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성균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남정숙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 제공: 남정숙 전 교수

남정숙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현 인터컬쳐 대표)는 2015년 교수 재직 시절 다른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성균관대학교는 가해자 이 모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전임교수였던 남 전 교수는 문제를 제기한 후 성균관대와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 남 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쫓겨난' 것이었다. 

남 전 교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의 끝은 피해자의 생활권과 노동권이 보장된 채로 일터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권력형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 전 교수와의 1문 1답이다. 

- 최근에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들 역시 조직 내 권력자들에 의해 추행을 당한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

거의 다 권력형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다. 모두 피해 패턴이 똑같다. 피해를 당한 후 견딜 수가 없어서 퇴직한다. 우월적인 지위를 가진 가해자가 상대적으로 약한 힘없는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동조하는 자들은 피해자를 조직에서 내쫓는 형태다. 

힘없는 피해자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치유하고, 가해자에 대항하려 한다. 

-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있던 일터에 그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가해자, 동조자가 그대로 있고 복귀할 수도 없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동조했던 사람들도 처벌해야 한다. 원래 있던 곳에서 가해자와 동조자를 다른 부서로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자가 복귀해서도 일상생활권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피해자의 생활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게 미투의 성과이자 끝이다.

- JTBC 보도에서 피해자들이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피해자들이 신상까지 공개해야 가해자가 사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투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자기의 약점을 폭로하면서 사회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신분을 까면서까지. 그래서 운동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결심이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없던 방식의 폭로다. 그래서 굉장히 힘이 있고 진정성이 있어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국가에 제도적인 장치가 있으면 굳이 신분을 밝힐 필요가 없다. 국가적인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는 제도하고 법이 받쳐주지 못한다. 

계속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피해자 면담을 신청한 정부기관이 없다. 피해자들이 어떤 패턴으로 피해를 당했는지 조사한 이후에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실태조사 없이 정책을 만드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본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진상조사를 한 기관이 한 군데도 없다. 일부 문화계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게 받쳐주지 않으니 폭로가 나오는 것이다. 권력형 성폭력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 이제 국민도 안다. 

-권력형 성폭력이 무엇인가? 

권력형 성폭력은 크게 네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권력자에게 당한다. 둘째, 기회주의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카르텔이 형성된다. 셋째, 권력자와 카르텔이 힘을 합쳐 피해자를 내쫓는다. 넷째, 피해자가 쫓겨난 자리에 카르텔이 들어와 자리 잡는다. 

힘없는 피해자는 조직에서 퇴출당하는 형태다. 패턴이 그렇게 뻔한데, 법이나 제도가 미흡하다. 가해자 퇴출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대학도 가해자 퇴출이 먼저가 아니었다. 가해자 교수가 그대로 수업을 하는 등의 일이 일어난다. 권력형 성폭력은 기회주의적인 동조자들이 옆에 꼭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성폭력 문제를 개인화시켜 내쫓는 것. 동조자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 검사와 나(교수) 같은 경우는 전문가가 되는 데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일을 하게 해놓고, 성폭력을 여성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퇴출시키는 형태는 이들 카르텔이 저지르는 짓이다. 이 카르텔에 내쫓은 전문가들의 자리에 비전문가가 들어가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낭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권력형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권력형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나서야 한다. 조직에서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엄청난 보상, 배상을 물리게 하면 조직 차원에서 정비될 것으로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조직에서 가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의 경우는 한 번 들어가면 일을 오래 해야 해 문제 제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조직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성폭력 사태를 무마시킬 때는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이 필요하다.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꼼짝도 안 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일 먼저 고용노동부를 찾아간다. 피해 사실을 호소하면 노동상담사가 “재수 없게 이런 일을 맡나”라고 말한다. 노동 상담사가 이런 태도니 문제 처리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한다. 

또, 권력형 성폭력의 첫 번째 단계에서 권력자가 성폭력을 저지르지 못하면 성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국가라면 교육기관 등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인지 검사를 통해 성도착자를 구별해 발령을 막을 것이다. 국가가 권력형 성폭력의 단계별로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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