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봄꽃이 필 듯 말 듯한 이 시기는 이사철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모든 것이 시작하는 봄에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200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76%의 응답자가 가장 선호하는 이사 시기로 4월~6월을 꼽으면서 청소와 노동을 고려했을 때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시기를 선호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필자가 사는 곳은 대학교가 많아 조금 빨리 2월쯤부터 신입생들이 자취를 시작하면서 이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사하는 사람의 수를 세 보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는 것이 평소보다 골목골목 쌓인 쓰레기의 양도 늘어나고 이사 과정에서 버려졌음직한 가전도구, 가구가 유난히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면서 반짝반짝한 가구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필요 없어서 버릴지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고장 나지 않은 것)을 버릴 때는 ‘사용할 수 있는 사람 가져가세요. (3일 후에 폐기물 처리합니다)’라는 메모가 있고 하루새에 누군가 가져가는 일이 많은 것에 비해 이사를 하자마자 오자마자 배출되는 것은 부서진 곳 하나 없어도 바로 폐기물 스티커가 붙어 있다.

특히 상시 배출 가능한 분리배출장이 있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에 살다가 주택가로 이사를 온 경우나 지역을 아예 옮겨서 이사를 하는 경우 동네마다 다른 배출 요일과 시간을 알지 못해 의도치 않게 무단투기범이 되어 비난을 받기도 한다.

새로운 터전을 일구기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는 다양하다. 부동산에서도 서비스로 학교, 관공서, 슈퍼, 시장, 편의점이나 병원 등의 위치 등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쓰레기 배출 정보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무엇보다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하다. 심지어 편의시설의 위치는 인터넷의 발달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쓰레기 배출 요일 등은 인터넷으로는 찾을 수 없는 정보이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수거 규칙은 구/시 단위의 폐기물 처리 계획과 계약에 따르기 때문에 지역마다 다르다. 대부분 일몰 배출이나 6시 이후 집안 배출이지만 일부 한낮 수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재활용 정거장을 운영하는 곳은 특정 장소와 시간이 지정된다. 일반폐기물의 경우 종량제 봉투에 동별 배출 요일과 시간이 안내되어 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특별 수거함에 배출해야 하는 건전지, 형광등, 의류는 수거함 찾기가 고난도인데 하필이면 이사 때 집중적으로 배출하게 되어 난감하다. 회사를 이전하면서 기존 회사에서 사용하던 형광등을 모두 챙겨왔더니 규격이 맞지 않아 30개를 한 번에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배출함이 보이지 않아 주민센터를 찾아가 묻기도 했다.

폐기물 배출과 관련한 고민의 가장 적절한 문의처는 주민센터다. 오래된 동네의 경우 길 하나를 두고 행정구역이 나뉘어서 배출 요일이 다른 경우도 있어 내 주소를 바탕으로 정확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위해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주민센터에서 환영 문구와 함께 우리 동네 쓰레기 배출 안내를 하도록 하면 어떨까?

새로운 집을 소개해 주는 부동산, 먼저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이자 집 주인, 그리고 새로운 지역에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주민센터에서 세 번에 거쳐 안내를 받는다면 새로운 삶터에서의 시작을 쓰레기 더미와 함께 시작하지 않고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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