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월 기자.

“띵똥!”

[류미월 기자] 택배 아저씨가 급하게 상자 하나를 전해주고 갔다. 발신자 이름만 봐도 내용물이 짐작이 갔다. 충북 괴산군에서 보내온 대학 찰옥수수였다. 해마다 여름 끝자락이면 옥수수를 보내주는 지인이 있다. 상자를 열자 껍질 벗긴 옥수수들이 가지런히 앉아서 하모니카 합주라도 할 기세다. 보낸 사람의 정성이 전해지며 마음이 환해졌다. 하루는 길가에서 옥수수를 사 먹었는데 중국산이라는 소리를 듣고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국산 찰옥수수는 더 반갑다.

며칠 전 해 질 무렵에는 텃밭을 가꾸는 이웃집 형님이 농사일을 끝내고 오는 길에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봉지 속에는 싱싱한 채소들로 가득했다. 상추, 깻잎, 풋고추, 애호박이 담긴 봉지를 받아 들고 기뻤다. 이런 푸성귀들은 밥상을 푸짐하게 해 주고 먹을 때마다 정이 느껴진다. 풋고추와 애호박을 넣고 자박자박 끓인 된장찌개가 담긴 뚝배기 속에는 형님의 얼굴도 떠 있다.

친구 A는 몸집이 큰 데다 성격이 털털했다. 자잘한 것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못하게 생겼는데 정반대다. 그와 함께하는 나들이는 입이 즐거워진다. 과일을 손질해서 납작한 용기에 넣어오고 견과류도 챙겨 온다. 걷다가 지칠 만하면 적절한 타임에 요술쟁이처럼 배낭에서 맛 좋은 간식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어디 그뿐인가. 목캔디며 껌이며 물티슈며 식후에는 챙겨 온 이쑤시개로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갈무리를 해준다. 그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일은 좋은 일이다. 주는 사람은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상대방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고, 받는 사람은 받아서 행복해진다.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이들도 많다. 검소한 생활을 하며 어렵게 번 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쾌척하는 김밥 할머니의 주름진 손은 감동을 준다. ‘나눔의 아이콘’ 하면 미국의 자선 사업가이자 세계 최고의 석유왕인 존 록펠러가 떠오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근검절약하는 정신과 용돈의 10%는 반드시 이웃에 되돌려주는 기부 정신을 배웠고 실천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보면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줘라"라는 대목이 있다. 본인은 온갖 고초를 겪는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나보다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고 도와주라는 당부의 말을 거듭했다.

나눔도 습관인가 보다. 비싸고 좋은 물건만 받아야 기쁜 일이던가. 살아가면서 힘들 때 위로해 주는 한마디의 말에 힘이 솟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마주 앉아 먹는 한 끼의 밥은 소박한 밥상일지라도 최고의 밥상이 된다.

나누면 슬픔은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된다. 재물이나 지혜를 나누는 기쁨도, 마음을 나누는 사랑의 기쁨도 행복을 부르는 마력(魔力)을 지녔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일, 마음은 아무리 퍼내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운 얼굴들이 모이는 한가위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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