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이 연구원] "나의 꿈은 하늘을 나는거야"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피식 웃는다. 그리고 그건 그냥 '꿈'일 뿐이니 맘껏 가지라고 한다. 사람들은 불가능하고 허황된 목표가 바로 '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꿈은 자신을 발견하고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점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든, 꿈은 우리 삶의 해피 바이러스다. 모든 사람들이 "꿈깨!"라고 외칠 때, 항상 "꿈꾸세요.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다.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에게 꿈의 동기를 주는 가족 같은 사람들. 모티브 하우스의 공동 대표이자 노원구 공릉동 꿈마을 이장인 이학종씨를 만나보자.

모티브 하우스 (Motive House)
2009년 9월 9일 노원구 공릉동을 기반으로 자신의 꿈을 고민하는 평범한 청년들의 '꿈을 생각하는 모임'으로 시작했다. 같은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고, 청소년들의 꿈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단법인 씨즈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으로 선정됐고 2012년 '꿈꾸는 연구소'를 발족했다.


Q. '꿈을 교육한다?' 꿈이 교육 콘텐츠라는 것이 특별해보인다.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똑같이 겪고 있는 고민이 바로 꿈인 것 같다. 꿈 교육은 자기발견교육이다. 나에 대해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모티브하우스는 꿈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응원해주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과정마다 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선생님이나 부모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 꿈이라고 하면 직업적인 면을 말하는데, 사실 꿈은 직업이 아니다. 꿈 교육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개인적인 욕구를 표출해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찾게 도와준다. 물론 직업도 삶의 영역에서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성격, 재능을 스스로 찾고 직업에서 어떤 가치를 실현할지 한 문장으로 표현해 드림북(Dream of Book)에 쓰도록 한다.

Q. 꿈을 교육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부모님의 권유로 4년 동안 공무원 시험공부를 했는데 다 떨어졌다. 힘들어하던 중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이건 엄마 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TV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강연하는 걸 봤는데 정말 자기 인생을 사는 것 같아 보이더라. 그래서 '당신의 응원이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학종이 명함을 만든 뒤 성공한 사람들을 무작정 찾아가 만났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두 달 동안 전국을 돌면서 만났다. '너도 할 수 있다'라고 내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힘이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모티브 하우스 동호회를 알게 됐다. 제각기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꿈을 종이에 적어보곤 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놀이, 디자인을 통해 꿈을 그리고 싶어 5-6명의 동호회분들과 창업을 하게됐다.

Q. 그럼 그 창업 멤버들이 현재 모티브 하우스 구성원으로 있나?
원년 창업 멤버 중에서 현재 서동효 공동 대표와 나만 남았고, 직원 2명, 파트너 강사 4명이 있다.
서 대표는 고등학교만 졸업한 순수혈통(?)이다. 직업을 다섯 번이나 바꿨는데 유치원 선생님, 롯데월드 퍼레이드 강사를 거쳐 자기주도 학습센터 선생님도 했다. 그런데 자기주도 학습센터에 자기가 주도해서 온 애들이 한명도 없다고 하더라. (웃음) 서 대표가 그걸 보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팀장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스무살 때부터 떡볶이 장사부터 시작해 이태원 식당까지 운영한 사업 개념이 밝은 분이다. 교육 파트너는 사회복지사, 초등교사, 승무원 출신 강사, 독서지도사 이렇게 네 분 계신다.

Q. 사업주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혹은 거창하지 않나? 목표달성 정도를 측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꿈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고 보여주는 것이 어렵다. '아! 꿈 찾았네, 짝짝짝!' 이럴 수도 없다. (웃음) 아이들의 변화된 사진을 보여주긴 하는데, 동기 부여라는 게 한두 번 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약 6~7개월 뒤에 연락이 온다. 아이들이 그때 썼던 꿈을 이뤘다고 말하고,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이들에겐 자기가 했던 것을 말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 같다. 책을 보니 꿈을 말하고 싶은 대상은 옆집 오빠, 형, 누나라고 하더라.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꿈을 말하는 것에 껄끄러움을 느낀다. 우리는 아이들이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해 그런 좋은 관계를 이뤄나가는 게 우리의 성과다.

