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대표

크레비스 파트너스 (이하 크레비스)는 사회 혁신형 벤처 투자 및 육성 회사이다. 2002년 창업하여 지난 10년간 사회의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 (Leading the Creatvie Changes)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성장하여 왔으며, 특히 2010년 이후로 사회적 경제 분야가 확산되며 크레비스의 활약 역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크레비스는 특히 교육, 환경, 기부, 문화예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회 혁신형 벤처들을 발굴하고 투자하여 왔고, 트리플래닛 (2011년 Global Social Venture Competition 3위 수상, 2012년 모바일 광고 대상 등), 뮤지컬 모비딕 (2011년 한국 뮤지컬 대상, 2012년 더뮤지컬어워드 남우신인상, 2012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혁신상 등) 등의 성공적인 사례를 육성하며 사회 혁신형 벤처의 가능성을 입증해 왔다.

어떻게 하여 이런 일을 하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 크레비스가 만든 상생공동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크레비스 파트너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저희는 ‘임팩트 투자 및 육성 (Impact Investment and Incubation)’을 하는 투자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자본주의 시장에서 외면되었던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살펴보며, 시장에서 다루기 어려운 중요하고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사회 혁신형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여 지속가능하도록 육성하고 있습니다.

Q.시장실패란 어떤 의미이고, 중요하고 장기적인 문제는 어떤 것인지요?
시장 실패란 기본적으로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있어,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는 복지와 같이 사람들의 수요는 많지만, 시장 매커니즘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들이 있고, 이런 시장 실패는 그 동안은 정부 몫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일반적인 기업들은 중요하고 장기적인 사회 문제에 도전하기가 어렵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중요하고 장기적인 문제들은 어느 누구도 풀지 않는 형태로 계속 변질되어 갔지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런 기업과 기업가,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육성하는 것을 통해, 시급한 문제를 넘어 중요한 문제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을 임팩트 인베스트먼트, 임팩트 인큐베이션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임팩트” 라는 단어가 중요한 문제 해결을 통한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Q.‘크레비스는 어떤 기업이다’라는 명확한 소개가 웹사이트 상에 없는데 그 이유가 뭐죠?
그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정의되지 않는 전략 (Undefined Strategy)” 입니다. 어떤분들은 크레비스를 투자 회사 혹은 소셜 벤처, 혹은 경영 컨설팅 회사 등으로 계속해서 규격화 해서 보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어떤 규격화된 틀과 기준으로는 그 틀을 뛰어넘는 좋은 혁신은 나오기 어렵다 생각하여, 우리는 스스로를 어떤 틀 안에 넣는 것을 지속적으로 피하여 왔고, 어떤 한 분야에 안주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사회 혁신형 기업들은 ‘넌 안돼. 넌 돼’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넌 안 되는데 될 것 같아’ 와 같이 조금은 다중적이며 새로운 기준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정의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추구 하기 때문에, 규격화된 프레임워크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덜 정의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현재의 크레비스는 사회 혁신형 기업과 기업가들의 공동체 혹은 협동조합을 지향하고 있고, 이 것이 기존 체계내에서 투자 회사, 지주 회사, 소셜 벤처 등으로 어떻게 분리되는 것을 지향하기 보단,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새로운 형태의 체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Q.기업은 원래 잘되고 있는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알고있는데, 왜 시장 실패(Market Failure) 분야에 투자를 하나요?
시장 실패가 아닌 곳은 시장이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요. (웃음) 현재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활발하게 잘 움직이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존의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었던 분야를 중심으로 보다 건강하고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주로 국내외의 교육, 환경, 보건, 기부, 예술 같은 분야들이지요.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제도적,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가 없는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Q.크레비스는 스타트업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면서 사회혁신을 창조하는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도 증가하고, 영리와 비영리 섹터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각 영역이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데 협력이 힘들지 않나요?
협력은 앞으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사회 서비스형 이던 사회 혁신형이던 진실되게 투자하고 육성을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본인들의 조직에서도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충분히 협력적으로 더 큰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쉽게도 일반적인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게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뿌리부터 시작하여 스스로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성공하는 혁신적인 경우는 현재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약 계층의 노동 문제를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기업 본인이 가진 노동 문제, 노조 문제 등을 그 이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혁신적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기업은 소셜 벤처를 착한 브랜드로 보고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본업 에서 변화와 가치를 찾아야 해요. 예를 들어, 포스코(POSCO)가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연구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Q.대기업과 다른 크레비스만의 차별화된 사회적기업 육성방식이 있나요?
방식보다는 철학에 좀 더 가까운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크레비스는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잘 되더라도 스스로가 유명해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대기업과 본연적 목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꽤 큰 철학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착한 것까지도 내가 하겠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사회에서 좋아하는 많은 것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붙이려는 노력이지요.

