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은 연구원]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3위.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중 하나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할수록 극지방의 각종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사막화는 극심해지며 자연재해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제 환경오염 문제는 인류공동체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다. 인류의 당면 과제로 받아들여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침 게임을 활용해 기업, 정부, NGO와 함께 나무를 심는 소셜벤처가 있다고 해 한 걸음에 찾아갔다.

tree planet?
‘나무로 가득한 초록별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나무심기에 앞장서는 소셜벤처. 모바일 앱이나 페이스북에서 게임을 통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나무를 키울 수 있다. 물과 비료, 영양제를 주며 미션들을 달성하다 보면 가상의 나무는 현실에 심어지게 된다고. 현재 23만여 그루의 나무가 한국, 몽골, 인도네시아, 남수단에 뿌리를 내렸다. 협력 기업이 조림비용을 제공하고 정부는 부지를 확보하고 NGO가 현지 조림활동을 해주는 윈윈 모델을 추구한다. ‘게임과 환경보호의 만남’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종 공모전을 섭렵한 젊은 기업, 바로 tree planet이다.

27세 CEO의 창업스토리.

올해 27세인 tree planet 김형수 대표의 전직은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 중학생 때부터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며 단편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무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여러 차례 수상하며 영화를 통해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제기했다. 그러다 군 입대 후 김대표의 환경에 대한 애정은 현재 사업모델로 옮겨갔다.

군대 후임이었던 정민철 이사와 전략가인 김재현 이사를 비롯한 창업멤버들 모두 젊다. 김대표는 군 휴가 중 틈틈이 사업에 대한 자문을 받고 또래 구성원들을 모았다. 2010년 9월 법인을 설립했고 현재는 13명의 구성원들이 논현동 사무실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낸 원동력이 뭘까. 끈질긴 질문에 김대표는 “멘토가 없으면 성장하기 힘들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tree planet은 소셜벤처를 인큐베이팅하는 크레비스파트너스로부터 미션, 철학, 비즈니스 스킬에 이르는 전반적인 교육을 받았다. 크레비스파트너스는 기간을 따로 정해 두지 않고 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집중적인 지원을 한다는 게 특징이다.

덧붙여 그는 ‘끈질긴 철학적 고민과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가 환경이라는 주제와 잘 맞물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2010년 중소벤쳐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로 뻗어가 소셜 벤처들의 월드컵인 GSVC(Global Social Venture Competition)에서 3위에 올랐다.1위였던 스탠퍼드대-버클리대 팀, 2위를 차지한매사추세츠공대(MIT)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한 쾌거였다. 이처럼 다양한 공모전에서 이룬 화려한 수상경력이 tree planet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

게임이 환경을 바꾼다?
tree planet만의 소셜 앱은 다큐 감독이었던 대표의 안목이 더해져 영상미가 빼어나다. 나무에 이름을 붙인 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출생신고를 하면 내 나무라는 각별한 애정도 생긴다. 영양제와 물, 사료를 주고 달려드는 양떼와 벌목꾼들을 떨쳐내며 미션들을 달성해가면 쑥쑥 자라나는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레벨 7을 넘기면 비로소 한 그루의 나무가 가상공간에서 벗어나 도심 혹은 사막 한가운데에 심겨진다.


“게임이라는 게 중독자 양산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김대표는 33만 명의 사용자들이 생긴 것도 “게임이라는 툴을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혼자서 650그루를 키운 사람도 있단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단순한 클릭으로만 기부가 된다면 이렇게 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tree planet이 만든 숲은 이미 여덟 곳에 이른다. 후원을 해준 한화, 토요타, 리디북스, ING생명 그리고 신화와 2NE1의 이름을 각각 따서 만들어졌다. ‘몽골 한화 태양의 숲’에는 마을이 조성됐다. 사막화가 심해져 유목생활을 하지 못한 주민들이 도시로 떠났다가 숲이 생기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무를 심는 역할은 현지에서 조림활동을 하는 NGO이지만 ‘tree people'이라 불리는 일반 참가자들도 함께한다. 3기 까지 모집돼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무심기에 동참했다.


모바일 앱 외에도 페이스 북 페이지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버전의 앱이 출시 될 예정이다. 향후에 북금곰 키우기, 고래 키우기와 같은 다른 주제의 게임도 개발 될 예정이다. 김대표는 “팬덤이 많이 진화했다”며 다양한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Star Forest' 프로젝트도 더 확대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비췄다. 게임이 가지는 확장성을 무기로 tree planet의 소셜미션은 더 먼 곳으로 뻗어가고 있다.

정부와 NGO, 기업 모두가 만났다!
tree planet은 정부와 NGO, 기업과 협력하는 유기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김대표는 “처음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잘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대기업과의 협력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게임을 하다보면 기업 로고가 새겨진 물펌프나 비료 등을 볼 수 있다. 기업이 마케팅비용을 제공하면 게임 안에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서로가 상생하는 구조는 기업의 임직원이 나서서 나무를 심는 것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소위 말하는 ‘눈물 짜는 마케팅’이 아닌, 보다 재미있게 사용자들에게 접근했기 때문에 참여를 쉽게 유도할 수 있었다. 거기다 ‘내가 참여한 사회공헌 사업’이라는 남다른 애정으로 광고효과는 배가되기 마련이다. 실제 한화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컸다고 한다.

정부, NGO도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 건 각각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던 게 아닐까. tree planet이 정부가 할 일을 덜어 주는 대신 정부는 부지를 확보해 주고, NGO가 현지 조림활동을 해주니 tree planet은 기부금을 마련해 준다. 자칫 하면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NGO와도 공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김대표는 시민들의 참여로만 뉴욕시에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사례를 들며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정부형, 기업주도형은 이제 의미가 없다”며 “참가자들이 하나의 마케팅요원, 세일즈 요원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tree planet은 소셜 벤처로서 각 섹터를 연결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미션은 환경을 개선하는 것,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는 김대표의 말처럼, 그는 영화제작, 소셜 벤처 설립으로 자신의 목표를 꾸준히 이뤄가고 있다. “나무가 자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30년 뒤가 되면 나무들이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룰 것이다”라는 그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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