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영 기자.

[김애영 기자] 밝히지 않는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라는 것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있음에도 종종 만난 지 얼마 안 돼 어색한 이들에게 나이를 묻게 되는 일이 있다. 그러면 실제로 짐작하던 나이와 일치하든 안 하든 예의 바른(?) 놀람을 표시하고 건네는 말이 바로 “동안이시네요”이다. 상대가 70대이든, 40대이든, 심지어 20대일지라도 그 칭찬은 빛을 발한다. 물론 남녀 모두에게 적용된다. 동안이 그저 어린아이의 얼굴 같고, 좀 더 확장한 의미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만을 의미해서가 아닐 것이다. 건강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고, 무언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내포해서 일 것이다. 그러기에 메이크업이니, 패션이니, 성형, 아니 시술까지 많은 이들이 동안 외모를 위해 공을 들이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이 듦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당연히 젊은, 그래서 멋있는 모델들만 나올 거로 생각했던 패션쇼의 런웨이에서 시니어 모델을 발견할 때가 있다. 시몬 로샤, 돌체 앤 가바나, 보테가 베네타 같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백발의 꽃 할매, 꽃 할배가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서울시설공단이 연 청계천 패션쇼에서 91세의 박양자 할머니를 비롯한 시니어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 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디자이너가 시니어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모델은 젊은 층만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깬 색다름 추구이거나, 고령화 세대의 소비자인 노인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생긴 시니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 때문이라 한다. 즉, 나이와 상관없이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숙명, 그 인간적인 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마도 강경화 외무부 장관의 백발에 호의적이었던 많은 사람은 강 장관이 머리를 염색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 평가해서만이 아닌,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르신들의 몸에는 세월이 담겨 있다. 그들의 신산했던 노동의 흔적, 오랫동안 지속했던 처음엔 사소했었을 생활 습관들, 그리고 삶의 폭풍에 맞닥뜨렸을 때 지었던 여러 표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세피나 모나스테리오라는 영국인 보디빌더에게는 좀 다른 의미의 긍정적 시선을 보내게 된다. 59세에 보디빌딩을 시작했다는 그가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식이 조절과 운동을 계속했을 거란 사실을 쉽게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화려한 변신은 다시 새롭게 살겠다는 ‘열정’을 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71세 할머니의 성난(?) 근육질 몸매는 그의 말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노력하면 근육도 늙지 않는다”를 보여줬는데, 이는 젊은이들의 근육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이미 시니어 모델 시장은 성장 발전하는 시장으로 이들에게 특화된 모델 학원들 역시 성업 중이라 한다. 이들은 중후함이라는 무기로 신선함을 어필하는 젊은 모델과 경쟁한다. 대체로 시니어 모델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은 인자함이라고 한다. 이는 굴곡이 없을 수 없는 인생에 긍정적으로 대처한 이가 얻을 훈장일 것이다. 서울 강남구청 ‘시니어 모델 두드림(Do-Dream) 사업’은 끼와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노후를 향해 도전하고자 하는 시니어 모델을 양성하여 각종 CF 및 사진,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함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신노년 문화를 확산하는 사업으로 9월 7일까지 추가 모집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늘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품위 있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 모습을 고스란히 뿜어내는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자신 있게 각자의 인생의 런어웨이에 서자.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이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란 말은, 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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