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이, 이도은 연구원] 최근 SBS의 ‘착한 성장 대한민국 - 리더의 조건’에 소개된 IT기업 제니퍼소프트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제니퍼소프트는 임직원과 일반인들을 위한 파티를 종종 열고, 직원들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회사 근무시간에 수영도 할 수 있다.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직원의 자녀가 회사 내 놀이방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꿈의 직장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런 복지 혜택을 제공하려면 결국은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야 한다’고 꼬집는다. ‘과연 제니퍼 소프트는 착한 회사일까?’

지난 17일 서울 카톨릭청년회관에서는 ‘착한 회사는 무엇인지, 착한 회사의 역할, 그리고 그 미래와 우리나라의 현실’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최근 출간된 책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의 북콘서트 현장이었다. 퓨처디자이너스(future designers) 소속 6명 중 정지훈 교수, 송인혁 작가, 최형욱 대표가 강연을 맡았다.

왜 착한기업인가” by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위대한 기업은 망하거나 가치가 떨어진다?’
정지훈 교수가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면서 던진 질문이다. 미국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성공한 기업들을 철저히 과학적으로 분석해 ‘위대한 기업의 선택’,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굿 컴퍼니의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가 말한 성공한 기업은 점차 사라지거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지훈 교수가 “짐 콜린스가 다음으로 낸 책이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고 했을 때 청중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비슷하면서 다른 메시지. 위대한 기업은 왜 사라졌을까?

착한 회사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있다. ‘굿 컴퍼니’에 따르면 2011년 에델만이 수행한 ‘신뢰 바로미터(Trust Barometer) 연구에서 미국인의 46%가 옳은 일을 하는 기업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제품의 판매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 자연, 유기농, 인간적 또는 공정무역 등의 특징을 가진 상품들이 지난 5년간 매년 한자리 후반 또는 두자리 수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으며, 2009년 이들 상품의 전체 시장규모는 380억 달러로 성장했다. 가격과 경제적 가치가 절대적인 관련성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에 초점을 맞춰가는 기업이 실제로 훨씬 지속가능하고, 시장 생태계에서 기업의 생명력이 오래 간다는 것이다. 상임이사, 전문 경영인이나 주주 위주의 이익 분배와 경영을 골자로 한 자본주의 체제도 변하고 있다. 소수 중심의 경영이 아닌 어떻게 이익을 잘 나눠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가치를 위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던 것이다.

정 교수는 사회적 가치에 부응하는 기업의 사례를 제시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 제품을 새 것으로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산악인이었던 파타고니아 회장 이본 취나드 (Yvon Chouinard)는 등산복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천연자원이 희생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등산복을 계속 생산하면 산을 탈 수 없다”는 뜻을 담아 중고복 구매를 촉구하는 이런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외의 사례는 스타벅스의 Create Jobs for USA 프로젝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과 프랑스 다논 사의 Gramen-Danon Food 프로젝트가 있다) 따라서 굿 컴퍼니는 소비자와 생산자와 같다고 여기고 적정한 이윤을 내면서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캠페인 후 파타고니아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아졌다.

사회적 가치의 시대 변화를 위한 원동력은 바로 ‘당신!’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한국 역시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 바람이 불고 있다. 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 사회적 비즈니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진 반면 대기업은 말로서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치고 요지부동이다. 한국은 왜 그럴까? 소비자들은 윤리적인 제품을 좋아하고, 실제 구매해야 하고, 윤리적인 제품을 파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해야 한다. 정 교수는 “사회적 가치가 넘치는 사회를 바로 소비자인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소비자 의식이 많이 바뀌고 사회적 가치,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t's Network, Stupid!” by 송인혁 작가
우리는 왜 좋은 기업을 몰랐을까? 송인혁 작가는 정보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인터넷, SNS, 모바일 통신기기가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기업, 서비스에 대해 소통하는 시대에 다이얼로그(Dialog, Digital과 Analog가 합쳐진 말)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전에 사람들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미디어의 브랜드 노출이 중요했다. 지금은 연관돼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과 시각을 다 보게 된다. 소비자가 아닌, 제품의 유저(user)가 내는 입소문과 평판은 큰 힘을 발휘한다. 대중의 시대에서 다양성의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그래서 송 작가는 ‘개인’ 자체의 중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전체가 아닌 고용주와 소비자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행복할 때, 그 회사도 같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런 창의 경영 사례를 보자.

