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이 연구원] 독거노인의 외로운 죽음, 혼자 사는 이웃의 자살 등을 가까운 이웃도 모른채 한참 뒤에 발견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많이 접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의지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을 내 소통이 사라지고 있다. 이사오면 떡을 돌리며 인사하는 관습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어른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들도 놀이터보다는 학원에서 공동체가 시작되고,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은 소외된다. 점점 공동체 의식은 작아지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커져만 간다.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가 되어주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이하 이야기꾼)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놀이와 연극을 통해 독서를 체험하고, 감성과 생각을 키우는 창작활동을 한다. 아이들이 책공연을 보면서 스스로 독서를 하고 소통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이야기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이야기꾼의 목표다. 무관심으로 등돌린 사회.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관심으로 등 비빌 곳이 되어준 이야기꾼의 김형아, 황덕신 공동대표를 만났다.

이야기꾼의 책공연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어린이, 청소년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즐기고 그들이 직접 자신만의 표현양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여러 창작예술활동을 하고있다. 책공연이란, 독서를 종합적인 체험으로 확장하는 서비스이자 창작활동이다.
2009년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에서 실시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시작했다.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 후 2010년 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공연사업으로는 동화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에게 동화 이야기 공연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육 사업으로는 이야기꾼 양성워크샵, 이야기 해결단이 있다. 제작된 책 공연, 찾아가는 책 공연, 솔루션 아트, 미혼모와 함께 하는 이야기태교 프로그램, 책을 활용한 창의적 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Q. 오늘 어린이 연극 ‘마쯔의 신기한 돌’을 관람했다. 어린이 연극이라서 심심할 줄 알았는데 정말 재밌었다. 어른이 봐도 재밌고 유익한 연극이라 색다른 것 같다.
김형아(이하 김): 이야기꾼은 어린이가 보는 공연을 어른도 같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어린이와 어른들 대상으로 같이 공연하고 있다.
황덕신(이하 황): KBS 드라마 ‘학교’에 보면 ‘어른들 눈에는 아이들의 문제가 간단하게 보이냐’는 대사가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어린이 연극을 직접 관람해서 알 듯, 재미있고 메시지를 받지 않았나? (웃음)

Q. 구연동화처럼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 왜 퍼포먼스와 오감을 이용한 창착 놀이를 갖고 책을 읽어주기로 했는가?

우리의 경력과 역량을 보았을 때,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연극이다. 구연동화처럼 몸짓이나 대사전달에 치중하기 보다는 오감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만나게 하고 싶었다. 마임이나 음악처럼 움직임이 강해진 건 소품이나 무대 자체를 많이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꾼 자체가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상상의 근원이 돼야 한다.

Q.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아이들에게 책을 연극과 이야기로 들려주게 되었나?
김: 이야기꾼은 하자센터 안에 있는 ‘작업장 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청소년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젝트였는데 2008년말 하자센터에서 청소년을 위해 책으로 공연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나 역시 하자센터에 어린이 공연예술 관련 인큐베이팅을 맡고 있다 2010년 이야기꾼으로 오게 됐다. 하자센터에 있기 전에는 한 극단의 기획팀에서 14년 동안 문화기획자로 있었다. 황 대표도 오랫동안 여러 공연 분야에 기획자로 있었다.

Q. 문화예술이다 보니 사업 초반에는 수익이 많이 없었을 것 같다. 사업 초반의 수익은 어땠는가?
김: 우리 역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다른 문화예술단체보다 조금은 운이 좋았다. 이야기꾼이 설립된 2009년은 책이 중요시되던 해여서 도서관도 많이 지었고, 큰 수익은 아니였지만 초반에 홍보를 안했음에도 도서관과 연결이 잘 돼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도서관 관계자들이 인형극, 아동극 보다는 좀 더 체계적인 공연을 원했기도 했다. 하자센터와도 청소년 사업을 같이 연계해서 할 수 있었다.

