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여성 이사 늘고 여성 이사회 의장도 탄생
학계 편중 현상은 다소 심화…이사진 내 비중 40%
이사회 혁신안 담은 ‘모범관행’ 따라 변화 속도 낼 듯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사외이사진 및 이사회에 소위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었다.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사태의 자율배상 이슈가 주총과 이사회 전반을 잠식한 가운데 보인 유의미한 변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금융사 이사진 내 여성 인사들의 약진이 성별을 포함한 이사회 다양성을 주문한 금융당국의 권고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최근 공격적으로 여성인재 발굴 및 육성에 나서고 있는 금융지주사 전반의 기류를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여성 인사의 이사회 등판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이사회 전반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는 소폭에 그치면서 향후 성(性)의 다양성뿐 아니라 직군, 전문성 영역 등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 사진=KB금융
KB금융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 사진=KB금융

여성 이사회 의장까지…‘女風 당당’ 금융권

27일 데일리임팩트가 이날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이사진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회 구성원은 총 32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은 31.3%(1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주총 이전의 여성 사외이사 수(6)와 비율(23.3%) 대비 각각 4명, 8%p 가량 확대된 수치다.

지난 26일 진행된 신한금융그룹의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각 사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신규 여성 사외이사진을 보강한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 두 명의 학계 출신 여성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어 신한금융은 송성주 고려대 교수, 하나금융은 윤심 전(前) 삼성SDS 부사장을 각각 신임 여성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로써 신한금융은 기존 여성사외이사(조설, 윤재원)에 한 명을 더한 3인의 여성이사진 체제를 구축했다. 하나금융 또한 기존 1명이었던 여성 사외이사를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2명으로 늘렸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KB금융은 신규 여성 사외이사진을 선임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정기 주총과 맞물려 진행된 이사회에서 IBK기업은행장을 역임한 권선주 현(現)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은행장이기도 한 권선주 이사회 의장은 KB금융의 첫 번째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서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신한금융 역시 윤재원 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에서 여성 이사회 의장이 나온 건 지난 2010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에 오른 전성빈 당시 사외이사(현 서강대 교수) 이후 14년 만이다.

이 뿐 아니라 신한금융은 앞서 언급한 송성주 고려대 교수의 신규 사외이사진 합류로 KB금융과 함께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여성 사외이사(3명)로 보유하게 됐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외이사진의 성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 사외이사진이 작았던 지주사는 신규 선임을, 기존에 일정 비율의 사외이사를 보유한 지주사는 이사회 의장을 여성 몫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KB금융과 함께 이사회 의장에 여성 인사인 윤재원 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사진은 올해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현장.  / 사진=신한금융.
신한금융도 KB금융과 함께 이사회 의장에 여성 인사인 윤재원 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사진은 올해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현장. / 사진=신한금융.

학계 편중 현상 극복은 ‘아직’

다만 이같은 ‘여풍’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성 변화의 또 다른 키워드였던 ‘학계 중심의 구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이사회 다양성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도 큰 틀에서 금융지주사 내 이사진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사외이사진(32명) 가운데 교수 등 학계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총 13명이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전체 사외이사 7인 중 4명이 학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비율은 약 58%가량이다. 다만, 이번에 이사회에 신규 선임된 이명활 사외이사의 경우 금융위원회, 금융연구원 등을 거친 금융권 전문가로 분류된다.

신한금융 이사진 내 학계 출신 비중은 65%가량이다. 전체 9명 중 6명이 학계 출신인데, 이번에 여성 사외이사로 새롭게 합류한 송성주 사외이사도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로 학계 출신이다.

우리금융도 이번에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2명 모두 학계 출신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은행계열사인 우리은행도 여성인 최윤정 연세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성다양성 강화를 꾀했지만, 그 또한 교수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반면, 하나금융은 타 금융사에 비해 학계 출신 비중이 다소 적다. 이번에 신규 추천한 사외이사 4인 중 학계 출신은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일하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사외이사진의 학계 편중 현상을 인위적으로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교수 등 학계 출신 이사진이 사외이사진에게 요구되는 업권 내 ‘전문성’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검증이 완료됐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검증이 끝난 학계 밖 전문가들의 경우, 이미 타 기관의 이사회에 몸담고 있는 등 사외이사진에서도 인물난이 적지 않다”며 “꾸준히 사외이사진 후보군을 확대해 전문성, 다양성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사회 개편 의지에 ‘내년에도 변화?’

업계에서는 사외이사진의 개편 및 변화가 올해 주총을 기점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빠르면 이달 중 이사회 구성 및 평가,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전반의 혁신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모범 관행’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금융당국에 제출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여성 사외이사진 비중 △직군 다양성 확보 △두 자릿수 이상의 이사진 구성 등 당국의 핵심 권고안에 대한 금융사의 대응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사실상 그간 업권 내 자율성에 기인했던 이사진 구성을 당국이 들여다보게 되는 셈이다.

그간 당국은 이사진의 역량을 더욱 강화해 CEO(최고경영자)와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가 필요한데, 이를 소위 ‘모범 관행’을 통해 규범화하겠다는 의도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국이 여성 사외이사진 목표 비중과 같은 민감한 지표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사례 등을 거론하는 방식으로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은 제시한 상황”이라며 “올해 지주사 전반의 이사진 변화도 이러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진행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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