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 화두인 2018년입니다. 올해 들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근무 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에서 '삶의 질 향상' 즉 워라밸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돼버렸죠.


미디어SR이 많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기업이 무엇보다 가장 귀 기울여 경청하고 섬세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곧 조직 내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라는 부분입니다. 조직 내 직원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에 미디어SR은 우리 사회의 워라밸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뗀 사회 초년생들과 기성 세대들 간의 워라밸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를 점검해보았고, 그 사이 낀 세대인 중간관리자급들의 워라밸에 대한 인식도 더듬어 보았습니다.

조직 내 워라밸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조직 속 현실적인 목소리들도 실었습니다.

또 북미 지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워라밸 문화에 대해서도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전문 경제신문, 미디어SR은 조직 바깥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지켜져야할 가치와 책임에 관해서 꾸준히 독자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흔히 '조직의 허리'라고 불리는 중간 관리자급의 워라밸에 대한 인식은 "필수"였다.

미디어SR의 설문에 응답한 조직 내 중간관리자급들은 '조직이 조직원의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이유는 단연 '가정'에 있었다. 80년대생, 30대 이상이 다수인 중간관리자급은 결혼 및 육아를 현실에서 경험하는 세대다.

이들의 퇴근 이후 삶은 곧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응답자 중 41.6%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직이 조직 구성원들의 워라밸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역시도 가족이었다. "가정이 평안해야 일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 "가정이 기본이 되어야 직장도 있을 수 있다", "가정과 회사의 윈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답이 다수 존재했다.

중간관리자급의 다수를 차지하는 80년대생은 세대 구분으로는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까지 포함시키는 '밀레니얼 세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이들은 한국 조직 내 경직된 수직 문화에 반발심리가 강하고 직장에 대한 충성도 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현재 사회초년생들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80년대생으로서는 이미 조직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측면도 강해 기성세대와의 세대 차이와 비슷한 갈등을 사회초년생 세대와 겪기도 한다.

중간 관리자급들 중 후배들과 세대차이를 느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75%에 달했다. 물론 90%를 넘어선 선배 직급과의 세대차이 보다는 적은 수치였지만 이 역시 상당히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후배들과의 세대차이를 느낀 대목은 "개인주의적인 성향", "칼퇴근", "눈치 안 보고 휴가내는 것" 등이 있었는데, 이는 기성세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답변은 '워라밸이 필수적'이라는 사고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워라밸의 필수 조건이 바로 칼퇴근(야근 없는 삶)과 휴가의 보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도 선배 세대와 갈등을 겪은 이유로 "야근에 대한 인식", "회식 문화", "필요 이상의 충성", "육아 휴직" 등을 꼽기도 했다. 다만 다수의 중간 관리자급은 '선배 세대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을 했나' 라는 질문에 77%에 "하지 않았다"라고 답한 것으로 미루어, 다소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상사의 의견을 수용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 중간관리자인 9년차 직장인 장수정 씨(직급 팀장)는 "평소 근무 태도가 좋지 않고 업무의 질이 좋지 않은 후배들이 휴가나 퇴근 시간 준수만 외칠 때 얄밉다"라며 "일을 잘 하는 직원들의 경우는 이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데, 평소에 일을 잘 못한다는 평을 듣는 후배들은 일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이라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워라밸은 물론 중요하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직원들에게는 같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설문 조사에서도 선후배 간 갈등의 구체적 사례를 들려달라는 질문에 "선배들은 업무가 우선이고 후배들은 라이프가 우선인데, 이런 점에서 자주 트러블이 발생하고 중간급으로서는 이 트러블을 조율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선배는 주말에 일이 없어도 선배가 나오면 후배가 나와야 된다는 생각이 강한데, 다수의 후배들은 일이 없으면 안 나와도 된다는 입장이다. 중간에 낀 세대로서 난처할 때가 많다"는 답이 눈에 띄었다.

반면, 8년차 직장인 조민영 씨(직급 과장)는 "일과 사생활은 철저히 분리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직장 내에는 단순히 업무 외에도 다양한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업무의 양과 질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막중한데, 경직되고 수직된 문화를 개선해서 조직 안에서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 점이 개선이 안된다면, 적어도 업무 시간 준수 및 휴가에 대한 보장만이라도 철저하게 해줘야 한다. 이는 근로자가 누리는 최소한의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실 워라밸에 대한 인식은 직업에 대한 인식과도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간관리자급 다수에게 직업, 즉 일은 자신의 자아 실현의 장(38%) 혹은 생계 수단(44%)이었다. 해당 세대에서 이 수치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이들 중 자아 실현의 장이라고 답한 이들은 직장 내 업무의 질이 워라밸보다 우선 순위에 있었고, 생계 수단일 뿐이라고 답한 이들은 워라밸이 업무의 질보다 우선 순위에 놓여 있었다.

13년차 직장인 최미현 씨(직급 팀장)는 "누구보다 워커홀릭이었던 내가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는 근로시간 준수가 굉장히 중요해졌고, 이에 후배들에게 야근을 요구하기는 어렵게 됐다. 아무래도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또 선진국으로 갈수록 일과 가정의 밸런스, 일과 삶의 밸런스가 중요해지는 만큼 점점 더 분위기는 기존 문화보다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과거 선배 세대에서는 가정이 생기더라도 일에 더 몰두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였지만, 우리 세대부터라도 더 이상 그런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장시간 근로가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과 성실함으로 포장 되었지만, 이제는 '저녁 있는 삶', '사람다운 삶'이 화두가 되는 시대다. 변화의 과도기 속에 놓인 중간관리자들에서 알 수 있듯, 조직 내 워라밸은 이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직 안에서 워라밸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조직원들 내부의 인식 개선 역시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①]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워라밸, 어떻게 다를까?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②] 중간 관리자, 워라밸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③]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데... 워라밸은 '남 얘기'인 특례업종 종사자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④] 정부와 개인이 워라밸을 바라보는 간극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⑤] 세계 속 워라밸 천국은 어딜까? 북미 vs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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