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아닌 생명으로 ‘농장돼지’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제작한 황윤감독을 만났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2014 서울 환경영화제 대상’수상과 함께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황윤감독은 2001년부터 야생동물을 소재로 ‘어느날 그 길에서’, ‘침묵의 숲’, ‘작별’등의 영화를 제작해왔다. 황감독은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찍기 전까지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이 가축동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황감독이 휴식기를 가지던 2011년 구제역으로 인해 약 350만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 되었다는 뉴스를 보게된다. 이때까지도 황감독은 이런 뉴스를 굳이 보고싶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임순례 감독이 살처분과 관련한 영화를 제작해보라고 권유했고 이에 황감독도 가축동물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하게 된다.

우선 구제역과 관련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영화를 제작하기에 앞서 ‘육식의 종말’을 읽고 공장식축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공장식 축산이 되고 있는 가축 중 돼지를 가장 잘 모른다고 생각해 영화주제로 선택했다고 한다. 2011년 기획된 영화는 촬영과 편집을 동시에 진행하며 2014년 3월 최종 제작되었다.


“영화 ‘패스트푸드네이션(Fastfoodnation)’을 보고 공장식축산을 접했다. 공장축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도축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인권문제, 위생문제 등이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의 도축장 장면을 보고 소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한동안 채식도 했지만 채식에 대한 첫 도전은 ’스테이크‘앞에서 무너졌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기획 준비하며 육식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고 채식을 다시 하는 계기가 되었다.”

황감독은 영화를 해석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했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채식이냐 육식이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과잉 고기섭취에 대한 문제를 의식하고 마트에서 ‘신선한 고기’로만 접하는 ‘돼지’가 어떻게 키워지고 고기 이전에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양학도 잘못 전달된 내용이 많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영양학이 그대로 적용되었고 많은 부분이 축산업계 로비를 받았다고 본다. 사실 식물성 단백질도 훌륭하다. 다시마, 깨 등에도 칼슘이 많이 들어있고 냉이에도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잘못된 영양학에 의해서 불필요한 강박에 시달려왔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농장에서는 소와 돼지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 ‘유전자 변이 사료’를 이용한다. 돼지들은 유전자 변이 사료를 섭취하면 생후 6개월 후에는 180KG까지 몸집을 불릴 수 있다. 황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를 맞은 육류만을 걱정하는데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은 고기들이 과연 우리몸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변화, 공기오염, 토양과 토질 및 수질 저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육식이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가스, 이산화질소 등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지구 온난화의 51%이상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아마존 삼림 약 70%가 방목지로 사라졌다. 지구촌의 허파라 불리는 생태계의 천국인 아마존 열대우림과 같은 천연림이 새로운 목장을 만들기 위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전 세계 곡물의 55%와 콩의 80%가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사람이 직접 먹는다면 20억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황감독은 공장식축산의 부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사실 공장식축산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50년도 되지 않았다. 공장식축산은 동물의 자연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아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인다. 서로를 공격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돼지는 태어난지 10일 이내에 이빨과 꼬리를 자르고 닭도 부리를 자른다. 공장식축산에서는 탄생부터 도축까지 폭력성이 존재한다. 이런 부정적 에너지가 담긴 음식을 먹는 우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황감독은 “현재의 공장식축산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동물밀집지역의 비위생적인 환경은 바이러스를 양산하고 구제역, 조류독감등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서 변종되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황감독은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며 동물도 감정이 있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1년 ‘작별’촬영부터 ‘인간과 동물’이 아닌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인간과 동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함정같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하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것들이라는 타자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라고 표현한다.”

황감독은 “우리가 동물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공동체 안에서 인간이라는 종 때문에 고통받는 약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동물 사회에서도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우리사회 약자 문제에 있어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자세를 가지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감독은 영화를 통해 동물을 피해자로서가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어 왔고 동물의 자유롭고 싶은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작품은 ‘동물 쇼’를 통해 동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5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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