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입니다. 환경부 긴급조치에도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부처 합동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지구가 더는 인류의 쓰레기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미디어SR은 최근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순환경제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분리수거. 하지만 페트병의 라벨은 제거되어야 하며, 비닐 등 소재가 다른 것은 분리되어야 한다. 사진.권민수 기자

많은 환경단체들은 한국이 분리수거에 대한 관심이 높고 상대적으로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고 있었던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쓰레기 대란 사태를 통해 확인이 되었듯, 제대로 된 분리수거 방법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연경 활동가는 12일 미디어SR에 "우리나라가 분리수거는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다만 올바르게 하고 있지는 못했다. 이번 쓰레기 대란 사태를 기회로 제대로 된 분리배출법에 대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제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김태희 사무국장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리배출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잘 하는 편이다.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재활용을 강조하는 나라라서 그렇다. 땅덩이가 좁다보니까 재활용이 아니면 답이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재활용 보다는 매립을 택한다"라고 전했다.

한국 분리수거, 기초는 있지만 섬세함이 떨어져

분리수거의 기초는 있지만, 섬세함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김태희 국장은 "그동안 분리 배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 비닐을 분리배출 해야한다는 것은 다 알지만, 이물질이 묻은 비닐은 분리배출을 해서는 안된다라는 구체적인 것들을 대부분 모르고 있지 않았나. 또 종이박스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했고 실천도 적은 편이었다"라며 "이번 기회에 그런 구체성들이 널리 알려진 부분은 확실히 있다"라고 말했다.

강서구에 사는 이진선 씨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비닐이나 페트병을 깨끗이 씻어서 분리수거를 하라고 안내 방송을 했다. 이후에는 당연히 깨끗이 씻어서 분리 배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구에 사는 황은경 씨 역시 "아직은 관리사무소에서 분리수거에 대한 지침을 주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를 대비해 분리수거를 할 때 신경을 더 쓰는 편이다. 좀 더 깨끗하게 분리배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에 사는 사희정 씨는 "재활용 대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아직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에 대한 지침이 없어 여전히 분리수거가 깔끔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음식물이 묻은 채로 분리수거가 된 폐기물들을 보면 안타깝다. 아파트에서 안내방송을 해 분리수거의 구체적인 지침을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쓰레기 대란 이후, 분리수거의 구체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일본 분리수거, 국민적 수준 상당히 높다

분리 수거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분리수거를 섬세하게 하는 편이다. 일본에서 11년을 산 최윤정 씨는 "일본은 분리수거가 철저하게 지켜진다. 공동주택의 단지 내 쓰레기장을 가보면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는 폐기물들에 놀라곤 한다. 그 폐기물들을 그대로 가져와 써도 될 정도로 깨끗하게 씻어서 내놓는다. 어려서부터 분리수거의 구체적인 지침들을 가정 등에서 확실하게 보고 배우게 된다. 한국에 와서 의아스러웠던 것은 쓰레기 버리는 방법에 대해 일상 속에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 씨는 "일본인들의 준법정신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기업에서도 제품을 생산할 때 재활용의 용이성을 염두에 둔다. 음료수 페트병의 경우, 라벨의 분리가 매우 용이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쓰레기 대란 사태로 기업 자체에서도 제품 포장재를 생산할 때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김연경 활동가는 "일본의 경우 다수 제품들의 소재가 단일화 돼 재활용이 상당히 용이하다. 라벨을 부착할 때도 본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국내 기업에서도 일본의 사례들을 적극 참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태희 국장은 "업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마케팅 측면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제품에 인쇄만 하지 않아도 재활용이 훨씬 용이하다. 또 재료를 단일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페트병의 경우 색깔이 들어가면 재활용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진다"라고 말한다. 이런 문제제기들이 공론화 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에 대한 관심과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마포구에 사는 이승미 씨는 "평소에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사먹는데, 색깔이 들어간 페트병이 재활용이 복잡하다고 해서 병맥주를 선호하게 됐다"라며 "재활용 과정이 복잡해진다면 굳이 페트병에 색깔을 입힐 필요가 있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독일의 판트, 분리수거의 힘 기르다

독일 역시도 분리수거가 상당히 잘 지켜지는 나라 중 하나다. 300일 동안 해외 녹색기업들을 탐방해온 Project GET의 임원섭 씨는 "독일은 공병 보증금 제도 판트(Pfand) 때문에 분리수거가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판트는 음료를 판매할 때 페트병과 유리병 등의 보증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판트는 페트병, 유리병, 캔 등에 적용되어 있어 대다수 제품들을 구매할 때 한국에 비해 보증금이 적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넓다.

또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 역시 상당히 편리하다고. 마트 내에 공병 수거 기계가 있어 기계를 통해 공병을 넣으면 보증금이 환급되거나 마트 내에서 보증금 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주말 아침이면 판트 기계에 줄을 서 공병 수거 작업을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임 씨는 "유럽이라고 모든 나라의 분리수거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한국처럼 지역마다, 사람마다 당연히 다르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북부는 분리수거가 잘 지켜지지만 남부는 잘 안되는 편이다. 또 프랑스의 경우에는 거리에도 쓰레기가 제법 눈에 띈다. 오히려 프랑스는 민간기업에서 재활용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분리수거의 기초체력이 상당한 한국의 경우, 쓰레기 처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진 현 시점 그 구체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진다면 일본처럼 분리수거 선진화가 될 가능성 역시 높다. 또 독일의 판트 제도처럼 재활용 범위 확장 및 손쉬운 분리수거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만하다. 물론, 민간 차원에서의 분리수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 자체에서도 재활용이 용이하거 분리수거가 쉬운 포장재 등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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