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감원하면서도 대폭 충원"
중기 60% 올해 충원 확대 계획
파월 “美 고용은 양호한 상태”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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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고용 지표는 계속 강한 모습을 유지한다?'

최근 미국의 고용시장 모습인데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상황이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감원 열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자리 수는 꾸준히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상회할 만큼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업률 역시 최근 약간 높아졌다고나 하나 여전히 4%를 밑돌며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생긴 이유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들이 내보낸 인력보다 뽑는 인력이 더 많아 빚어진 현상이란 것이다. 

WSJ가 지금의 고용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 분석해 봤더니,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대폭 늘렸던 2021년과 2022년과 비교하면 고용시장이 냉각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늘어난 채용이 나간 인력을 대폭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보낸 인력보다 많은 채용 인력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50%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한 사실이 연말 공시를 통해 확인됐으며, 이 외에도 메타와 아마존 역시 2019년 이후 직원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은 밝혔다.

이 기업들은 2022년 말부터 총 7만 개가 넘는 일자리 감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처럼 꾸준한 채용을 병행한 결과 전체 직원 수는 되려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에 세 차례에 걸쳐 1만137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비디오 게임 부문에서 1900명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1월에 발표된 감원 대상은 10월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기 전까지 약 1만3000명의 직원을 고용했던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직원들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 수는 회계연도 말 기준 10만1000명으로, 2019년 대비 오히려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작년 말 직원 수는 18만2502명으로 2019년과 비교해서 6만300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WSJ은 이런 현상이 애플, 메타, 아마존 등 여러 기업에서도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CBS가 인용한 JP모건 자산운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2022년의 480만 개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몇 년 동안의 고용보다 여전히 더 많은 총 27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또 지난달 초 JP모건 은행이 1459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가 올해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며 채용 열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약 46%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용 시장 상황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건전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1년 동안 이어진 인력 구조조정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들의 정리해고는 1년 동안 이어져왔다.

올해 들어서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감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전방위적 감원이 1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거나 인공지능(AI) 분야로 투자를 집중하기 위한 비AI 사업부의 인력 감축을 위해서라는 등 여러 가지 감원 이유를 대고 있다.

경영 코칭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1월에 미국 기업들은 12월보다 136% 증가한 8만2300개 이상의 일자리 감축을 발표했다.

WSJ 집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3월에도 유니레버가 75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도 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약 400명의 미국 내 직원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는 시스코 시스템스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체 직원의 약 5%를 내보내겠다고 하는 등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와 여행회사 익스피디아, 모건스탠리, 나이키, 스냅, 줌 등 우리에게 낯익은 기업들이 감원 결정에 동참했다.

1월에는 구글과 아마존이 수백 명의 직원을 줄였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전체 인력의 약 3%인 600명을 길거리로 내보냈다. 이 외에도 씨티그룹이 2026년까지 무려 2만 명을 줄이겠다는 다년간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고, 아이로봇과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페이팔 등도 인력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알만한 기업은 거의 다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정리해고 열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동 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위 말에 강력한 고용시장에 ‘균열’이 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고용주들은 2월에도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27만5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늘렸다. 실업률은 3.9%로 4% 아래에 머물렀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대통령 경제 보고서에 “오늘날 미국은 다시 한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자랑한다”면서 “본인 임기 동안 기록적인 15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라며 고용 호조를 자신의 치적임을 과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오랫동안 4% 미만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 의장도 지난주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고용이 ‘양호한 상태’에 있다며 비슷한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우리 모두 노동 시장을 매우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시장에 균열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균열이 있다는 모든 가능한 이야기를 주시하고 있지만, 미국의 노동 시장은 전체적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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