Q. 언제까지 하자센터의 지원을 받았고 언제 자립성을 갖게 되었나? 주로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김: 하자센터에 있으면서 인건비, 공간, 자원을 지원받았다. 2010년 10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하자센터에서 재정을 독립했다. 공간이나 협업 사업은 아직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정부 지원은 1, 2, 3년 단계마다 90%, 80%, 70% 지원받는다. 아직 2년째니 진짜 자립은 내년부터인 것 같다. 원래 마지막 해의 지원은 70%였는데 올해 50%로 감축됐다.

Q. 연극을 하는 이야기꾼은 누구인가?
황: 이야기꾼 안에는 기획자, 배우, 음악, 작곡, 시각 디자이너 다 포함해서 상근직원 18명이 있다. 1년 워크샵 훈련을 거쳐 이야기꾼이 되기 때문에 3명 빼고 다 배우를 한다. 행정직원도 연극을 한다.

Q. 설립된 이후 몇 작품 정도 공연했는가?
김: 현재까지 10작품 정도, 책 공연으로 자주 나가는 건 6작품정도다.

Q. 책 선정하고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간이 궁금하다.
김: 연초에 이야기꾼들이 몇 권씩 직접 가져와서 책 선정을 고려한다. 책 내용이 좋다고만 해서 공연을 만들 수 없다. 기획자들이 이왕이면 한국 창작동화나 전래동화로 만들자고 제안하지만 이야기꾼이 직접 만들고 공연하기 때문에 그들이 책을 보면서 그림이 떠올라야 한다.
선정된 책으로 팀을 짜면 작품은 빠르면 3-4개월, 보통은 6개월 정도 걸린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쇼케이스를 하고 리뷰를 받고 하반기에 완성한다. 완성된 작품도 계속 보완하고 있다.

Q. 연극, 창착 뮤지컬의 성격이 강한데 굳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이유는?
김: 조직적 의미와 내용적 의미를 담고 있다. 조직적으로 보면 연극인들이 하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 연극이나 극단과는 다른 조직체계에서 활동하고 싶었다.
황: 그리고 이야기꾼이 사회적 과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의 사회적 과제는 문화자본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어린이 예술을 통해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Q. 연극을 좋아하는 층이 다양한데, 이야기꾼의 타겟을 아이들로 잡은 이유는?
김: 같이 만든 사람이 어린이·청소년 연극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에 어린이를 우리의 주요 대상으로 확실히 명시하면서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책을 빨리 만나고 자라면 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 되었을 때, 사회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황: 어린이 예술은 복잡다단한 전문성을 요구한다. 어린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린이 관점에서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야기꾼은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볼 수 있는 전달법을 가지고 있다.

Q. 이야기꾼은 어떻게 선발하는가? 전문 인력이 아니고, 꾸준히 공연하지 않으면 어떻게 공연의 퀄리티를 계속 유지하는가?
황: 매년 연초쯤 오디션을 공모한다. 전원이 들어가 같이 사람을 뽑고 후보자도 사람을 아는 상태에서 들어오게 된다. 대표가 중심이 아니라 전 사원들이 같이 논의하는 총회에서 전반적인 방향을 이야기한다.

Q. 이야기꾼 안에 소외계층 고용인도 있는가?
황: 예술가가 취약계층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예술에 대한 인식이 없어 문화예산이 1%밖에 안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자체는 활성화되지만 예술가들이 거기에 대한 혜택을 받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창작지원을 하는 부분은 적고,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지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제 논리와 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문제를 부담할 비용을 예술에 투자, 질높고 다양한 예술을 시민이 경험하고 예술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예술을 이해하고 표현하면서 서로 소통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정서가 달라진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Q. 사회의 독서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어떤 공익 활동을 하고 있는가?
김: 우리의 작품 활동 자체가 솔루션이다. 책읽기를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꾼은 독서활동의 적정기술로 본다.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시 공동주최로 서울시청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무료로 이 책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야기꾼은 극장 공연도 하지만 찾아가는 공연이다. 도서관, 학교, 기업, 축제, 아동센터 등에서 의뢰를 받으며 관객들은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공연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무대세트도 배제한다.