Q. 교육프로그램 주요 대상이 청소년층이던데, 진로고민이 끝나지 않은 20대나 30대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는가?
사업 시작하고 1년 동안 유아에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교육을 했다. 처음 프로그램 진행할 때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사람들이 많이 왔다. 이 분들은 꿈에 대한 고민으로 돈을 지불하기는 꺼려하더라. 그래서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웠다. 대신 청소년들과 같이 꿈 교육활동을 하고, 자기의 꿈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꿈을 찾는 것 같다.
어머니들은 교육을 받다가 우시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고 남편이나 자식만 생각하셨지, 자기 인생에 대해서는 생각 안해왔다며, 이렇게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게 행복해 하시더라. 그래서 '꿈꾸는 엄마' 사업을 진행했다.

Q. 꿈꾸는 엄마 사업은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엄마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인가?
아니다. 엄마가 엄마의 꿈을 찾는 것이다. 꿈꾸는 엄마가 꿈꾸는 아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Q. 다른 꿈 사업도 있나?
꿈꾸는 마을이 있는데 공릉동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꿈 교육을 하고 나니 큰 효과가 나지 않았다. 꿈꾸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니 힘들더라. 그래서 마을 단위로 구청 관계자, 어머니, 청소년센터 관계자 분들이 교육에 참여하고있다.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꿈꾸는 여행도 진행됐다.아이들이 여행하면서 멘토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젝트다.

Q. 모티브하우스의 꿈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하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첫 번째 학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축구를 좋아하는데 다리를 다쳐서 축구를 못했었다. 계속 집안에만 있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운동선수들을 치료하는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몸과 마음을 다 치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 학생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지금 물리치료학과에 다니고 있다.

Q. 만약 '하늘을 날고 싶다'는 게 꿈이라고 말하면?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날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날 수 있는지 등 상상하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예전에 한 학생이 말만 하면 얼굴이 빨개졌는데 자기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솔직히 개그맨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 친구가 개그맨 학원을 등록하고, 몇 달 다니더니 개그맨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연락을 해왔다. 대신 영화시나리오와 촬영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시도나 실패를 통해 자기 길을 찾게 된다. 자신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Q. 왜 ‘9월 9일’이 꿈의 날인가?
1년에 한번 정도는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라고 우리가 지정한 날이다. 올해는 Dream Dance Day를 열었다. 노원구에는 춤추고 싶은 아이들은 많은데, 전문적으로 배운 애들이 없다.그래서 댄스 대회를 열어 모티브 하우스 수익으로 상금도 줬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왜 춤을 좋아하는지, 왜 춤을 추게 되었는지' 등 생각하고 하나의 꿈을 이뤄나가는 날이었다.

Q. 수익창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꿈 교육과 교재를 통해 주로 수익을 낸다. 참가자에게는 돈을 받지않고 대부분 복지관, 학교에서 받는다. 앞으로도 네트워크를 활용해 더욱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교육적인 부분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Arrow ad에 기업을 광고해주면 아이들을 어학연수 보내준다든가, 빅워크의 드림워크페스티벌과 파트너를 맺어 멘토와 함께 걷는 '꿈을 찾는 하루찾기' 행사를 열 생각이다. 사실 수익이 난다기 보다는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Q. 사업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
사실 창업하고 1년간 가장 힘들었다. 닥치는 대로 일하고, 진짜 많이 일했는데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지금은 복지관에 있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로 교육을 한다. 기업들로부터 받는 교육비가 도움이 된다. 사회적,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가지 균형을 잡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Q.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
시골 아이들이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꿈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응원하는 꿈꾸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Q. 사회적기업으로서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인식의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 현재 사회는 사회적 기업을 너무 한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인증할 때도 인건비 지원이나, 복지형 사업에 맞춰져 있다. 사회에 긍정적이거나 혁신적인 반응을 주고 싶은 청년들이 많이 있으니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폭이 넓혀졌으면 좋겠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시민 의식도 많이 높아져 사회적 기업이 보편화됐으면 좋겠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수요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사회적 기업을 단순히 CSR의 대상으로 볼게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사회적 기업도 일반 기업들과 시장에서 경쟁하며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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