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차별적 발언이 자막으로도 등장한 KBS 방송화면

 

"여자 선수가 하기 힘들거든요."
"곱고 약하게 생겼는데 강인함을 선보였어요."
"우리 여자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 지난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이번 동계 올림픽 모니터링은, 양평원의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이다.

지상파 방송3사 325개 경기 중계방송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모니터링 결과, 문제성 발언은 총 30건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별로는 KBS가 20건(66.6%)로 가장 많았고, 이어 MBC와 SBS가 각각 5건(16.7%)로 뒤를 이었다. 문제성 발언자의 비율은 남성 중계진은 전체의 79.4%인 27명, 여성 중계진은 20.6%인 7명이었다.

양평원은 "방송 3사 전체 중계진 499명 중 여성은 124명(24.8%), 남성은 375명(75.2%)이었으며 특히 캐스터 수 구성비를 살펴보면 여성 16명(3%), 남성 211명(97%)으로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설자 수 역시 남성이 164명(60.3%)로 여성 108명(39.7%)을 크게 웃돌았다.

양평원이 지적한 성차별적 내용은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을 하거나 여성성/남성성에 대한 강조,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로 나타났다.

사례로는 컬링여자예선을 중계한 KBS에서 해설위원이 "여자 선수가 한 방짜리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되거든요"라며 여성 선수에 대한 고정 관념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고,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를 중계한 SBS의 해설위원이 "이 선수는 차별화는 성공했어요. 곱고 약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강인함을 선보였어요"라며 여성성과 관련된 고정 관념에 입각한 해설을 했다. 또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을 중계한 KBS의 해설위원은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자선수들"이라고 말했고, 이에 또 다른 해설위원이 "(여자선수들이 예쁘다고 말한) 해설위원님도 지금 많이 예뻐졌어요"라며 불필요한 외모 언급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이외에도 선수들의 사생활, 나이에 대한 언급은 물론, 방송 수위를 넘는 선정적 발언까지도 있었다.

양평원 측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동계 올림픽 사상 여성 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남긴 반면 미디어 속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중계진들의 젠더감수성 교육 및 언론·방송 종사자에 대한 양성평등의식 함양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양평원은 이번 2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평원 측은 4일 미디어SR에 "2015년부터도 꾸준히 개선 요청을 해왔다. 지금까지는 실질적인 개선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올해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 9명 중 3분이 여성이고, 미디어의 성차별 개선 의지가 높다고 알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체에서도 미투 관련 피해자에 대한 보호활동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양성평등 개선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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