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KOSRI) 이성연 기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하루 평균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 출퇴근 시간을 다 합쳐도 두 시간쯤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22시간 동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이 자동차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제로다. 아니, 주차장에서 주차비를 잡아먹으며 마이너스 가치를 생산할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출퇴근 시간에 몰고 다닐 ‘자가운용 교통 수단’ 이지 ‘자동차’ 자체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여러분은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에 물음표를 던지게 될 것이다.

사실 이는 자동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사놓고 한번도 쓰지 않은 전기드릴, 몇해전 친지의 결혼식 때 입고는 한번도 꺼내입지않은 정장, 이사다닐 때마다 골머리를 썩히는 DVD와 책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소유’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것을 ‘나누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공유경제’를 소개한다.

공유경제는 2000년대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 소유 위주의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고, 위축된 경제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해 가치를 재창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공유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벼룩시장, 헌책방과 같은 형태로 ‘쓸모 없어진 물건에서 가치를 재창출’ 하는 공유경제의 형태를 찾아 볼 수 있긴 했다. 그러나 스마트 폰,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됐고, 요즘의 공유경제는 단지 쓸모없어진 중고물품의 거래뿐 아니라 낯선 사람과 자동차, 집, 옷, 혹은 전문지식이나 자신의 경험담까지 공유하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유 경제 분야의 권위자 ‘레이첼 보츠먼’은 이렇듯 몸집을 불려가고있는 공유경제 시장을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첫째는 ‘Redistribution market’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중고장터가 이에 속한다. 고전적이고 친숙한 이 공유경제 시장을 통해 우리는 제품의 생명주기는 늘리고, 쓰레기는 줄이는 일거양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둘째는 ‘Collaborative lifestyle’즉, 새로운 형태의 협력적 생활방식이 만들어내는 공유경제 시장이다. 여행객들에게 자신의 빈 침대나 소파를 내어주고, 자신이 다른 곳에 여행 갔을 때 잠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세계의 여행객들을 연결해주는 ‘카우치 서핑’은 여행객들간의 ‘협력’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대표적인 협력적 생활 양식이 만들어낸 공유경제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Product service system’.도심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빨래방’ 등이 이에 속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빨래를 위해 커다란 세탁기를 ‘소유’하기 보다는 공용 세탁기를 사용함으로써 현명한 ‘공유’의 세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과잉소비, 과잉소유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있다. 가장 규모가 큰 미국의 경우 공유경제를 통해 110조원 정도의 가치가 창출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 규모가 5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공유’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그린 카 쉐어링’() 를 이용하면 원하는 시간만큼 공용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렌터카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1시간 단위로 대여할 수 있고 대여 방법이 훨씬 간편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소유에서 벗어나 공유에 발을 들임으로써 이제 더 이상 주차위반 딱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집 한켠을 차지하고있는 처치 불가능한 책들은 ‘국민도서관’()으로 가져가보자. 책을 공유한 사람들에 한해, 서로의 책을 빌려볼 수 있도록 한 이 도서관은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책을 빌려가는 것만 가능했던 기존의 도서관에 쌍방향적인 공유의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 집에선 냄비 받침으로 쓰이던 책을 누군가는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잘 입지않는 정장은 ‘열린옷장’을 통해 면접을 위한 정장을 구입해야 하는 취업준비생들과 나눌 수 있다. 사회생활을 미리 해본 선배들이 응원 메시지와 함께 대여해주는 정장은 단순한 ‘정장 구입비용 절약’의 기능만이 아닌 사회 공동체를 좀 더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처럼 ‘공유’는 이미 존재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면을 지녔음은 물론이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면모 역시 지니고 있다.

‘공유’는 경제적 가치만을 창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까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개별적으로 소비하는데 그치던 수동적인 소비자들은 공유경제 모델 아래서 판매, 중개, 구매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게 될 것이고, 사회 공동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능동적 협력자’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화 이후 줄곧 문제시되고 있는 ‘해체되는 공동체’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환경오염, 자원부족, 공동체의 해체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공유’라는 키워드에 있는지도 모른다.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경제성장과 발전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 될지 모른다. 이제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공유경제에 기업들 역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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