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Withyou 집회 현장. / 권민수 기자

‘미투’(#MeToo) 운동에 거의 모든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권력, 지위를 이용한 갑질 성폭력의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직장 내 성폭력 상담 건수는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8일 낸 ‘2017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 및 상담 동향분석’에 따르면 작년 직장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 상담 건수는 375건(29.8%)으로 2012년(18.8%)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직장 내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매년 발표하는 상담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성범죄는 전체 성폭력 가운데 2012년 18.8%, 2013년 20.8%, 2014년 20.8%, 2015년 25.7%, 2016년 27.2%, 지난해에는 29.8%를 차지했다.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7년도 통계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상담은 피해자-가해자 관계 유형 중 가장 높은 퍼센티지를 차지하는데, 이는 직장 관계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가해자 유형은 상사(50.1%)나 고용주(15.7%)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직장 내 성폭력은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위계가 만들어낸 범죄”라며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에 위계적인 성문화가 상당 부분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도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들을 단순히 ‘괴물 같은 사람’이 저지른 해프닝이라고 보면 문제 해결은 더 힘들어진다”며 “우리가 평소 여성을 대하는 태도나,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을 돌아보며 사회문화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직장 내 성폭력은 2차 피해에 대한 고충이 심하다”며 “직장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등 산업에서는 ‘눈 밖에 나면 찍힌다’는 인식에 신고조차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교육과 처벌만이 문제의 해결법”이라면서 “공교육 과정에서 인권 교육을 소규모 토론수업 등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직장에서도 ‘온라인 교육’이나 몇백 명이 동시에 듣는 강의 같은 보여주기식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안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를 제대로 징계하고 처벌하는 것이 가장 큰 가르침”이라며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의 인권은 보장해, 이것이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작년 역시 성폭력 상담 전체건수 중 여성 피해자가 94.5%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전체 성별, 연령별 상담 현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집단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인 여성 피해자로, 총 915건(72.6%)이다. 남성 피해도 평균 5% 선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2017년도 5.2%를 차지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