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세상의 증거, 거장도 길을 잃다

영화 '이레셔널 맨' 촬영 현장 스틸 속 우디앨런 감독

 

케이트 윈슬렛,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저스틴 팀버레이크, 크리스틴 스튜어트, 블레이크 라이블리, 엠마 스톤, 케이트 블란쳇...

이름도 다 열거하기 힘들다.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감독 우디 앨런과 함께 작업을 한 이들이다. 웬만한 당대 최고 톱스타들과는 모두 작업을 하는 우디 앨런은 특유의 유머 코드를 동반한 시니컬함과 세련된 풍자 기법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영화 감독이다.

하지만 더 이상 우디 앨런이 톱스타들을 거느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우디 앨런은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의 전 부인 미아 패로우와 사이 입양한 딸 딜런 패로우의 고백 때문이다.

딜런 패로우는 할리우드의 성추문에 대한 여성들의 '미투 캠페인'이 한창인 지난 해 12월 우디 앨런이 자신을 7세 때 성추행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1993년 부터 제기됐던 문제이지만 피해자 당사자가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우디 앨런이 사적인 스캔들로 지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지 않다. 1992년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 미아 패로와 사이에서 입양한 순이와의 스캔들이 줄곧 우디 앨런 뒤를 께름칙하게 따라다녔다. 우디 앨런은 결국 순이와 결혼에 이르기도 했지만 양 아버지와 입양 딸의 결합은 축복과 응원을 받기만은 힘든 결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당시에는 감독 우디 앨런의 인생은 여전히 건재했다. 그는 굴하지 않고 매년 새 작품을 선보였다. 오히려 무대를 뉴욕이 아닌 유럽으로 옮기면서 작품적으로도 확정됐다는 평을 받았다. 특유의 로맨틱함과 아이러니함은 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국적 영상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레이첼 맥아담스, 마리옹 꼬띠아르 등 유명 여배우와의 작업은 줄을 이었다. 이들 배우들의 다수가 우디 앨런의 세계관에서 배우로서의 성장과 확장을 경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기준점이 높아진 할리우드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성 인사들은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뜻을 그들의 블랙 드레스 속에서 천명한 터다. 과연, 우디 앨런이 두 번째 빅 스캔들 속에서도 건재할 수 있을까. 그를 바라보는 세계가 달라진 증거는, 그들과 함께 한 배우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올해 개봉 되는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 출연한 배우 티모스 캘러맷은 출연료 기부를 선언하며 "영화를 통해 그 어떤 이익도 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우 그레타 거윅은 앨런 감독의 2012년 작 '로마 위드 러브' 출연을 후회했다. 그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절대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절대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베카 홀, 앨렌 페이지, 데이빗 크럼홀츠, 콜린 퍼스 등도 연이어 '우디 앨런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일부 배우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하기도 했으나, 블랙 드레스 속에서 여성 인권을 말한 배우들로서 7세 어린 아이의 인권을 짓밟은 우디 앨런 감독과 작품을 계속해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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