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인식


[최지형 연구원]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가 2005년 제빵업체인 신세계SVN을 설립한 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입점시키고, 판매수수료율을 낮춰주는 방식 등으로 모두 62억원을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40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 과정에서 부담을 느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보유중인 신세계SVN 지분 40%를 매각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중이다.

 

그룹 계열사간 ‘자기 식구 챙기기‘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한 시정명령은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에 입점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지불했던 다른 납품업자들 입장에서 속이 시원해지는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또 지난해 4~11월중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2012년도 유통업 분야 서면실태조사’를 실시,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의 조사는 우리 대형유통업체들이 관행적으로 납품업자를 상대로 법을 위반하는 거래를 해왔고, 그런 관행으로 피해를 입은 납품업자들이 많았음을 알려준다.

기사를 본 시민들은 대형유통업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흔히 ‘갑-을 관계’라고 표현되는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관계에 대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거나, “법조차 지키지 않는다”며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혹은, 혼란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거의 대기업 계열사인 우리나라 대형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와 사회를 위해, 심지어 해외 개도국까지 진출해 다양한 ‘윤리 경영’을 실천한다며 지금도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선행사나 기금 모음, 캠페인 등 공익을 위한 일들은 많이 하는데, 왜 우리나라 대형 유통업체들은 납품업체에 관행적으로 법조차 지키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서 CSR에 대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CSR 개념이 도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 사회적 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대기업 중에는 사회공헌팀이나 지속가능경영팀을 따로 두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윤리경영’을 택하고,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하고 있다는 한국 기업들조차도 CSR에 대한 시각은 편협하고 왜곡돼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 새로운 지평을 연 Carroll의 피라미드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Carroll의 피라미드이론은 CSR의 개념을 기업들이 이행하고 이해하기 위해, 단계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나누고 있다. 먼저 기업으로서 수익을 창출하는 1차적 책임을 이행하고 나면, 2차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법적 책임을 행한다. 1차, 2차적 책임을 이행한 기업은 윤리적이고 공정하게 행할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 이 책임을 모두 이행한 기업은 최종적으로 지역공동체와 사회를 위하는 자선적인 책임까지도 지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Archie B. Carroll의 피라미드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최종단계인 지역공동체와 사회를 위하는 자선활동 위주의 CSR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들과 비즈니스 이행단계에서 법적인 책임에는 둔감함을 보인다. 1차 수익창출 책임과 최종의 자선활동 책임은 지지만, 가운데 단계의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왜곡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CSR은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 기업 이익, 환경 지속성,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기업 실적을 측정하는 비즈니스 원칙)을 지킴으로 형성되고, 이 기준에 의해 전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미 CSR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경험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CSR을 도입하고 자발적으로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CSR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버리고 새롭게 통합적인 CSR을 이행해야한다. CSR을 선도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CSR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싶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를 따르거나 GRI(지속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를 통해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을 권고한다.
(GRI에서 발간하는 ‘GRI보고서’는 경제성, 사회성, 환경성 등 3개축을 고려한 CSR의 성과보고 기준을 제시해, 이를 기업의 정보공개 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GRI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삼성SDI, 현대차 등을 포함한 전세계 671개에 이른다.)

혹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협회가 생긴 유엔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해 자발적으로 유엔 글로벌 콤팩트 10대원칙에 따라 CSR을 이행하기를 권한다.

<참조>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① 인권(Human Rights)
원칙 1 : 기업은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 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해야 한다.
원칙 2 : 기업은 인권 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한다.

② 노동규칙(Labour Standards)
원칙 3 : 기업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인정을 지지하고,
원칙 4 :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배제하며,
원칙 5 : 아동노동을 효율적으로 철폐하고,
원칙 6 : 고용 및 업무에서 차별을 철폐한다.

③ 환경(Environment)
원칙 7 : 기업은 환경문제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지지하고,
원칙 8 : 환경적 책임을 증진하는 조치를 수행하며,
원칙 9 : 환경친화적 기술의 개발과 확산을 촉진한다.

④ 반부패(Anti-Corruption)
원칙 10 : 기업은 부당취득 및 뇌물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부패에 반대한다.
(출처 :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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