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권민수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블랙리스트 논란에 사과로 전면 대응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영진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사과와 추후 계획을 발표하기 위한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을 4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었다.

먼저 오석근 영진위 위원장이 나서 “영진위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공식 사과했다.

영진위는 1999년 영화진흥공사에서 민간자율기관으로 바뀌어 영화에 관한 지원 역할을 위임받는 범국가부문의 전문기구로서,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지만 정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분권자율기관이자 준정부기관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정부와 청와대의 지시를 각종 지원사업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편법 심사를 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오 위원장은 "영진위 구성원 모두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일원이자 공무수행자로서 영화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투철한 공공성에 입각한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참석한 조종국 사무국장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책에 대해 "문체부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이름의 끝에 제도개선위원회가 붙어 있다. 앞으로 대안 마련과 후속 조치에 상당한 방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부정한 일의 핵심은 결정권을 특정인이 행사하는 프로세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직제개편 등을 통해 편제를 새로 갖출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실질적으로 외부의 입김이나 부당한 지시가 집행되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를 잘 하도록 할 것이며 실무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이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와 같은 것은 단기적인 처방이다.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특위에서 적절한 효율적인 방안을 수립해 조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도 말했다.

조종국 사무국장은 사무국의 직제 개편과 인사에 대해 발표했다. 영진위는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기획조정본부, 지원사업본부, 산업기반조성본부로 구성하고, 그동안 영진위에 많은 주문과 요구가 있었던 정책연구와 공정환경 조성을 강화하기 위해 영화정책연구원과 공정환경조성센터를 사무국장 직속으로 독립시켰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진위가 여성 인재를 핵심 보직에 앉혔다는 것이다. 조 국장은 "여성 인력을 재배치했다. 지금까지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도 말했다. 영진위는 이번에 지원사업운영팀장으로 태은정 팀장을 중용, 최초로 여성 팀장을 배출했다.

이후 김현수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구성한 '영화진흥위원회 미래설계 TF'의 논의 과제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독립, 예술영화 지원/ 영화산업 활성화 및 공정환경조성/ 영화인력 직업안정/ 영화 문화, 교육, 향유/ 한국영화 국제화/ 정책연구/ 기술 총 7개의 카테고리에서 현재 존재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그 내용.

영진위는 '아시아 영화진흥 기구 설립'과 '영화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위한 한국영화 제작보증기금 조성', '초, 중, 고 공교육 영화과목 정규화 추진' 등의 새로운 역점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아시아 영화진흥 기구 설립에 대해 "고도 성장세를 보여왔던 영화시장은 최근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동남아 등 아시아로 진출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영화 문화유산 보존과 대중의 접근을 확대하고, 아시아 영화인재 교육 등의 사업내용을 담고 있다. 아시아영화진흥기구를 기반으로 한국을 아시아 영화산업 허브로 육성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영진위는 중소 영화사들의 창작 활동을 위한 자금 융자가 어려운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영화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기구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또, 초, 중, 고등학교에서 영화과목을 의무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공교육 교과목으로 편성해 영화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영진위에 영화교육 담당 부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 역시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여론환기 및 영화교사 양성, 교재개발, 창작과 감상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면 사과로 쇄신의 뜻을 확고하게 밝힌 영진위. 영화계의 신뢰를 회복해 주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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