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S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방통위는 21일 "페이스북은 시장 영향력이 매우 큰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단기적으로 왜곡시키고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이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사에도 간접적인 피해를 줬다. 접속 경로 변경 이후 접속 속도가 느려져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자 국내 통신사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페이스북은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은 추가 비용을 들여 해외 접속 용량을 증설해야 했다.
페이스북은 KT에 망 사용료를 내고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캐시서버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캐시서버는 사용지역에 설치해 속도를 높이는 서버를 의미한다.
페이스북 콘텐츠의 이용량이 늘어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를 상대로 망 접속료를 올려달라 요구했다. 2016년 1월부터 망 접속료 관련 법이 바뀌어 사용량이 늘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KT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고, 페이스북은 국내통신사와의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에 대한 고지 없이 LG유플러스와 SKT의 접속 경로를 해외로 돌려버렸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에 SKT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2017년 1~2월에 LG유플러스는 홍콩과 미국 등으로 우회했다.
SKT의 경로가 홍콩으로 전환되면서 원래 접속 경로가 홍콩이던 SK브로드밴드의 용량이 부족해져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SK브로드밴드는 접속자가 몰리는 저녁 8시~12시에는 변경하기 전보다 평균 4.5배, LG유플러스는 2.4배 느려졌다.
이에 이용자는 페이스북 접속이 안 되거나 동영상 재생에 문제가 생기는 등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후, 이용자의 문의와 불만이 크게 늘었다. SK브로드밴드의 이용자 문의는 하루평균 0.8건에서 9.6건으로 12배, LG유플러스는 하루평균 0.2건에서 34.4건으로 172배 증가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2017년 10~11월 원래 상태로 복귀시켰다.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우회에 대해 조현준 페이스북코리아 차장은 "한국의 법이 바뀌고 나서 KT가 다른 통신사에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노력했으나 해결이 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문제를 해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에 페이스북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콘텐츠 제공사업자라 하더라도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행위 주체로서 책임이 있으며, ▲응답 속도는 전반적인 네트워크 관리지표로서 2.4배 또는 4.5배 응답 속도가 저하된 것은 접속 품질이 과거 수준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용약관에서 정한 무조건적인 면책조항은 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페이스북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번 사건과 별개로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은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하여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새로이 발생할 수 있는 금지행위 유형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혀 앞으로 해외 인터넷 기업의 갑질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방통위 결정에 유감의 뜻을 전하고, 페이스북의 목표는 우리 나라 이용자들에게 가급적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국내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