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BC 상암 사옥

 

최근 방송인 김생민의 성추행 사건은 그의 검소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좋아했던 대중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그의 성추행이 단순 충격이 아닌,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온 이들이 있었다. 바로 그가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의 프리랜서로 일을 하던 스태프들이다.

데뷔 이후 첫 전성기를 누리던 김생민이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만 총 10개. 그 중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은 김생민의 이름을 걸고 만든 프로그램이기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바로 이런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프리랜서 스태프들은 하루 아침에 자신의 수입원이 끊기는 셈이다.

비단 김생민과 같은 사태만이 아니다. 방송가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 요인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폐지 되는 경우들이 종종 일어난다.

프리랜서이기에 업무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이미 촬영과 편집을 마친 이후에 불거진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방송에 나가지 않는 경우다.

10년차 방송작가 A씨는 "프로그램이 방송에 나가지 않으면 촬영과 편집을 마쳤다고 해도 100% 약속된 페이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부 금액을 받는 경우들이 다수인데 이 마저도 PD 등 메인급 스태프의 재량으로 줄 수도 있고 안 줄수도 있는 구조다"라고 전했다.

14년차 방송작가 B씨 역시 "방송작가의 경우, 페이의 지급 기준이 업무의 완결이 아니라 방송 여부이기 때문에 결방이나 폐지의 경우에는 페이 지불이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송작가들의 불안정성 때문에 지난 해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출범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이런 불안정을 타파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에 방송사나 제작사 측에서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결방과 지연, 폐지가 발생할 경우 최소한의 위약금이 작가들에게 지급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미지 방송작가지부장은 미디어SR에 "표준 계약서 내에 계약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계약 기간 내 프로그램 결방과 지연, 폐지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면 최소한의 위약금을 작가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방송사 그리고 제작사에게 촉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이와 관련,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미디어SR은 지상파 3사 측에 '방송작가들과 같은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결방,지연,폐지가 될 경우, 이미 완료된 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이 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방송국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공통적으로 던졌다.

이에 MBC의 정책담당 관계자는 "아직은 이와 같은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만약 요청이 들어온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SBS 홍보국은 "정책팀에 문의한 결과, 다수의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가다보니 계약기간이 존재한다. 계약기간은 보통 방송종료 시점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그 전에 불가피한 외부요인으로 폐지가 된다거나 하면, 최대한 4주 전에 통보를 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를 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그 외에 올림픽 등과 같은 이슈로 결방이 되는 경우에는 완제품을 만든 상태에서 결방이 되면 100% 지급이 되며, 생방송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방송이 나가지 못하면 규정에 따라 이보다 적은 비율로 지급이 되고 있다. 또 방송 작가들의 페이 지급이 메인 스태프로 인해 좌우되지는 않는다. 메인 스태프가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작업의 완결성을 파악해 담당 부서에서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라고 전했다. KBS의 경우, 홍보국 내에 이를 문의했으나 명확한 담당자가 없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SBS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프리랜서 노동자들에 대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들려줬다. 하지만 이런 SBS 조차 지난 2월 '뉴스토리' 작가들에 일방적인 해고 통보로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토리' 작가들은 "SBS가 '계약기간 중 개편, 편성변경, 프로그램 폐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계약만료일 이전이라도 계약이 즉시 종료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적시된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해고된 작가들은 현재 공식사과 및 사태 경위 조사 및 책임자 징계,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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