1993년 한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 끝에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회사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장소는 바로 창고. 관리자, 감독관리자, 일반사무직, 현장노동자들이 다 모였고 지위고하를 떠나 그룹을 이뤄 대화했다. 신제품에 대한 토론 중, 한 경비원이 “저는 오래 서 있는 직업의 특성상 저희 회사의 편안한 신발을 신고 싶은데 유니폼과 어울리지 않아 신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경비원이 의견을 제시하자 모두가 토론을 시작했고 몇 시간 후 신제품을 만들어냈다. 이 회사는 락포트(Rockport) 사였고, 만들어진 신제품은 효자 상품이 됐다.

모든 임직원이 전문가이며, 가능성을 믿고 개방된 방식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성과다. 송 작가는 “이제 기업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기업의 직원들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책임과 역할의 하나”라고 말했다.

“굿컴피니 시대=사회적 가치의 시대” by 퓨쳐디자이너스 최영욱 대표
굿컴퍼니의 시대는 사회적 가치의 시대라고 말문을 연 퓨쳐디자이너스 최영욱 대표. 사회적 가치라는 비전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그는 꿋꿋했다. 퓨처디자이너스는 ‘미래의 새로운 사회 문화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설립된 휴먼 플랫폼’이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뿐 아니라 기업에게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굿컴퍼니가 일하고 싶은 회사일까, 일하고 싶은 회사가 굿컴퍼니일까?” 현실에서는 전자가 답이란다. 가고 싶다고 해서 다 좋은 회사는 아니란 말이다. 그럼 굿컴퍼니,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 그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투자자를 고려해 주주 이익의 극대화에만 몰두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관심이 소비자, 지역사회, 근로자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역사회를 돌보는 관리자로서 환경을 지키고 나아가, 세상을 돌보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굿컴퍼니를 보면 선량한 집사 얘기가 나온다. ‘선량한 집사는 회사의 핵심 가치를 활용하여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환경에 대한 책임은 신제품 개발에 있어 사전 예방 법칙을 택하는 등의 통제 수단을 포함시키면서 지구를 보살핀다는 의미이다.’라고. BP사태(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건)에 따끔한 경고가 될 만한 말이다.

최 대표는 “기업은 좋은 고용주가 돼야 한다”며 몇 가지 재밌는 기업 사례들을 보여줬다. SAS는 1976년에 세워진 분석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매년 포춘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세계적 규모의 소프웨어 회사라는 명성과 함께 35근무(주당 35시간 근무)를 장려하고 야근이 없는 꿈의 회사다. 브라질 기업 SEMCO는 다른 기업들은 다 있는데 없는 게 3가지가 있다. 바로 보고서, 조직체계, 출‧퇴근 시간이다. ‘이래서 회사가 돌아가겠어?’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연간 성장률은 40%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소개한 기업은 미라이 공업이다. 야마다 사장의 ‘인간은 재료가 아니다’라는 철칙 하에 직원 해고 없이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특이한 기업이다. 직원을 승진 시킬 때 선풍기를 돌려 가장 멀리 날아가는 이력서를 짚었을 정도로 괴짜 사장인 것 같지만 매출은 파나소닉을 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이 기업들의 숨어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스스로 기업에 헌신할 수 있도록 오너십 마인드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질서 없이 흐트러져 보이지만 직원들을 자극할 수 있는 기업의 목표가 분명하고 창조적인 발상이 가능하도록 근로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한 실험에서 크레파스와 색종이를 마음껏 가져가서 그리라고 한 아이들과 색종이와 크레파스를 일률적으로 나눠준 아이들에게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자율적으로 재료를 가져가서 미술활동을 한 집단에서만 쉬는 시간 까지 자리에 앉아 몰두하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내적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기업이 착한 판매자로서 안전에 대해 책임지고 정직하게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도 두말할 것 없이 강조돼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는 왜 롤모델이 될 만한 좋은 기업이 없는 것일까?’하는 그의 물음이다.

현재 그들이 작업 중인 ‘굿컴퍼니 선언서’가 한국 사회 구석구석 전해져서 착한 기업, 굿컴퍼니의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꿀 날은 머지않았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