Q. 책공연과 자기주도 독서와 삶의 연관성이 궁금하다.
김: 책을 먼저 읽고 연극을 보더라도 한번 더 보게 된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 책을 상상하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책과 책 사이의 링크를 걸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책 속으로 걸어나간다.
황: ‘철썩철썩 쏴아쏴아’ 이 의성어는 책 속의 ‘넓고 넓은 바다’ 이 한 구절에 대한 표현이다. 책 문장 하나에서 많은 걸 발견하고 놀 수 있다. 학생들은 이런 표현을 논술이나 정답처럼 외우고 있다. 우리는 놀이와 연극으로 바다를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책을 정독하게 되면 내 책이 된다. 읽었던 책이라도 다르게 보이고, 깊이 있는 책읽기가 시작된다. 책으로 같이 토론하는 기회는 문화자본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

Q. 구석구석 속닥속닥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김: 이야기꾼 활동 자체가 사회를 위한 것이지만 우리 안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는 지방 분교에 가서 교육과 공연 활동을 했다. 작년에는 전남 지방 위주로 갔다. 1년에 몇 번이라도 전국에 있는 소규모 학교나 센터에 가서 공연한다. 그 사람들은 차량이 없으면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고, 읍에서 공연하는 게 전부다.
황: 기업은 몇 백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싶어하지 10명 미만의 수혜자에게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소규모 학교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Q. 미혼모가 편안하게 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던데, 준비하고 실행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김: 이야기꾼 중에서 둘째를 임신하면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태교를 책으로 산모들을 만나보자해서 시작했다. 시범사업으로 미혼모, 산부인과에 있는 산모를 대상으로 10회차 진행했다. 그 아이가 태어나면 24개월 미만 아기와 어머니를 대상으로 아기연극를 한다. 이야기꾼에 여자 직원들이 많다보니 출산 육아의 문제가 커서 이야기꾼으로서 이어갈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Q. 아이들에게 해심, 사막, 우주를 표현해 직접 참여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 같다. 참가해서 과학의 원리를 알게 되는 방식인가?
황: 내용이 과학적인 건 아니고 방식을 과학이나 미디어로 활용했다. 과학교과를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고, 스토리 안에서 이야기하게 한다. 과학공부를 할 때 첫 시작이 질문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달은 왜 저렇게 생겼을까? 하늘은 왜 파란색인가?’ 이런 호기심과 과학적인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할 수 있게 했다.


Q. 성인을 위해 사회문제나 이슈가 되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을 것 같다. 계획 중인가?

김: 그건 우리 취지와 맞지 않다. 우리는 연극의 컨텐츠를 책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책이 있다면 활용하겠지만, 사건 자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Q.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활성되지않는 걸로 알고 있다. 원인을 꼽자면?
황: 예술가와 시민의 문화예술지원이 균형있어야 한다. 지금은 시민들에게 직접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시민이 즐기는 문화에만 치우쳐 있다. 예술가 인큐베이팅 역시 필요하다. 육성은 성공을 전제로 하지않고, 성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문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실패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수익을 위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김: 도서관 설립에만 중점을 두는데 운영 예산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적다. 도서관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즐기는 예술이 된다.

Q. 앞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있나?
김: 내년부터 자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이야기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아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나며 느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황: 어린이에게 책은 한정적이지만 어른들에게는 광범위하다. 중요한 것은 대화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연극을 봐야하고, 어른들도 졸지 않는 연극을 만들려고 한다. 어른들 역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된다. 혼자서 책 읽으면 혼자만의 상식이 된지만 책을 읽고 시민활동을 하면서 마을의 아이를 같이 키워야 한다. 다양한 방식과 초점을 갖고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바쁜 삶에 익숙해져 있다. 독서와 예술을 통해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황: 마지막 어린이가 등을 돌릴 때쯤이면 돈을 주고도 그 등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김: (웃음) 가끔 초등학교 저학년을 교육할 때 교사가 참가하기도 한다. 교사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할 때가 있다. 명상을 하면서 10년, 20년 전으로 돌아가 재미있게 동심으로 돌아간다. 아이처럼 노는 순간이 있으면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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