부연합니다.

사회혁신 전문가들은 이를 다시 세가지 측면에서 보완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보통 기존요소들의 새로운 결합이나 혼합의 결과물. 구성 요소간 경계가 없는 조직이 사회혁신 성패의 전제. 개인과 그룹간 새로운 사회적 관계 설정‘. 즉 사회혁신은 ’기존 활용 사례중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결과물로 나타나는데, 참여와 공감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간 선순환 생태계가 성공적 혁신의 전제조건‘이라는 말로 요약 가능합니다. 사회혁신을 앞서 주창하고 나선 영국의 제프멀건은 ’이것이냐 저것이냐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필수불가결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공유가치는 모든 조직 구성원의 핵심가치인데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포터가 2011년 ‘공유가치 창출’이란 용어를 제시하면서 기업의 사회책임활동 분야에서 일반화된 개념입니다. 사회적인 수요를 기업경영에 접목함으로써 기업과 사회 모두 가치있는 부가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론으로 관련 학자들은 기업의 단순한 사회책임, 사회공헌활동과 구별하고 있습니다.

#주민의 참여와 공감에서 답을 찾는다

사회가치 구현방안을 찾아나선 공공기관에게는 임팩트와 거버넌스, 사회혁신과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4개의 새로운 용어의 접점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들 용어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목표는 더 나은 사회, 방법은 시민의 주도적 참여와 생태계입니다. 주민의 참여와 공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작업이 공공기관에게 부여된 사회가치 구현인 것입니다. 특히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스스로 기획한 사회적 기여방안보다 지역사회가 원하는 사업을 지역사회와 함께 실행해 나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봅니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사회가치 구현은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를 그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혁신과 공유가치 창출의 조화에 목표를 둬야 합니다. 보다 살기좋은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혁신사업과 공공기관의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사업을 연결하는 매칭작업이 필요합니다. 주민 숙원사업과 사회혁신 취지에 바탕한 사업을 공공기관은 물론 인근 기업들까지 실행에 나서는 과정에서 공공기관과 지역사회에 똑같이 의미있는 공유가치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본사의 지방이전 이후 겪고있는 지역사회와의 갈등해소 역시 이 과정에서 촉진됩니다.

이러한 성공적 거버넌스가 지역내 네트워크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이룰 때 사회혁신은 물론 더 나은 지역사회가 가능합니다. 임팩트 활동이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과 주의 주장이 완전히 배제돼야 합니다. 지난 수차례의 국가적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현실적인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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