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강한파가 계속된 6일 오후, 용산역 대합실에 앉아있는 노숙인 이 모 씨(54). / 김시아 기자

한파가 절정에 치달은 6일, 용산역 3번 출구로 향하는 통로는 유난히 한산했다. 이 통로는 평소, 갈 곳 없는 노숙인들로 가득 찬 곳이다. 용산역 대합실에 보따리째 싼 짐을 안고 앉아있는 노숙인 이모씨(59)에게 물으니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통로에 있겠냐”며 “요즘 너무 추워서 밖에서 자다 실려가는 사람 많이 봤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잘 곳도 마땅치 않아졌지만, 추위로 인해 노숙인들의 건강도 문제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겨울철 거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저체온증”이라며 “강추위로 인해 노숙인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노숙인 거리상담반의 역할과 규모도 추운 날씨에 크게 달라졌다. 평소 거리상담반은 노숙인 지원 시설 안내, 식사 안내, 주거 지원, 일자리 지원 등 거리 생활을 탈피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겨울철에는 노숙인들을 응급 잠자리로 안내하고, 몸이 아파 보이는 노숙인의 경우 119 신고로 바로 병원으로 안내한다. 평소에는 20개 조 40명이 투입되는데 겨울철에는 80여 명 정도로 구성되고, 현재는 한파 특보로 인력이 더 투입돼 총 112명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노숙인이 119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때 발생하는 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시에서 노숙인 의료비를 별도로 책정을 해 병원비를 지원, 노숙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급 상황을 모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집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추위에 서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 모 씨(64)는 최근 집 근처 은행에 자주 간다. 난방비가 부담돼서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김 모 씨에게 겨울은 난방비는 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심해지는 시기다. 그는 “집안이 밖보다 춥다”며 “이 은행은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내쫓지는 않아”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김 모 씨 같이 겨울철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위해 ‘동절기 복지사각지대 위기 가구 발굴ㆍ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 31일 서울형 긴급복지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동절기 위기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기준은 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1억8900만 원 이하이며 생계비는 가구원 수에 따라 3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주거비ㆍ의료비는 가구원 수 구분 없이 각각 1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겨울은 잦은 동파사고 등으로 다른 때 보다 위기 가구가 더 많아진다. 보일러 수리는 물론, 난방비 문제도 심각하다”며 “이번 동절기에 시행된 긴급복지 정책은 강추위와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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