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올해 배터리 50%인하
2위 핀드림스도 동참 움직임
"가격인하로 전기차 수요진작"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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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가열되고 있는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이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하 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드는 데 드는 높은 비용 때문에 전기차는 오랫동안 화석 연료 차량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TL이 올해 중순까지 배터리 가격을 최대 50%까지 인하하기로 하며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업체인 비야디의 자회사인 핀드림스(FinDreams)와의 가격 전쟁을 시작했다.

전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이처럼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되면서 배터리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면, 전기차 가격 역시 더욱 내려가면서 수요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 전문매체인 ET오토 보도에 따르면 CATL이 배터리 가격을 이처럼 낮출 경우 VDA(독일 규격) 사양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가격은 Wh당 0.4위안(약 74원) 아래로 낮아지는데, 이는 kWH당 56.47달러(약 7만5700원)와 같은 가격이다.

결과적으로 2월 말 기준 6776달러(약 908만원)인 60kWH 배터리 가격은 1년 안에 3388달러(약 520만원)로 낮아져 전기차 제조사들에게는 차량 1대당 3000달러(약 40만원)가 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충분한 가격 인하 요인이다. 

지난해 초 VDA 사양 LFP 배터리 가격은 Wh당 0.8~0.9위안(약 148~166원)이었고, 8월에는 Wh당 0.6위안(약 111원)까지 떨어졌는데 이 가격이 앞으로 더욱 낮아지게 됐다.

중국 현지매체인 36kr은 핀드림스도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핀드림스가 2023년에 입찰 등의 방법을 통해 저렴하게 배터리 재료를 조달해 이익을 극대화했지만, 현재 조달에서 비용 절감의 범위는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36kr은 핀드림스의 이런 움직임 역시 CATL 수준의 배터리 가격 인하 경쟁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수요 진작 위한 배터리 가격 인하 

비영리 매체인 더컨버세이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조사들이 이처럼 배터리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고 있다.

하나는 가격 인하를 통한 수요 진작을 위해서란 것이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그러나 2022년에 96% 급증했던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2023년에는 36% 증가에 그치면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그 결과 CATL은 2022년 2분기 이후 근 2년 만에 처음으로 순익이 감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의 2023년 4분기(10~12월) 순익은 총 129억8000만위안(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3분기 때 10.7%, 작년 한 해 동안 43.6% 순익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결과다.

실적을 개선하려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다. CATL과 BYD가 배터리 가격 인하에 나서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두 번째는 기술 발전으로 가격 인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업체들은 새로운 배터리 화학 물질을 찾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다. 다시 말해 CATL과 BYD는 이제 고가의 희소 금속인 코발트 없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는 코발트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코발트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금속이다.

코발트는 높은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희소성, 가격 변동, 채취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 등 몇 가지 문제와 얽혀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를 얻기 위해 코발트 광산에서 심각한 아동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2위 업체가 배터리 가격을 낮추면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배터리 제조사들은 좋든 싫든 가격 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문 시장업체 SNE리서치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CATL과 핀드림스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37.4%와 15.7%를 장악하고 있다. 두 업체의 점유율이 절반이 넘는다는 얘기다. 

핵심 부품 가격 인하로 전기차 가격도 내리며 수요 늘 듯 

배터리 가격 인하는 결국 전기차 가격 인하와 그로 인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판매가 단기적으로 부진하더라도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결국 전기차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은 지난해 3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배터리 수요가 올해는 29%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35% 증가)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골드만은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건 (전기차 수요 진작에) 좋은 소식”이라며 “2023년과 2025년 사이에 배터리 가격이 40% 가까이 하락하고 내년에 일부 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면에서 획기적인 수준(보조금 없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의 자동차 판매 비중이 미국에서는 50%, 유럽연합(EU)에서는 6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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