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우현 논설위원, 한불협회 회장, 전 주 프랑스 공사 겸 문화원장, 전 숙명여대 객원교수

손우현 논설위원
손우현 논설위원

이달 초 ‘슈퍼 화요일’ 경선 승리로 올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 대선 후보의 재대결은 거의 70년 만에 처음이 될 것이다. 1956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공화당 대통령은 4년 전 민주당 상대였던 애들라이 E. 스티븐슨을 다시 꺾고 재선에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미 대선 역사상 최고령 대결이 될 것이다. 바이든은 올해 81세, 트럼프는 77세로 미국인의 90%는 이들보다 젊다. 따라서 존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젊고 참신한 지도자들을 배출했던 과거 미국 대선에 비해 금년 대선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후 전통적인 국제주의자(traditional post-WWII internationalist)’인 바이든과 ‘거래의 달인(master dealmaker)’인 트럼프의 재대결에 전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이 선거의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에 심각한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에 영향 큰 미 대선 리턴 매치

한편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의 지지율이 트럼프보다 1%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에 열세였던 바이든은 지난 7일 국정연설 이후 지지율 상승 곡선을 그리며 초박빙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바이든이 국정연설에서 1시간 넘는 연설을 소화하며 고령 논란을 일부 해소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11월 선거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고 누구도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정부 안팎에서 벌써부터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그만큼 미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적 예측이 가능한 바이든의 경우와는 달리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그의 거래외교의 특성상 미북관계에서 돌출 행동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한을 약 1년 9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이달 초 각각 협상 대표를 임명해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방위비 한국측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던 트럼프의 재집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번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싱가포르, 하노이 등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현지 시간) VOA(미국의 소리)방송의 시사대담 프로 ‘워싱턴 톡’에 출연한 트럼프 후보의 핵심 외교 참모 프레드 플라이츠(Fred Fleitz)는 트럼프 당선 시 전개될 미국의 대북외교와 트럼프 측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었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실(NSC) 비서실장을 지낸 플라이츠는 지난 8일 트럼프 소유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있었던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트럼프 후보와의 회담에도 배석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 물망에도 올랐던 그는 트럼프 당선 시 외교 관련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VOA는 미 정부가 운영하는 방송이지만 국내 정치 관련 보도는 중립을 견지하며 워싱턴 정, 관, 학계의 주요 인사들을 출연시켜 주요 현안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트럼프 핵심 외교참모의 윤 대통령 호평

플라이츠는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당장 내년 초에 김정은과 ‘개인 외교(personal diplomacy)’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은 ‘진전(progress)’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매우 공세적(very aggressive)’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전’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김정은도 대화를 원한다며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을 표명했다.

트럼프는 이번 경선 유세 과정에서 “북한은 심각한 핵보유국’(a serious nuclear power)이지만 난 김정은과 정말로 잘 지냈다”(I got along really well with him)며 거듭 두 사람 간의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플라이츠는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겠다고 한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는 한국과 일본에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한미관계를 ‘소중히 평가하며’(‘deeply values'),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상의 친구’(‘the best of friends')가 될 것이고 한미관계는 ‘매우 생산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더욱 강력한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를 이끌어낸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한미일 협력체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프로에 출연한 리처드 롤리스(Richard Lawless) 전 미 국방부 아태안보담당 부차관은 모든 협상에 앞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a de facto established nuclear weapon state’)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북한도 그런 인정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미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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