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width="1920" height="1080" mp4="http://mediasr.kr/wp/wp-content/uploads/2017/10/20170325_부부가지물고와집짓기문학배.mp4"][/video]

며칠 아침이 소란스럽더니 까치가 베란다 난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3월 18일. 까치 가족과 나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빨래를 더럽힐 수 있다고 꺼리던 아내도 이내 새끼 까치의 보모 역할을 자임했다.
“또 하나 더 낳았어(산란 産卵). 이제 알이 여섯 개야.”
출근해서도 마음은 까치에게 가 있던 나의 현지 리포터이기도 했다.

매나 뱀 같은 천적을 경계하기 좋은 포플러 나무 같은 높은 곳이나 마을 근처에 둥지를 튼다는 까치. 우리 집은 17층이고 남쪽은 학교라 앞이 트여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까치가 우리 집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나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0522 아침 해를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는 큰형 / 사진 : 문학배 기자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동영상은 핸드폰, 사진은 구형 니콘(DSLR, 18~50mm zoom) 카메라가 사용되었다. 열악한 촬영장 비보다 더 힘든 것은 촬영 조건이었다. 워낙 얘들이 민감해서 조그만 인기척에도 ‘깍깍’거리며 날아가 버리고, 아침의 역광은 선명한 사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까치둥지는 접시 모양이 아니고 완전한 공 모양이고 뱀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직조되어 있으니 안쪽에 있는 알과 새끼 사진 찍기는 어려울 수밖에.

부화한 갓 난 새끼 / 사진 : 문학배 기자

아까운 영상들이 빨래가 배경에 나온다거나 아내의 머리 매무새가 까치집 같다는 이유로 잘려나갔다. 표현과 창작의 발전을 위해서 아내 검열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세 마리 밖에 없다는 다급한 전화가 왔다. 알에서 깨어난(부화孵化) 후 어제까지도 분명히 여섯 마리가 꼬물거리며 잘 자라고 있었는데... 사라진 세 마리는 어디로 간 걸까? 맨 먼저 생각나는 피의자는 어미까치다. 어미는 처음부터 세 마리만 키울(육추育雛) 요량이었음이 분명하다. 욕심내지 말고 양육가능한 수만큼만 키워야 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잘 자라던 여섯 마리 중 세 마리를 가려 없앴을 것이라는 상상은 충격이었다. 결단 내릴 때는 단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솜털이 깃털로 변하고 덩치가 커버린 새끼들로 둥지는 꽉 차 버렸다. 왜 세 마리만 키우려고 했는가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한 마리밖에 안 남았어. 두 마리는 벌써 날아 갔나봐.”

씩씩한 형들은 먼저 날아 가버리고(이소移巢) 없는데... 어미는 날아오르라고 격려하는데... 벽만 쳐다보며 애써 바깥세상을 거부하는 막내의 모습은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 귀엽기도 하다.

까치둥지는 보금자리 집이라기보다는 엄마의 자궁 같은 역할을 한다. 어미는 알 품을 때 외에 둥지에서 쉬거나 자는 일이 없고, 새끼는 일단 날아 떠나면 다시는 둥지로 오지 않는다. 한 번의 연습 비행도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이곳이 보모에게 가장 섭섭한 대목이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황망히 떠나 가버렸어... 5월 26일

빈 둥지 / 사진 : 문학배 기자

내년에 혹시 다시 온다면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
까치 가족과, 70일 간, 나는 이렇게 만났다.

막내가 떠난 후 어미 까치는 둥지를 몇 번 더 찾아 왔다.
혹시 남겨진 새끼가 있는지 재차 확인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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