저희는 단순히 재정적인 투자 혹은 착한 브랜드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투자 대상들을 저희 공동체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여 통합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합니다. 특히 재정적인 투자 뿐만 아니라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을 지속적으로 파트너들과 나눠서 튼튼한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Q.크레비스의 가장 자랑할 만한 성과와 인상 깊었던점은 무엇이었나요?
정말 운좋게 저희가 투자한 많은 회사들이 최근 2-3년 동안에 많은 성과를 가져왔지만, 현재 가장 자랑할 만한 성과는 아직까지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크레비스라는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를 얻은 것이 현재 가장 큰 성과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보여진 성과는 잘된 것들이 많이 있지만 저희들이 만들어 간 것 이상으로 세상이 도와줘서 만들어진 것이 많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아팠다가 누군가 따뜻한 손길을 내미니까 그걸 잡아들이는 거지 저희는 하고 싶은 것을 조그맣게 시작한 거에요. 저희가 이런 일들을 시작했을 때 사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응원과 격려, 도움을 주지 않으셨다면, 저희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들 그런 확신과 용기를 얻기는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Q.크레비스가 만들어낸 사회 혁신을 많이 공유하면좋은데, 홍보에 소극적인 이유가 있나요?
홍보에 소극적인 것은 저희가 아직은 부족하고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제 겨우 10년 정도를 고민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데, 그 짧은 경험으로 아는 척하며 우리가 정답인 것처럼 나서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고 죽고 나서 인정받는데 로마한테 600년이 걸리잖아요. 그것이 홍보에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어서 인정받았기 보단,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중요한 문제를 풀어 갔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크레비스는 스스로의 철학과 비즈니스가 세상에서 통한다는 걸 성과로 보여주는 것을 항상 먼저 생각하고 있고, 단지 남들이 안하는 걸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홍보할 계획은 앞으로도 없습니다.

Q.크레비스가 긍정적으로 이끌어낸 사회 혁신의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요?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오케스트라, 배우의 역할을 같이 하는 창작 뮤지컬인 모비딕이 있어요. 그동안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많은 분들이 처음으로 뮤지컬을 기획해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액터-뮤지션 뮤지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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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터뮤지션 뮤지컬은 2000년대 중반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새롭게 시작된 형식의 뮤지컬이다. 기존의 뮤지컬은 연기자들과 연주자들을 엄격히 분리하여, 연기자들은 무대에서 노래와 안무, 연기를 담당하고,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무대 아래서 연주를 담당하였다. 이와 달리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연기자들이 직접 연주를 담당하여 각 악기로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고, 연기에 활용하기도 한다. 2012년 브로드웨이 최대 상인 토니상의 대표적인 수상작인 뮤지컬 원스 또한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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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산업적 혹은 사회적 변화까지는 못 간 것 같습니다.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산업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해요. 산업이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은 그저 신선한 시도일 뿐이지요. 다행히 올해 브로드웨이 토니상 역시도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받았다고 하여, 저희의 시도 역시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씨앗을 뿌린 사례 정도로 생각됩니다.

Q.기업과 같은 영리 섹터가 사회적 기업과는 어떻게 협력을 맺을 수 있고,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어 간다 상상을 해봅니다. 단순하게 각자 자신의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를 돕고 배울 수 있는 모습을 만든다면 앞으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후원 기업 과 수혜 기관 같은 관계를 넘어서서, 대등하게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영리던 비영리던 각 섹터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충분히 훌륭한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건설 회사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섹터 혹은 사회적 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임대 주택 모델은 현재 부영 같은 건설회사들이 수익형 사업으로 잘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임대 주택 모델을 넘어 더 혁신적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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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상생, 경제민주화’. 최근에 가장 이슈화된 단어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과 함께 사회 변화를 이뤄나가고 홍보하는 것이 기업 마케팅의 새로운 한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의 좋은 이미지 형성, 수익 창출이라는 탐욕을 줄이고, 기업의 본업(Main industry)에서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인터뷰,글/인턴 김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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