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마트라고 하죠.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진열해 둔 게 아니라창고에 쌓아두듯 매대 운용을 하는 서구식 마트입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와는 다른 스타일이죠. 요즘 불황기라서 창고형 마트에 대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고 하네요.

국내 할인점업계도 창고형 매장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창고형 마트의 상징인 코스트코라는 회사에 관심을 둔 것도 이런 흐름에서입니다. 특히 이 회사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수모를 당하는 등 창고형 할인점이 국내에선 고전했을 때도 적자를 감내하면서 나름의 경영원칙을 지켜왔고 서울 양재동 매장은 연 매출 5천억으로 코스트코의 세계 1위 매장으로 등극했다니 성공 스토리로 충분하겠죠.

창고형 할인점이 새로운 대세로 등장하는 상징적인 수치 같습니다. 코스트코는 1983년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난 짐 시걸이 창립한 유통회사로 미국 시장에서 월마트와 선두 싸움을 벌이는 강자죠. 코스트코가 얼마나 가파른 성장을 했는지는 주가가 말해주는데 80년대에 코스트코 주식을 샀다면 지금 5천 퍼센트 상승했다는 거죠. 코스트코 방식이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유통업의 마그나카르타 실행을 거부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코스트코 매장은 매우 투박합니다. 복도에 다양한 상품이나 볼거리를 배치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복합공간 구성을 외면한다든지, 실로 다양한 상품을 갖춰 놓는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거부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창업자 시걸의 경영 원칙입니다. 그래서 월마트 매장에 15만 가지의 상품이 있다면 코스트코는 4만 여종의 상품만 매대에 진열되어 있죠. 여러 가지 상품을 놓기보다 한 가지만 배치하는데 그야말로 좋은 놈 한 가지만 싸게 내놓는다는 전략이죠 . 세련미보다는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것인데 이윤이 15 퍼센트를 넘지 않게 한다는 것도 코스트코의 철칙이죠. 홍보팀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당연히 홍보도 없죠. 제가 직접 전화를 해 본 바 없지만,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면 시걸 창업자가 직접 받기도 한다는 것이죠. 이 정도 되면 루틴한 방법을 깨는 게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죠. 늘 하던 대로 고수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승리원칙이 아니라는 걸 산 증거로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CSR 관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종업원을 왕처럼 대우해 준다는 것이죠. 코스트코 매장 직원들의 임금이 4만 달러 중반대로 월마트보다 높습니다. 대신 창업자인 시걸은 35만 불이 채 안 됩니다. 다국적 유통업체의 사장치고는, 미국의 잘나가는 CEO가 종업원 급여의 수백 배를 받는 것에 견주면 소박하게 받는다고 해야 하나요. 유일하게 생존한 코스트코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토종 할인점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마트들도 창고형 매장을 늘리고 있고 소비자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구매 문화가 좀 담백한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로도 해석하고 싶습니다. 물건은 싸고 좋은 게 최고죠.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도 거품이 빠지는 하나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네요.

글 신창섭 KOSRI 한국SR전략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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